김창룡 경찰청장이 경찰 내부에 “경찰의 중립성·독립성은 영원불변한 가치”라는 입장을 16일 밝혔다. 최근 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방안이 구체적으로 거론되며 일선에서 경찰청장의 용퇴를 요구하는 글까지 나오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내놓은 입장이다.
김 청장은 이날 오전 경찰 내부망 ‘현장활력소’에 글을 올려 “행안부에 설치된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를 중심으로 경찰 통제방안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동료 여러분의 걱정이 커지고 울분 또한 쌓여감을 잘 안다”며 “결코 직에 연연하지 않고 역사에 당당한 청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또 “경찰청장으로서 지난한 역사를 통해 경찰 동료·선배들이 지켜온 경찰법의 정신과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주어진 소임과 책무를 다하겠다”며 “경찰의 민주성, 중립성, 독립성, 책임성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국민을 향하는 영원불변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 비대화 우려와 관련한 경찰권 분산·통제 논의에는 언제라도 열린 마음으로 참여하겠다. 정상적이고 합당한 방법과 절차에 따라 경찰의 뜻과 의지를 확실히 개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김 청장의 발언은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행안부 내에 경찰국 설치를 권고할 방침이 알려지며 경찰 내부에서 며칠째 반발이 터져 나오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내부망에는 ‘행안부의 경찰 통제 가시화에 수뇌부는 왜 가만히 있느냐’는 내용의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날 현재 임기가 37일 남은 경찰청장의 용퇴를 촉구하는 글도 있다. 경남·광주·전남 경찰 직장협의회는 “행안부의 경찰통제 방안은 권력에 대한 경찰의 종속으로 귀결될 여지가 크며, 과거 독재시대의 유물로서 폐지된 치안본부로의 회귀이자 반민주주의로의 역행”이라며 성명을 내기도 했다.
김 청장은 “현장 경찰관 여러분은 청장을 믿고 국민안전과 민생보호라는 본연의 책무에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변함없이 최선을 다해달라”며 “조만간 (자문위의) 구체적인 안이 발표되면 14만 경찰의 대표로서 여러분의 명예와 자긍심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우리 청의 입장을 명확히 표명하고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는 이르면 오는 21일 권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김 청장의 임기는 다음달 23일까지다. 윤석열 대통령은 조만간 신임 경찰청장 후보자를 지명할 예정이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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