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검찰의 고발사주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검사장 승진을 바라볼 수 있는 보직을 맡게 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손 검사는 8개월에 걸친 수사와 압수수색, 구속 위기 속에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피해자로 적시된 고발장 작성과 전달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결국 그의 입을 여는데 실패했지만, 여러 사실과 정황 증거를 들어 총선 개입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기소했다.
법무부가 28일 단행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보임하는 손준성 검사였다. 손 검사는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범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검찰 출신 김웅 미래통합당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한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국가 사법시스템 근간을 흔드는 기소 내용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유죄가 인정될 경우 현직 대통령의 검찰 사유화 논란으로도 비화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 피고인에게 국가가 당사자인 소송 등을 수행하는 서울고검 송무부장 보직을 맡긴 것이다.
게다가 손 검사는 이른바 판사사찰 문건 의혹으로 여전히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이기도 하다. 그는 건강상 이유로 공수처 출석 요청에 불응하고 있는데, 한동훈 장관은 그를 비중있는 자리로 발령한 것이다.
손 검사는 인사 하루 전인 27일 첫 공판이 시작된 고발사주 사건 재판에도 피고인으로 계속 출석해야 한다. 손 검사가 전달했다는 의심을 받는 ‘고발장’으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던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항소심 재판부는 최근 재판을 중단시켰다. 손 검사의 형사사건 재판 상황을 지켜본 뒤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명예롭고 승진도 유력하지만 할 일은 많지 않은 자리가 바로 서울고검 송무부장이다. 재판을 받고 있는 손 검사를 최대한 고려해 준 인사로, ‘내 편은 잊지 않겠다’는 일종의 보은 인사로 보인다”고 했다. 고발사주 사건 당시 손 검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맡은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전문성과 능력을 갖추고 성과를 보여준 검사를 해당 전문 부서에 배치하는 적재적소 원칙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기준으로 적용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손 검사 말고도 검찰 민낯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 검사들이 이번 인사에서 승승장구했다. 2013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원주 별장 성접대 의혹을 불기소 처분했던 김수민 순천지청 형사1부장은 이번에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으로 발령났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에 대한 ‘보복 기소’로 현재 공수처에 입건된 안동완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은 법무부와 공수처를 관할에 둔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검사로 발령났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검사의 공소권 남용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검찰 사정을 잘 아는 한 중견 변호사는 “내 편만 챙기기가 부적절하다는 외부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는 인사다. 검찰 입장에서는 말 잘 듣는 매우 적절한 인사들을 앉힌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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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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