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 피해를) 신고하면 부모님 귀에 들어가 혼날 거 같아서…. 지금도 모르시거든요.”(‘아동·청소년 성착취 피해예방과 인권적 구제 방안 실태조사’ 중 피해자 인터뷰, 국가인권위원회) 대다수 아동·청소년 성범죄 피해자가 부모나 교사 등 보호자에게 피해 상황을 알리기를 꺼립니다. 이들은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지만, 보호자에게 혼날 것을 두려워하는 거죠. 보호자가 피해자에게 건네는 첫 한마디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①비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
“그러니까 그런 걸 왜 해가지고….” “네가 스스로 사진을 보냈단 말이야?”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시민단체 십대여성인권센터는 보호자가 아동·청소년 피해자에게 이런 말을 절대 해선 안 된다고 조언합니다. 성착취는 성범죄 가해자의 잘못이고, 그것이 범죄라는 점을 보호자가 짚어줘야 한다는 겁니다. 나아가 아이들이 전문 상담기관과 수사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해주세요. 지나친 비난을 받은 피해자는 더 심한 비난을 받을까 걱정해 성착취 정황이 드러나는 대화 내용(증거) 등을 삭제하려고 할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는 피해자가 위축되지 않도록 피해 상황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 평소처럼 대해주세요.
②피해 정황을 직접 캐묻지 않기
“언제, 어디에서 그런 일이 있었던 거니?” “도대체 어떤 대화를 나눈 건지 좀 보자.” 보호자는 답답한 마음에 직접 피해 상황을 파악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동·청소년이 성착취 피해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당연히 보호자에게 말하는 것도 어렵겠죠. 그런데 보호자에게 캐묻는 질문만 받는다면, 피해자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그 뒤 이어질 상담·수사기관과의 신뢰관계 형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성착취 피해 상황을 샅샅이 아는 것은 보호자에게도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습니다.
③증거 보존하기
디지털 성착취 피해는 ‘없던 일’로 되돌리기 힘듭니다. 가해자가 협박을 멈췄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수년이 지나 가해자가 다시 연락해 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신고 등 대응이 더욱 중요합니다. 증거 보존은 필수입니다. 간혹 아동·청소년 피해자에게 성착취자와 연락한 에스엔에스(SNS) 계정이나 성착취자에게 보낸 사진·영상을 삭제하라고 하는 보호자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가해자 검거가 어려워질 수 있어요. 증거를 보존해 상담기관 혹은 수사기관에 상의하세요.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