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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서울시 과다노출 기준은 “눈살 찌푸림”…퀴어축제 어깃장

등록 2022-07-08 14:37수정 2022-07-08 17:26

‘과다노출 금지’ 조건부 허가에 비판 고조
“눈살 찌푸리게 하느냐 마느냐가 기준”
과다노출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답 못해
2019년 6월1일 오후 제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 ‘스무번째 도약, 평등을 향한 도전!’ 참가자들이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무지개색 대형 펼침막을 흔들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019년 6월1일 오후 제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 ‘스무번째 도약, 평등을 향한 도전!’ 참가자들이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무지개색 대형 펼침막을 흔들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그날 더울 것 같아서 반바지와 민소매티셔츠를 입을 계획인데요, 반바지는 무릎 위 몇 센티부터가 과다노출인지, 비닐이나 가죽 등 의복 소재에 대한 기준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언더붑(밑가슴 노출 패션) 차림은 가능할까요?”

오는 16일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할 예정인 정규리(34)씨는 지난달 27일 서울시 누리집에 이런 내용의 글을 남겼다. 서울시가 3년 만에 열리는 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을 허가하면서 ‘신체 과다노출, 청소년보호법상 유해·음란물 판매 및 전시 등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는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광장운영위)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시는 지난 4일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조직위)에 “서울광장 사용 신고 건에 대해 조건부 수리한다”며 “조건 부여 사항 위반 때 추후 퀴어축제의 서울광장 사용이 제한됨을 고지한다”고 밝혔다. 성소수자이기도 한 정씨는 <한겨레>에 “신촌 물총축제 등 다른 축제에는 조건을 내걸지 않으면서 단 하루에 불과한 퀴어들의 해방 축제에는 왜 이렇게 혐오적인 시선과 차별적인 기준을 들이대는지 모르겠다. 명백한 차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16일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를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광장 사용 조건으로 내건 기준이 불명확한데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혐오적 인식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성소수자 오승재(23)씨는 “제 옷차림이 다음 퀴어문화축제 개최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스스로 검열하게 된다. ‘과다노출’이란 기준도 불분명해 혼란스럽다. 퀴어문화축제에만 들이대는 억지스러운 행정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수차례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강아무개(35)씨도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며 “(성소수자) 참여자들에게 그날 입는 의상은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정체성을 의상으로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표현의 방식일 뿐인데 왜 그 의상을 외설적으로만 바라보려 하느냐”고 비판했다.

퀴어축제에 대한 차별적 시선은 광장운영위 회의록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 15일 작성된 회의록을 보면, 한 위원은 “시민들이 사용하는 광장이 깨끗하고 맑았으면 좋겠는데, 어느 순간부터 홍대 쪽에서 음성적이었던 문화를 (축제로) 허가하면서 무슨 세상의 축제나 된다는 식으로 여긴다”며 “굉장히 불편하다”고 했다.

또 다른 위원은 “이 축제에 대해서 불편해하는 국민들이 대다수 아니냐”, “(축제 이름에서) ‘서울’이란 단어도 뺐으면 좋겠다. 서울시에서 왠지 인정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한 번 허용해주면 그 뒤로는 없애거나 제재하기가 어려워진다. (애초) 행사 날짜를 길게 주면 안 된다”는 발언도 있었다.

서울시는 ‘조건부 승인’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청사운영팀 관계자는 “기준을 명확하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상식선에서 판단하면 될 것 같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느냐, 아니냐가 기준이다. 저희도 현장에서 판단하고 계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씨가 올린 문의글에도 서울시는 “‘서울광장 사용 준수사항’에 따르면 혐오감을 주는 행위 등에 대해 금지하고 있다. 귀하께서 행사에 참가하실 경우 위 사항을 참고해주시기 바란다”는 모호한 내용의 답변이 달렸다. ‘과다노출’ 기준이 무엇인지 설명하지도 못하면서 왜 시 당국이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며 축제를 제한하려 하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조직위는 6일 입장문을 내어 “서울시에 신체 과다노출의 기준을 알려달라고 했으나,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 객관적 기준조차 없는 이번 광장운영위의 조건부 광장 사용 결정은 결국 향후 서울퀴어퍼레이드의 서울광장 사용을 원천봉쇄하려는 포석”이라고 했다.

신고제인 서울광장 사용을 퀴어문화축제에 대해서만 광장운영위 결정으로 미룬 서울시 결정에 대해서도 “차별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시는 2019년 “퀴어문화축제만 광장운영위에서 개최 여부를 결정하는 건 차별”이라는 시 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고, 이듬해에는 광장운영위를 거치지 않고 조직위의 사용신고 접수 즉시 수리한 바 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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