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김용균들’의 공간과 물건①
이희성씨의 방 옷장 앞에 새 작업복이 걸려있다. 저 작업복을 다시 입지 못한 채 희성씨의 시간은 거꾸로 흘렀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공간과 그 물건들은 많은 것을 말한다. 그곳에 사는 이의 손길과 시선이 자주 닿은 곳은 어디인지, 세월과 함께 어떤 물건이 그이의 삶에서 비켜났는지…. 공간과 사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일은 그 공간의 주인을 만나는 또 다른 방식이다.
한겨레 청년 산재 기획 바로가기 >> 전남 광양의 한 제철소에서 터진 일산화탄소 폭발 사고로 산업재해 중장해인이 된 이희성(31·가명)씨의 어머니 박인숙(60·가명)씨는 며칠 전 쌓아두었던 희성씨의 짐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2014년 6월 6일 그날의 사고로 두 살배기의 인지능력을 갖게 된 희성씨가 더 이상 쓰지 않는 물건이 많았기 때문이다.
제철소에서 일하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지능이 낮아진 이희성씨의 방 한쪽, 옹기종기 놓인 향수병들 위에 먼지가 그득하다. 사고 전 이희성씨는 향수와 운동화 욕심이 많던 평범한 스물한살 청년이었다. 백소아 기자
다시 아이로 돌아가 어머니 껌딱지가 되어버린 희성씨는 어머니와 함께 산책하기를 좋아한다. 얼굴은 드러내지 않길 요청한 두 모자의 모습을 어떻게 사진으로 기록할까 궁리하다 이들이 좋아하는 일상을 담아보기로 했다. 산책에 나선 두 사람의 뒷모습을 사진에 담은 뒤 되돌아오는 두 사람에게 외쳤다. "기념사진으로 찍어드릴게요. 여기 보세요!" 카메라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미소가 해사했다. 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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