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으로 녹슬고 부식된 집배원 헬멧 내부. 공공운수노조 민주우체국본부 제공
노동자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업무만을 위해 마련된 환경에서 폭염에도 멈추지 않고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서울도시가스분회, 민주우체국본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조합원들은 1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용노동부에 혹서기 지도감독 강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최근 연일 계속된 폭염 속에서 노동부가 ‘건강보호 대책 시행’ 및 ‘열사병 예방 이행 가이드’ 등 대책을 발표했지만 도시가스검침·우편집배·물류센터·급식실 등 현장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폭염에 의한 건강과 안전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한 이들 사업장에 대해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중대산업재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부에 혹서기 지도감독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부에 혹서기 지도감독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기자회견에 나선 이들은 각 현장의 사례들도 공유했다.
쿠팡물류센터지회 조합원들은 지난 7일 경기 고양시의 쿠팡물류센터 실내온도 기록을 공개했다. 이날 오후 6시30분 실내온도는 36.1℃, 밤 11시 36.2℃를 기록했다. 쿠팡은 노동부 가이드에 따라 순간 체감온도별 임시 휴게시간을 부여하고 있다. 또 여름철 건강관리 대책으로 얼음물 200만 개와 선풍기, 에어컨 등 약 2만여 대를 설치하겠다고도 알렸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때이른 폭염 속에 현장에서 당장 체감할 수 있는 조치는 얼음물 한 병과 부족한 선풍기 정도라며, 모든 현장에 온습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냉방기를 설치하고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노동자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허가하라고 촉구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공개한 지난해 7월 27일 혹서기 경기도의 한 학교 급식실 온도계 사진. 실내 온도가 36.2℃를 나타내고 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공
학생들의 급식을 책임지고 있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소속 급식실 노동자들의 형편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지난해 7월 27일 경기도의 한 학교 급식실 온도계는 36.2℃를 나타냈다. 튀김요리를 위한 기름솥 온도가 168도에 이르며 내뿜는 복사열 등올 급식실 실내 온도가 치솟은 것이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조합원들은 조리실의 냉방 시설 점검 및 교체와 후드 배기 시설 유석 점검,수리 등 노동환경 개선 등을 촉구했다.
열과 땀에 부식되어도 여름용 신형 헬멧으로 교체해주지 않아 계속 쓰고다녀야 하는 집배노동자들도 여름용 헬멧 교체와 배달 구역 내 제대로 된 쉼터 마련 등을 요구했고, 도시가스 검침 노동자들도 1인당 세대수 조정과 격월 검침 등으로 혹서기 야외노동 부담을 줄일 방법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참석자들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요구안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참석자들이 노동부에 혹서기 지도감독 강화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 및 동법 시행령에 따르면 고열작업 또는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하는 작업으로 발생한 심부 체온 상승을 동반하는 열사병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하는 경우 중대산업재해로 정의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요구안을 전달과 서울지방노동청 관계자와 면담을 진행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