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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법무부 앞 텐트, 2살 아기가 삽니다…이집트 가족 ‘길 위의 여름’

등록 2022-07-12 17:14수정 2022-07-13 14:13

이집트 출신 14명, 정부과천청사서 텐트 농성
군부 쿠데타 저항 활동하다 탄압 피해 한국행
“한국 안전하고, 인종차별도 없다고 들었는데…
법무부, 난민 이의신청 미뤄지는 이유라도…”
인도적 체류 허가돼도 불안정한 삶에 고통
아시마(30)가 11일 오후 ‘텐트농성’ 중인 정부과천청사 들머리에서 딸 살마(2)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아시마(30)가 11일 오후 ‘텐트농성’ 중인 정부과천청사 들머리에서 딸 살마(2)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난민 결정이 미뤄지고 있어서 가족의 미래 안정감 계속 찾지 못합니다.”, “5년 동안 난민 결정이 미뤄지고 있어서 나의 어린 시절을 죽였습니다.”

손팻말에는 인터넷 번역기를 통해 적은 어색한 한국어가 적혀 있었다. 그러나 손팻말을 든 엄마와 아이의 표정은 간절했다.

지난 11일 오후 3시께 정부과천청사 정문 근처에서 만난 이집트 출신 핫산(38)은 “난민 결정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고 했다. 핫산 가족을 포함한 소힐라(28), 바하(39) 등 이집트 출신 세 가족 14명은 지난 6일부터 법무부가 있는 정부과천청사 앞에 텐트를 치고 농성 중이다. 이들은 법무부에 조속한 난민 심사를 촉구하기 위해 모였다.

세 가족은 2018년 한국에 왔다. 2011년 아랍의 봄을 맞았던 이집트는 2013년 쿠데타로 다시 군부가 정권을 장악했다. 군부에 저항하는 이들은 탄압 대상이 됐는데, 핫산·소힐라·바하 가족도 개인 혹은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군부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내놓다가 결국 한국행 비행기를 타게 됐다고 한다. 소힐라는 “한국은 가장 안전한 나라이면서 인종차별도 없고, 다른 국가 사람들을 존중하는 나라라고 들었다”고 했다.

이집트에서 온 난민신청자들이 11일 오후 정부과천정사 앞에 ‘텐트농성’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집트에서 온 난민신청자들이 11일 오후 정부과천정사 앞에 ‘텐트농성’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들은 지금까지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는 최근 이들 중 두 가족(핫산·바하)에게 인도적 체류자 허가 결정을 내렸다. 소힐라 가족은 현재 심사 중이다. 인도적 체류는 난민 신청자의 고국 상황을 미뤄볼 때 고문이나 처벌 등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가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될 때 법무부 장관이 주는 체류 자격의 일종이다.

그러나 이들은 인도적 체류가 허가돼도 취업이 제한되는 등 한국에서 삶을 꾸리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핫산은 “얼마 전에 아이가 감기 증상을 보였는데 병원비가 걱정돼 병원에 가지 못했다”고 했다. 핫산은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한 달 평균 150만원을 번다. 집 월세 50만원을 빼면 100만원으로 세 아이와 아내를 부양해야 한다.

인도적 체류자는 가족결합도 불허된다. 이날 세 가족 외에 따로 참석한 타하(40)는 이집트에 남은 가족을 데려오지 못하고 있다. 그는 “여권 발급도 되지 않아 이집트로 넘어갈 수도, 가족을 데려올 수도 없다”고 했다. 이들 가족을 돕는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활동가는 “인도적 체류허가라 해도 제한 요건이 많아 사정이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집트 출신 난민신청자들이 11일 오후 ‘텐트농성’을 하고 있는 정부과천청사 들머리에서 펼침막을 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집트 출신 난민신청자들이 11일 오후 ‘텐트농성’을 하고 있는 정부과천청사 들머리에서 펼침막을 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들은 법무부를 향해 “심사가 지연되는 이유라도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의 손에는 법무부 난민심의과에서 발송한 이의신청 심사기간 연장 통지서가 들려 있었다. 난민이 불인정 되거나 인도적 체류자로 결정된 경우엔 법무부에 이의신청과 소송을 할 수 있다. 소힐라는 2018년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난민 신청을 했지만 3년 만인 지난해 말에야 심사를 받은 뒤 난민 거부 결정을 받았다. 지난 1월 이의신청을 했지만, 법무부는 계속 ‘이의신청 심사기간 연장’만 통보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통지서에는 연장 사유가 적혀 있지 않았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지난달 20일 ‘세계난민의 날’에 “심사 기간이 장기화될 경우 생존 보장을 위한 지원 및 취업 허가 등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위는 법무부 출입국통계 등을 보면 2021년 난민신청은 2341건인데 이가운데 1044건이 난민재신청으로 난민신청에 대한 심사기간은 평균 약 17.3개월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난민인권네트워크의 국내 난민 현황 자료를 보면, 1994년부터 2020년까지 난민이 불인정된 이들이 이의신청한 2만3051건 중에서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은 175건에 불과하다. 인권위는 “만약 난민재신청자가 이의신청 및 소송을 진행할 경우 훨씬 더 오랜 기간 불안정한 신분으로 체류하게 된다”고 짚었다. 소힐라는 “제대로 된 설명도 없는 결정서는 오히려 난민 심사를 불신하게 만든다”고 했다.

법무부는 ‘이의신청 심사기간이 연장된 이유’ 등을 묻자 “개인정보와 관련된 내용이라 답변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법무부는 “난민 이의신청은 원칙적으로 신청 접수 순서대로 심사하며, 심사 소요기간은 21년 기준 평균 9.7개월이나 개인별 신청사유, 출신국 정황, 사안의 복잡성 등에 따라 그 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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