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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세월호, 복잡한 책임 문제를 단순하게 풀려 하지 않았나

등록 2022-07-14 14:00수정 2022-07-14 14:31

기고ㅣ 세월호에 우리가 묻지 못한 것

책임자 처벌·사회구조적 원인 규명
두 가닥 엄중한 엄무 안고서 출발
법률가 다수 채워진 사참위
잠수함설·고의침몰설 입증 힘쏟아
우리 사회 공유할 서사와 멀어져
일러스트 이강훈
일러스트 이강훈

오는 9월 활동을 마무리하는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도 진실 규명이라는 종착지에 닿지 못했다. 8년간 국가기관 조사만 9차례 했는데 세월호 참사 조사는 왜 거듭해서 실패하는가. <세월호, 우리가 묻지 못한 것>을 펴낸 재난 전문가가 그 질문에 답을 보내왔다.
“참사 피해자분들과 국민들이 보시기에는 저희 조사 내용이 부족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 만족하지 못하실 것으로 짐작되며 대단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2022년 6월9일, 세월호 참사를 조사한 세번째 조사위원회인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위원들은 고개를 숙였다. 오랜 기다림은 실망으로 끝났다.

시계를 8년 전으로 돌려본다. 2014년 7월15일, 서명용지로 채워진 416개의 노란 상자를 들고 1000여명의 시민이 국회로 향했다. 서명에 참여한 인원은 600만명이 넘었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한 ‘헌정사상 전무후무한’ 운동은 한국의 첫 재난조사위원회 구성이라는 성과를 남겼다.

8년 전 세월호 진상규명 운동의 열망과 기대와 8년 뒤 재난조사위원회의 초라한 성과 사이의 격차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무엇이 우리에게 이런 결과를 맞이하게 했나. 정부와 관료의 방해 때문에? 한국의 수준이 후진적이어서? 진보와 보수 양쪽이 세월호 참사를 정치화해서? 이 답들은 틀렸거나, 부분적으로만 맞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의 활동 과정을 돌아보면서 찾아낸 다른 답은, ‘복잡한 책임 문제를 단순하게 해결하려 했기 때문’이다. 책임자를 지목해내지 못해서가 아니라, 복잡하고 어려운 재난의 책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우리 사회가 함께 찾지 못했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 조사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조위·선조위 만든 시민들의 힘

2014년 당시 정부의 강한 반대에도 ‘세월호 참사’라는 단일 재난을 조사하는 특조위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두개의 힘 때문이었다. 첫째는 꼬리 자르기에 그치지 말고 책임자 처벌을 제대로 하라는 요구다.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부터 관련 수사에 나선 검찰은 청해진해운과 운항관리자 등 선박 안전을 관리했어야 하는 이들에 대한 수사는 광범위하게 진행한 반면, 침몰하는 배에 달려가 승객을 구했어야 하는 해경과 재난 컨트롤타워 구실을 해야 했던 청와대에 대해서는 수사를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성역 없는 조사를 진행할 독립적 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두번째 힘은 세월호 이전과는 다른 나라, 즉 사회시스템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과 공감대였다. 검찰 수사는 그 성격상 잘못한 개인을 찾아내는 데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하지만 ‘썩은 사과’를 하나 골라내는 방식으로 망가진 사회를 고칠 수는 없지 않은가? 사법적 조사가 다룰 수 없는 사회구조적 원인 규명을 통해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하는 나라, ‘안전한 나라’를 구성하자는 요구가 없었다면 재난조사위원회는 구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특조위에는 검찰이 ‘하지 않은 일’과 ‘할 수 없는 일’, 즉 개인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사법적 조사와 그에 한정하지 않는 관행, 조직문화, 정책 등을 다루는 구조적 조사 양쪽을 다 하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그러나 2014년 검찰 수사에서도, 2017년 탄핵 결정에서도, 2021년 해경 지휘부에 대한 재판에서도 국가의 법적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사법적 책임을 묻는 시도가 실패하면 실패할수록, 처벌을 위한 사법적 조사는 중요한 가치로 부상했다. 기술적이면서도 구조적인 조사를 해야 하는 위원회의 구성원들은 법률가로 채워졌고, 재난조사는 형사사건 수사와 유사하게 다뤄졌으며, 침몰 원인과 관련해서도 고위층에게 지시와 은폐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잠수함설·고의침몰설과 같은 가설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반면 구조적 원인 규명의 문제의식은 희미해져갔다. 특조위 진상규명국은 직접적 원인과 사법적 조사에 매달리느라, 안전사회과는 정책연구에만 집중하다 보니 어떤 정책과 관행이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되었는지는 조사되지 않았다. 선조위 역시 기술적 논쟁이 격화되면서 그 기술적 문제를 일으킨 구조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한 단계씩 거슬러 올라가는 조사를 하지 못했다. 처음엔 해경이 구조 훈련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조직이었다는 것에 경악했던 사람들은, 훈련 부족과 같은 관행을 드러내는 것이 해경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것은 아닐지 의심했다. 재난조사위원회를 만들어낸 두번째 힘, 두번째 요구는 점차 약화되었다.

내인설과 외력설 사이에 선 사참위

모든 재난에는 일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완전히 이해되지 않는 순간이 존재한다. 증거는 사라지고 기억은 빠르게 희미해지기 때문에 재난의 시간은 완전히 재현될 수 없으며, 의혹은 필연적으로 제기된다. 재난조사의 성패는 이 의혹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합리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사회의 역량에도 달려 있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싸고도 2014년부터 여러 의혹이 제기되었다. 일부러 전원 구조 오보를 냈다거나, 세월호 내부에서 폭발이 있었다거나, 여러 증거 기록이 조작되었다는 의혹 등이었다. 의혹은 각각 독립적이었고 하나의 가설을 구성하지는 않았지만, 은연중에 국가가 뭔가를 숨기고 있을 수 있다는 의문을 포함하고 있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국가 책임을 피하기 위해 청해진해운 등 다른 행위자들에게 재난의 책임을 계속해서 떠넘기고, 세월호 진상규명을 탄압했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숨기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은 계속 강해졌다.

특조위와 선조위는 이런 의혹들을 잘 조사해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의혹에 올라타는 경향이 있었다. 특조위는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대기 방송을 누군가 지시한 것은 아닌지 찾아내려 하거나, 이미 배제된 가설인 세월호 내부 폭발설을 연상시키는 증언을 부각했다. 선조위는 가설을 좁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열어두어야’ 한다는 결론(열린안)에 힘을 실으면서 의혹 조사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재난조사의 역할 중 하나는 납득할 만한 재난 서사를 제출함으로써 공통의 사회적 기억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애도의 시간이 시작되고, 권고가 힘을 얻을 수 있다. 특조위와 선조위의 활동으로, 밝혀진 사실들은 분명 늘어났다. 그러나 우리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아는 것은 더 줄어들었다. 세월호 참사 직후에 한국 사회가 만들고 공유한 서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밀문을 개방하고 다니는 연안 여객선의 관행 시정, 사고의 징후를 미리 파악하기 위한 준사고 보고 제도 등 선조위의 권고 사항이 기억되고 이행될 리 만무하다.

사참위는 특조위와 선조위로부터 몇가지 유산을 물려받았다. 첫째, 위원들의 전문성이 편중되기 쉬운 법제도가 유지되었다. 특조위는 17명의 위원 중 무려 15명이 법률가였다. 사참위에서도 위원회가 종료할 당시 남아 있던 6명의 위원 중 5명은 변호사, 1명은 행정가로 과학·기술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둘째,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과제의 분리도 계속되었다. 특조위에 대한 평가를 숙고하지 않은 결과, 또다시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과제가 별개로 다뤄졌고, 각 참사의 구조적 원인은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 셋째, 외력설의 입증에 사로잡혔다. 사참위는 내인설을 뒷받침하는 기술적 조사 결과에는 계속 의문을 제기한 반면, 외력설을 뒷받침하는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계속해서 추가 조사를 했다. 결국 사참위는 외력설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냈지만, 자신 있게 복원성 문제가 근본 원인이라고 밝히지도 못했다. 6월9일 기자간담회의 모호한 메시지는 다른 조사 성과들마저 주목받지 못하게 만들었다.

세월호를 향해 다시 던져야 할 물음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이 가능할까. 8년 동안, 세개의 조사위원회를 거친 세월호 참사를 두고 새로운 조사위원회를 꾸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우리 사회가 이미 진실의 조각들을 가지고 있다고 답하고 싶다. 다만 그 진실의 조각들이 하나의 모습으로 떠오르기 위해서는 질문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질문을 ‘누가 잘못했는가’가 아니라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라는 질문으로 전환하면, 우리의 시야에 2014년 4월16일 배가 급격히 기울고 침몰한 100여분의 시간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들어올 것이다. 결정적 잘못을 저지른 한두명이 아니라 작은 잘못과 부주의를 쌓아가며 재난을 만들어온 수많은 사람들과 시간이, 그 구조를 만든 사람들의 책임이, 그 책임을 숨기기 위해 진상규명 요구를 억누르며 재난의 시간을 연장해온 모든 과정이 이제 눈에 보일 것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참사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나의 책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전혀 새로운 질문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2014년에 이미 던졌던 질문이기 때문이다. 잠시 잊었을 뿐인 그 질문을 상기하면서 세월호 참사를 다시 마주한다면, 이 참사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여전히 많음을 곧 알게 될 것이다.

박상은/재난 연구자·플랫폼C 활동가

2018년 닻을 올린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오는 9월 종합보고서를 내고 활동을 마무리한다. 지금으로서는 선체 내부 문제(복원성)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충돌 등 외력 가능성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진실 규명이라는 종착지에 서지는 못한 셈이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뒤 검찰→감사원→국회(국정조사)→중앙해양안전심판원→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대검 세월호 특별수사단→세월호 특검→사참위 등으로 이어진 국가기관 조사만 9차례다.

세월호 참사 이튿날인 4월17일 검찰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세월호 수리 및 증축 과정에서 복원성에 결함이 생긴 사실, 과적 운항, 고박(고정) 부실 등을 확인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검찰은 해경·항만 관리자 등 공무원, 세월호 승무원, 선사(청해진해운) 직원 등 399명을 입건하고 154명을 구속했다. 5월 감사원 감사에 이어 6월엔 국회 국정조사가 이어졌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첫 보고를 받은 시각(오전 10시), 7시간이 넘도록 대면보고가 없었던 사실이 드러난 것도 이때다. 12월 해양안전심판원은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복원성’을 지목하는 조사 결과를 냈다. 일부에서 제기한 충돌·좌초 가능성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이 담겼다.

2015년 특조위가 출범했다. 세월호특별법에 따른 첫 독립 조사기구였다. 정부 비협조로 조사가 순탄치 않았다. 2017년 꾸려진 선조위는 인양한 세월호에서 차량 블랙박스 영상파일 4978개를 복원한 성과 외에도 선박 운항 방향을 바꾸는 장치 일부인 ‘솔레노이드 밸브’(유압조절장치)가 고착(고장) 상태였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침몰 원인을 복원성에 두는 내인설에 힘을 실었지만 의견은 하나로 모이지 않았다. 선체 좌현 핀 안정기(좌우 균형을 잡아주는 장치)에서 물리적 손상을 발견하면서 외력 가능성도 제기된 것이다. 결국 선조위는 내인설과 (충돌, 좌초 등을 전제한) 열린 안을 각각 담은 두 개의 보고서를 내놨다.

사참위 조사가 진행되던 2019년 검찰이 다시 등장했다. 사참위가 수사 의뢰한 게 계기가 됐지만 대검 특별수사단은 수사한 8건 가운데 특조위 조사 방해 혐의 1건을 기소하는 데 그쳤다. 2021년엔 특검이 폐회로텔레비전(CCTV) 데이터 조작 등을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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