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 앞에서 열린 ‘7.23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희망버스’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조선 하청 노동자들을 응원하는 희망배에 메시지를 쓰고 있다. 거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모자란 승리지만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그리고 다시 싸울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빨리 회복하고 투쟁 현장에서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23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입구 앞 설치된 무대에서 유최안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의 목소리가 무대 인근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1㎥ 철제 구조물에 갇혀 있다가 전날 병원으로 이송된 그는 전화로 희망버스 참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23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 앞에서 열린 ‘7.23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희망버스\'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풍선을 흔들고 있다. 거제/김명진 기자
이날 오후 2시30분께 거제 대우조선해양 서문 앞에는 ‘7·23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희망버스’가 속속 도착했다. 전날 하청 노사 간 협상이 타결됐지만 전국 31개 지역에서 71개 단체와 시민 등이 38대 버스를 타고 모였다. 주최 쪽은 약 1500명이 참석했다고 추산했다.
이날 희망버스 문화제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결의대회가 끝난 오후 3시30분께부터 시작했다. 이날 연단에는 조선소 안 도크(배를 만드는 작업장)를 점거하고 난간에서 고공농성을 한 6명과, 서울 산업은행 앞에서 단식을 한 3명 등이 오르고,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이 무대 앞에 섰다. 김형수 지회장은 “어떤 분들은 우리 투쟁의 성과가 너무 미약하다고 얘기하지만, 과연 누가 이 자리에서 투쟁을 실패했다, 패배했다, 성과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하늘·노랑·분홍·주황색 등 알록달록한 풍선을 들고 흔들며 무대 위 발언이 끝날 때마다 화답했다. 이번 희망버스를 제안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연단에 올라 파업에 참여한 조선하청노조 조합원들에게 “고생 많았다”고 발언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23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 앞에서 열린 ‘7.23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희망버스’ 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거제/김명진 기자
23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 앞에서 열린 ‘7.23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희망버스’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희망배에 조선 하청 노동자들에게 보내는 종이배를 넣고 있다. 거제/김명진 기자
희망버스를 타고 온 시민들은 연대와 응원의 뜻을 전하기 위해 파업 노동자들을 찾아왔다고 했다. 충남 아산에서 직장동료 3명과 함께 희망버스를 타고 왔다는 허윤제(51)씨는 “흡족하진 않았지만 일단 합의가 이뤄진 데 대한 승리를 축하해야 하고, 앞으로 싸워야 할 일이 많으니 응원의 의미로 왔다”고 말했다. 자녀 2명을 데리고 온 이원수(42)씨는 “2주 전부터 기사를 봤다. 아이들이 철제 구조물 안에 사람이 있는 사진을 보고 ‘감옥이냐’고 물으며 사안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우리가 응원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서 응원하러 왔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협상 타결 이후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부산에 거주하지만, 거제에서 태어나 고3때까지 살았다는 신아무개(35)씨는 “정규직도 이제 대우조선 안에 얼마 남지 않았다. 일은 하청노동자들이 다 하는 데다, 지역 주민들 대부분은 하청 노동자의 가족”이라며 “주민 사정과 직결돼 있으니 계속 참으라고 할 순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조아무개(59)씨도 “임금이 충분히 오르지도 않았고, 손배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착잡했다”며 “솔직히 양쪽 정당이, 특히 야당이 조선업의 원하청 구조에 대한 법적, 제도적 개선 필요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희망버스 문화제는 참가자들이 나무로 만든 2m 높이의 배에 응원의 문구를 적은 종이배를 넣는 ‘하청 노동자 희망배 띄우기’ 등의 퍼포먼스가 끝난 뒤 마무리됐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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