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지난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해 “왜 압수수색도 않고 관련자 조사도 하지 않았느냐”며 수사 책임자를 공개 질책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당시는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이 대표에 대한 징계 결정을 앞둔 시점이었다. 경찰 내부에서는 여권에서 윤리위 결정 전에 강제수사 필요성 등을 압박했던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28일 <한겨레> 취재 결과, 지난달 13일 김광호 청장은 서울청 소속 수사부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다른 사건은 압수수색하면서 왜 이준석 사건은 압수수색도 소환조사도 하지 않았느냐” “유튜브에서는 처벌이 된다고 하는데 법리검토는 똑바로 했느냐”는 취지로 수사책임자인 강일구 서울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총경)을 공개 질책했다고 한다. 김 청장 취임 뒤 처음으로 여러 부서 수사담당자 30여명이 모인 자리였다고 한다.
당시 회의 참석자는 “(이준석 등) 특정 사건만 꼬집어 말한 것은 아닌 것으로 기억한다. ‘이재명 부인 법인카드 사건 등 경기남부경찰청은 신속하게 하지 않느냐. 우리도 그렇게 하자’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전했다. 당사자인 강 총경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수사 경험이 많은 경찰 관계자는 “민감한 사건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경찰에 연락을 안 하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김 청장은 <한겨레>에 “(특정 사건이 아닌) 모든 사건에 대해 일률적으로 ‘사건이 정체돼 있다’고 얘기했는데 와전됐다”고 해명했다. 이 대표 사건을 언급했느냐는 질문에는 “수사대상이 누구냐에 상관 없이 (신속 대응하자는 건) 일관된 소신이자 원칙”이라고 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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