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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현숙 여가부 장관, ‘여성 폭력’ 의미는 알까?

등록 2022-07-29 19:00수정 2022-07-30 01:29

[한겨레S] 다음주의 질문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 25일 새 정부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 25일 새 정부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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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중이었다. 깊은 산속 캠핑장을 찾았다.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이분, 여가부 장관 맞아?’라는 의문이 드는, 황당한 발언 여럿이 기사화됐다. 이기순 여가부 차관은 장관과 경쟁이라도 하는지 그에 못지않은, 여가부에 오래 몸담았다고 보기에는 믿을 수 없는 생각을, 부끄러운 기색 없이 공개적으로 말했다. 여성가족부 ‘넘버1, 2’의 ‘얼토당토않은’ 발언 대잔치였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얼토당토않다’의 뜻을 ‘전혀 합당하지 아니하다’라고 적고 있다.

1993년 12월20일 유엔 총회에서 하나의 결의안이 채택됐다. ‘여성폭력철폐선언’(Declaration on the Elimination of Violence against Women)이 그것이다. 결의안은 여성 폭력을 이렇게 정의한다. “여성에게 신체적, 성적, 심리적인 피해나 고통을 불러오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모든 종류의 젠더에 기반한 폭력을 뜻한다. 이는 공적 또는 사적 생활에서의 협박, 강압, 또는 임의적인 자유의 박탈 등을 포함한다.” 이런 정의가 나온 게 자그마치 29년 전이다.

세상은 쉽게 달라지지 않았고, 여성에 대한 폭력은 만연해 있다. 대학 안에서도 밖에서도, 집 안에서도 밖에서도, 모르는 사람과 있을 때나 아는 사람과 있을 때나 여성은 자신이 여성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술을 먹어서, 짧은 치마를 입어서, 폐회로티브이(CCTV)가 없는 곳에 있어서, 늦은 시간에 집이 아닌 곳에 있어서 여성 폭력의 피해자가 된다? 아니다.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인 사회구조가 있고, 여성 폭력을 용인하는 문화가 있고, 자신의 행동을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 가해자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24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을 두고 “그건 안전의 문제지, 또 남녀를 나눠 젠더 갈등을 증폭시키는 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다음날인 2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 앞서 이뤄진 사전 브리핑에서 전날 발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성별 간의 갈등의 문제로 바라보지 말라는 취지”라고 답했다. 남녀를 나눠 갈등을 증폭시키는 건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현존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직시하고, 누구도 이렇게 다시 목숨을 잃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데 뜻과 힘을 모으자는 게 갈등을 증폭시키는 행위인가?

이에 질세라 이기순 여가부 차관은 28일 <불교방송>(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요즘은) 아이를 안 낳는 게 문제지만, 아이를 낳아도 딸을 더 좋아하는 게 분위기가 바뀌지 않았습니까”라고 했다. 과거에는 남아선호사상이 강했는데 최근에는 달라져 성비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취지였다. 그렇다면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사회가 바뀌어 달성한 성비 균형이 실질적인 성평등 수준의 상승으로 이어졌나? 사회 ‘분위기’가 딸을 선호하는 쪽으로 달라진 게 여성 폭력을 줄이고 있나?

여가부 넘버1, 2의 발언들을 모아놓고 보니 ‘얼토당토않은’이라는 수식어가 꼭 맞다. 윤석열 대통령의 ‘여가부 폐지 로드맵 신속 마련’ 주문에 여성 폭력이 뭔지 공부할 시간이 부족할지 모르겠다. 적어도 단 6항목으로, 짧디짧은 유엔 여성폭력철폐선언 정도는 정독해보시라. 여가부 수장의 ‘합당한’ 발언을 듣고 싶다.

이정연 젠더팀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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