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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청소노동자 3주기 추모 대신…서울대 노동자들, 교내 복구 구슬땀

등록 2022-08-11 14:11수정 2022-08-11 14:28

쏟아진 비로 서울대 건물 잠기고, 도로 갈라지고
“15년 만에 이런 수해는 처음”
학생들도 피해복구 팔 걷어
지난 10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인문대학 한 건물에서 청소노동자들이 밀대로 강의실 안에 들어찬 물을 빼내고 있다. 고병찬 기자
지난 10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인문대학 한 건물에서 청소노동자들이 밀대로 강의실 안에 들어찬 물을 빼내고 있다. 고병찬 기자

폭우가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흙과 쓰레기는 누군가 치워야 한다. 이틀간(8~9일) 물폭탄으로 아수라장이 된 도로나 골목, 학교를 복구하기 위해 지금도 노동자들은 굵은 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대를 찾아가 보니, 학교는 폭우에 도로 곳곳 토사로 덮이고 이를 치우기 위해 굴착기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총장실이 위치한 행정관을 중심으로, 인문대학, 사범대학, 공과대학, 학생회관 건물은 지하와 1층 공간이 어른 무릎 높이 만큼 물이 찼다 빠지는 등 수마가 할퀸 흔적이 뚜렷했다.

역대급 피해로 건물 기능이 마비되면서, 서울대 구성원들은 피해 복구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청소, 시설관리, 식당노동자들은 흙탕물 범벅이 된 일터를 복구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애초 9일 예정됐던 ‘2019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사건 3주기를 추모하는 기자회견’은 “시설 노동자분들께서 새벽부터 침수 복구 작업을 하고 계신 상황”이라며 취소하고 모두 복구작업에 나섰다.

10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인문대학 한 건물 1층에 어른 무릎 높이 너머까지 물이 들어찼던 흔적이 남아있다. 고병찬 기자
10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인문대학 한 건물 1층에 어른 무릎 높이 너머까지 물이 들어찼던 흔적이 남아있다. 고병찬 기자

피해가 컸던 인문대학 건물에서 만난 한 청소노동자는 연신 밀대로 강의실에 들어찬 물을 밀어내며 “15년 만에 이런 수해는 처음”이라고 했다. 한 60대 청소노동자는 “9일부터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3시30분까지 비를 다 맞으면서 일했다. 인문대 소속 청소노동자 13명과 사무실 직원, 보조 직원 할 것 없이 모두 나와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창수 전국대학노조 서울대지부(대학노조) 부지부장은 “학생 식당의 경우에도 20명 조금 넘는 노동자들이 매달려 물바다가 된 300∼400평 규모의 주방과 홀을 복구하고 있다. 내 집이라는 생각으로 일하지만, 인력도 장비도 턱없이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했다.

노동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는 가운데, 학생들도 자발적으로 캠퍼스를 복구하기 위해 나섰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 10일 ‘서울대학교 수해복구 자원봉사자 모집 안내’ 공지를 통해 “건물 복구 작업에 많은 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된다. 수해복구를 도울 방법에 대한 학생들의 문의를 받은 바 있어 학교 쪽과 협의해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11일부터 12일까지 피해가 컸던 인문대학, 사범대학, 공과대학을 중심으로 피해 복구 봉사에 나선다. 김지은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학교 피해 상황을 눈으로 목격하고 청소노동자분들만으로는 피해 복구가 어렵다고 느낀 것 같다. 지금까지 300∼400명 정도의 학생들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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