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건물 내 엘리베이터에 물이 가득 차 있다. 우리하수누수 제공
지난 8∼9일 수도권을 휩쓸고 간 기록적인 폭우 여파로 침수된 건물 엘리베이터가 복구되지 않아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엘리베이터 수리업체는 수리의뢰가 몰리다 보니 침수된 엘리베이터를 완전히 복구하는데 몇주에서 최대 한 달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택배기사와 배달 라이더들은 고층 건물 배달을 거부하지 못해 난감해 한다.
1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과 경기 지역 일부 아파트·오피스텔·상가건물 엘리베이터는 폭우 발생 4일 차에도 침수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특히 고층 아파트의 경우 장기간 고장으로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거주자도 있다. 서울 영등포 21층 높이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ㄱ(35)씨는 “승강기 부품이 침수돼서 7일 이상 운행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며 “고층에 사는 데다가 아이가 있어서 외출도 못 하고, 생필품이 필요한데 택배를 시키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35층 높이 한 아파트도 이날까지 일부 엘리베이터가 작동되지 않아 열풍기를 돌려 승강기를 건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고장으로 수리 중이라는 안내가 붙어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엘리베이터 수리업체 등은 밀려드는 수리 요청에 진땀을 빼고 있다. 승강기 수리업체인 대명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서울 강남과 경기 북부 쪽에서 하루에 20건씩 수리의뢰가 들어오고 있다. 아파트부터 상가건물, 빌라까지 다양하다”며 “대부분 안전장치가 설치돼있는 승강기 아랫부분 피트 침수 건인데, 건조와 수리가 각각 3∼4일 소요돼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 업체는 향후 2주 정도 수리 일정이 꽉 차 있어 의뢰받은 엘리베이터 복구에 최대 한 달이 걸린다고 했다. 서울 동작구·서초구 일대에서 누수·하수 관련 작업을 하는 신일규(52)씨도 “폭우 이후 엘리베이터에서 물을 빼내는 양수 의뢰가 4건 들어왔다”며 “어제 작업하러 간 방배동 건물 승강기의 경우 산에서 흘러내린 흙탕물을 수중모터로 빼내는 데만 2시간이 걸렸다. 정상적으로 이용 가능해지려면 최소 일주일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영등포 한 오피스텔 승강기 앞에는 엘리베이터 수리 예정이라는 안내문에 수리 일정 공지가 여러 번 정정돼있었다.
택배노동자들과 배달 라이더들도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이날 승강기가 고장 난 영등포 한 오피스텔 앞에서 만난 택배노동자는 “1층에 택배를 놓을 공간도 마땅히 없고, 문 앞 배송을 하다 보니 일일이 계단으로 올라가 배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더유니온 쪽은 한 배달 라이더가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에 배달을 갔다가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지하주차장에서 15층까지 걸어 올라가 배달을 했다고 전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달의민족은 라이더가 10층 이상 걸어 올라가 배달할 시 할증료를 지급하고 있지만, 다른 플랫폼은 관련 정책이 없다”며 “그러다보니 라이더들은 승강기가 고장 난 경우 손님과 전화해 만날 층수를 조율하거나, 손님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 걸어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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