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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빗물이 빠진 자리…구슬땀으로 진흙 자국 지우는 사람들

등록 2022-08-12 15:52수정 2022-08-12 23:08

피해 심한 서초구·동작구 복구작업 한창
경비∙청소∙배전 노동자 “잠도 못 자고 일 해”
물기 젖은 현장 감전 등 위험도
11일 오후 4시께 수해 피해가 심각했던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에서 구청 관계자와 군부대, 청소노동자들이 침수된 가구와 쓰레기들을 수거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11일 오후 4시께 수해 피해가 심각했던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에서 구청 관계자와 군부대, 청소노동자들이 침수된 가구와 쓰레기들을 수거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9일 새벽부터 지금까지 폭우로 나온 폐기물을 계속 치우고 있습니다. 말할 힘도 없어요.”

지난 11일 오후 4시께 집중호우 피해가 심했던 서울 서초구 진흥종합상가 경비노동자 ㄱ씨는 겨우 이렇게 말했다. 빗물이 빠진 뒤 상가는 점포 재정비로 분주했다. ㄱ씨의 경비원 복장에는 진흙 자국이 곳곳에 묻어 있었고 손등과 팔에는 폐기물을 치우다 다친 상처들이 확연했다. ㄱ씨는 “상가 침수되고 나서 쉬는 시간 따로 없이 계속 일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8일 밤부터 시작된 중부지방 폭우로 아파트 전체가 정전되고 주차된 차량 대부분이 침수된 진흥아파트는 이날 120여명의 군인이 투입되는 등 피해 복구작업이 한창이었다. 9일 새벽부터 전기 복구 작업에 나선 배선노동자 김아무개(49)씨는 “밤샘 작업으로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11일 오후 4시 기준) 지금까지 70∼80% 복구를 끝냈다. 펌프로 물을 계속 빼내면서 작업하고 있긴 하지만, 전기 배선 작업이 물에 쥐약이라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경비원 임아무개(63)씨도 “주차된 차들이 다 침수돼 견인차로 빼내는 걸 처리하는 와중에 주민들이 ‘물 언제 나오냐’, ‘전기 언제 들어오냐’고 물어와 계속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진흥아파트 인근 진흙 덩어리로 변해버린 편의점 진열대에서 폐기물을 치우던 60대 노동자 ㄱ씨도 “진흥아파트 사거리 인근 편의점 20군데 정도가 침수돼 철거하고 새단장을 한다고 들었다. 9일부터 지금까지 치우느라 눈코뜰새 없었다”고 했다. 현재 진흥아파트 주민 1937명은 침수로 전기와 물 공급이 끊겨 대피 중으로, 13일 이후 복구가 끝나면 돌아갈 예정이다.

11일 오후 5시30분께 수해 피해가 심각했던 7호선 이수역 인근 골목에서 청소노동자들이 침수된 가구와 쓰레기들을 수거하고 있다. 고병찬 기자
11일 오후 5시30분께 수해 피해가 심각했던 7호선 이수역 인근 골목에서 청소노동자들이 침수된 가구와 쓰레기들을 수거하고 있다. 고병찬 기자

같은 날 오후 5시30분께 서울 동작구 사당동 골목도 침수 피해 복구에 여념이 없었다. 폐기물 처리업체 소속 청소노동자 8명이 1t 트럭에 비에 젖은 가구와 폐기물을 싣고 있었다. 이들은 원래 새벽 일반쓰레기 등을 치우는 업무를 맡는 ‘야간조’지만, 동작구청에서 침수 폐기물을 처리해달라는 지원 요청을 받고 일하게 됐다. 이날 만난 청소노동자 김남호(62)씨는 “지금 회사 트럭 10여대와 직원들이 전부 나와서 작업하는데도 이 일대 피해가 심각해 역부족”이라고 했다. 김씨는 “오늘(11일) 아침 7시께 일반쓰레기 수거 업무를 끝냈는데, 오후 3시부터 또 일하고 있다”며 “출퇴근 시간을 따지면 잠도 못 자고 나와서 일하고 있다. 비에 젖은 가구들이 미끄러운지 모르고 들다가 놓쳐서 발등을 찧고, 가구에 박힌 못에 손이 찔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긴급한 상황일수록 복구 작업을 서두르다 다치지 않도록 노동 환경을 조성하고 안전 장비 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직업환경전문의)는 “노동자들이 지나치게 장시간 노동에 투입된다든지, 위험을 무릅쓰게 하는 것은 막아야 하고, 무엇보다 노동자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했을 땐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점을 고지하고 지켜줘야 한다”며 “특히 수해 상황에서 더욱 위험한 전기 관련 작업 시에는 침수된 곳에 임의접근을 금지하고 안전이 확보된 후에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갑 조선대 의대 교수(직업병안심센터 센터장)는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열 탈진이나 열경련과 같은 열성질환 예방을 유의하고, 침수 지역을 들어갈 땐 감전과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고무장화 등 최소한의 장비를 갖추거나 물을 뺀 다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4시께 집중 호우로 침수됐던 서울 서초구 진흥종합상가 지하1층. 박지영 기자
11일 오후 4시께 집중 호우로 침수됐던 서울 서초구 진흥종합상가 지하1층. 박지영 기자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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