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방에서 일가족 세명이 참사를 당한 것과 관련해 폭우참사 희생자 추모 주거단체가 22일 오전 서울시의회 앞에 차려진 시민분향소 앞에서 주거취약층이 겪는 재난위험 해결을 위한 근본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낮은 곳이 더 이상 물에 잠기지 않는 동등한 장소가 되길 바랍니다. 신경 쓰지 못해 죄송합니다.”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외면하지 말고 변화를 다 함께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22일 낮 12시께 서울시의회 앞에 마련된 폭우 참사 희생자 추모를 위한 ‘시민분향소’에는 시민들이 남긴 메모지 50여개가 분향소 텐트 한쪽 벽면에 붙어 있었다. 오전 9시부터 문을 연 시민분향소에 10여명의 시민들이 찾아 폭우로 희생된 이들을 위해 헌화와 묵념을 했다.
22일 낮 12시 서울시의회 앞에 차려진 시민분향소 텐트 한쪽 벽면에 시민들이 적은 추모 메모들이 붙어 있었다. 박지영 기자
이날 오전 재난불평등추모행동, 주거권네트워크 등 주거시민단체들은 시민분향소 앞에서 ‘주거취약계층의 재난 위험 근본적 해결 위한 10대 정책과제 요구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주거취약계층의 반복되는 재난 위험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이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 거주할 수 있도록 주거권을 보호하는 3대 분야 10개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단체들은 “이번 폭우로 피해를 겪은 반지하 가구 세입자들은 반지하에서 이사하고 싶어도 보증금과 이사비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반지하에서 어디로 이사해야 가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라며 “반지하 가구가 부담 가능한 수준의 지상층 주택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반지하와 유사한 열악한 주거지가 생겨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는 노후 임대주택 재건축을 통해 공공임대주택 23만호를 반지하 가구에 공급하고, 지상으로 이주하는 반지하 가구에 월 20만원씩 2년간 주거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노후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주거취약계층과 고시원, 쪽방, 여관 등 ‘집이 아닌 집’에 거주하는 가구 수 등을 고려해볼 때 현실성이 매우 떨어질 뿐만 아니라 반지하에서 지상층으로 이사하는데 필요한 보증금과 월세를 고려하면 주거비 지원액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했다.
지난 8일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방에서 일가족 세명이 참사를 당한 것과 관련해 폭우참사 희생자 추모 주거단체가 22일 오전 서울시의회 앞에 차려진 시민분향소 앞에서 주거취약층이 겪는 재난위험 해결을 위한 근본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단체는 정부와 국회가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단체는 “반지하뿐만 아니라 고시원, 쪽방, 비닐하우스 등 기후위기로 인해 점차 심화되고 있는 각종 재난에 취약한 비주택 또는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들을 위한 종합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며 “주거취약계층이 안전한 환경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부담가능한 공공임대주택이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고 했다.
단체는 10대 정책과제로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주거품질 연계하는 방향의 주거비 지원 확대 △주거·안전 기준 강화 △주거품질 제고 위한 관리·감독 법제화 및 관련 인력과 예산 지원 확보 △주거급여 대상 기준중위소득의 60%로 확대 △아동·청년 등 미래세대에 대한 주거비 지원 강화 △주거복지센터 전국 확대 설치 등을 정부와 국회에 제시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