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공동취재사진
‘검찰 수사권 축소법안(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을 해석하는 법무부의 이중잣대가 입길에 오른다. 이 법안의 위헌성을 주장할 땐 검찰 수사권이 ‘부패·경제범죄’에 국한돼 위헌이라고 주장하더니, 시행령을 만들 땐 법 해석상 ‘등 중요범죄’를 수사해도 문제없다는 식이다. 필요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는 법무부 행태를 두고 ‘이율배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법무부의 권한쟁의심판 청구서를 보면, 법무부는 지난 6월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290여쪽 분량 청구서에서 국회가 지난 4월과 5월 각각 통과시킨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이 검사의 수사 소추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했다. 당시 법무부는 “2020년 (법)개정으로 검사 직접수사개시 기능 영역이 6대 범죄로 제한됐고, 이어 2022년 (법)개정은 그 대상 영역을 (부패·경제범죄 등) 2대 범죄로 더욱 제한하는 취지의 법 개정이 이뤄지게 됐다”며 “이로써 직접수사를 수행할 수 없게 돼 소추권의 정상적 행사 자체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개정법안의 수사권 범위 제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뒤 헌법을 통해 검사에게 보장된 수사기능이 침해됐다는 논리로 주장한 셈이다.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으로 검찰 직접 수사개시 범죄가 2대 범죄로 제한됐다는 취지로 법무부가 지난 6월 헌재에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서(위). 지난 11일 발표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 등 입법예고’ 보도자료에서 법무부는 2대 범죄 외 중요 범죄가 수사개시 범위에 포함된다고 설명(아래). 전광준 기자
그러나 두달 뒤 같은 법에 대한 법무부 주장이 정반대로 뒤집힌다. 법무부는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대폭 확대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검찰청법은 검사 수사개시가 가능한 ‘중요 범죄’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해 구체적 범위를 정부가 설정하게 했다”며 “예시로 규정된 부패·경제범죄 외 정부가 구체적 범위를 정한 ‘중요 범죄’가 수사개시 범위에 포함된다는 점이 법 문언 상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은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의 예시로 부패·경제범죄를 들고 있을 뿐, 그것만 수사하라는 취지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런 법무부 설명은, 개정된 법안이 검사 직접 수사 개시 영역을 2대 범죄로 제한해 수사권 등을 침해한다는 권한쟁의심판 청구서 내용과 모순된다.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런 법무부의 이중 잣대가 논란이 됐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무부가 헌재에 낸 청구서 내용과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때 낸 법무부 보도자료를 비교하며, “법에 대한 (다른) 해석론이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며 “두 내용이 모순된 게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 장관은 “(헌재에 낸) 권한쟁의심판은 법률 자체의 위헌성 이유를 설명하는 내용”이라며 “시행령은 이 법률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행됐을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로직(논리)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법무부의 모순되는 주장 탓에 법무부가 낸 해당 법안 효력정지 가처분을 헌재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반론의 여지를 준 국회 입법 미비도 잘못이지만 법무부 주장 자체는 이율배반적”이라며 “법무부가 시행령으로 검사 수사 범위를 넓혔는데 헌재가 굳이 법안 효력 정지 필요성을 느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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