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3년 만에 대면으로 학위수여식을 진행했다. 올해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미 프리스턴대 교수가 29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체육관에서 제76회 후기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이번 졸업식에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졸업을 한 2020 전기부터 올해 전기 졸업자 중 희망자들도 행사에 참여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취업·결혼·육아·교육·승진·은퇴·노후 준비를 거쳐 어디 병원 그럴듯한 일인실에서 사망하기 위한 준비에 산만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07년도 여름에 졸업한 수학자 허준이입니다”라는 말로 졸업 축사를 시작한 허준이 프리스턴대 교수는 3년 만에 대면으로 치러지는 학위수여식에 참여한 후배들 앞에서 격려와 희망의 축사를 남겼다.
“제 대학 생활은 잘 포장해서 이야기해도 길 잃음의 연속”이었다는 그는 더 큰 도전을 앞둔 졸업생들에게 “무례·혐오·경쟁·분열·비교·나태·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말길,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길 바란다”고 당부하며 축사를 마무리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학사·수리과학부 석사 학위를 받은 서울대 동문 허 교수는 이날 축사에 앞서 한국계 수학자 최초로 수학계 노벨상인 필즈상을 받은 공로로 ‘제32회 자랑스러운 서울대인’ 상을 받았다.
서울대가 3년 만에 대면으로 학위수여식을 진행했다. 29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체육관에서 제76회 후기 학위수여식이 열려 오세정 총장(왼쪽)이 올해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미 프리스턴대 교수에게 ‘자랑스런 서울대인’ 상을 수여하고 있다. 이번 졸업식에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졸업을 한 2020 전기부터 올해 전기 졸업자 중 희망자들도 행사에 참여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대학가에서 하계 학위수여식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9일 서울대도 3년 만에 대면으로 ‘제76회 후기 학위수여식’을 진행했다. 이번 학위수여식에서는 졸업식이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학위수여식이 진행됐던 2020년 2월부터 2022년 2월 졸업생 500여명과 허준이 교수까지 참석해 그 의미를 더했다.
3년 만의 대면으로 졸업식에 참여하게 된 졸업생과 학부모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간호학과를 졸업하는 박조은(22)·이효원(23)씨는 “취업에 성공해 졸업할 수 있어 마음이 후련하다. 특히 대면 졸업식 덕분에 많은 추억을 남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뇌과학 석사 학위를 받는 딸과 함께 온 어머니 김정희(59)씨는 “그동안 딸이 대견하고, 다들 그동안 학위를 받으려고 얼마나 애썼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하다”며 “코로나 전에는 늘 있는 졸업식인데 어려움을 거치고 모이니까 졸업이라는 의미가 더 감사하고, 고맙다. 생생한 느낌이 참 좋다”고 했다.
서울대가 3년 만에 대면으로 학위수여식을 진행했다. 졸업생과 가족들이 29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제76회 후기 학위수여식이 끝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번 졸업식에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졸업을 한 2020 전기부터 올해 전기 졸업자 중 희망자들도 행사에 참여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대면 졸업식을 경험해보지 못한 졸업생들은 이제 아쉬움 없이 졸업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회사에 공가를 내고 졸업식에 참여 했다는 이아무개(26)씨는 “늦게나마 대면으로 졸업식을 하게 돼서 좋다. 한 번뿐인 졸업식이니 공가를 내서라도 오고 싶었다”고 했다. 잠깐 짬을 내 학위수여식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안지혜(30·국제농업기술대학원)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졸업식을 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학교에서 초청장을 보내 참석하게 해줘서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며 “이제 아쉬움 없이 졸업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서울대가 3년 만에 대면으로 학위수여식을 진행했다. 졸업생들이 29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제76회 후기 학위수여식이 끝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번 졸업식에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졸업을 한 2020 전기부터 올해 전기 졸업자 중 희망자들도 행사에 참여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번 학위수여식에서는
민주화운동 당시 제적돼 졸업하지 못했던 민주화 열사 7명이 짧게는 30여년, 길게는 40여년 만에 명예졸업증서를 받아 졸업하게 됐다. 명예졸업증서는 유족들이 대리로 받았다. 김태훈 열사(경제학과 78학번)의 누나인 김아무개(67)씨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지 벌써 30∼40년이 지났는데, 생전에 동생의 명예졸업증서를 받아보셨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싶다. 늦은 감이 있어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학묵 열사(사회학과 78학번)의 형 김준묵 한국포인트거래소 회장은 “이번 명예졸업증서 수여로 가족들 입장에선 위로가 된다. 그 당시 열사의 동료들에게도 나름대로 위안이 될 것 같다. 이젠 살아있는 자들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과 완성을 위해서 자신의 몫을 다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번 학위수여식에서 명예졸업증서를 받은 민주화 열사들의 유가족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고병찬 기자
서울대가 3년 만에 대면으로 학위수여식을 진행했다. 졸업생들이 29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제76회 후기 학위수여식이 끝난 뒤 학사모를 위로 던지며 졸업을 자축하고 있다. 이번 졸업식에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졸업을 한 2020 전기부터 올해 전기 졸업자 중 희망자들도 행사에 참여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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