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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화장실 ‘뛰어서’, 점심 ‘30분’ 내…당당치킨 대박은 살인 노동 결과물”

등록 2022-08-31 13:40수정 2022-08-31 13:51

휴식·점심시간 쪼개서 일하는 조리 노동자들
“매출 10배 늘었지만, 인력은 그대로”
회사는 “적정생산량 조정”
노동자들 “현장은 변화 없어”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들머리에서 마트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당당치킨 인기에 가려진 조리 노동자들의 근무실상을 설명하며 본사에 인력충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들머리에서 마트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당당치킨 인기에 가려진 조리 노동자들의 근무실상을 설명하며 본사에 인력충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당당치킨이 처음 출시됐을 땐 할만했어요. 장사도 잘되고, 소비자들도 좋은 조건에 치킨을 드실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점점 물량이 늘어나더라고요. 일은 늘어나는데, 인력은 그대로니 아침에 일찍 출근하고 퇴근을 늦게 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당당치킨이 뭐길래 이렇게까지 하는지…”

홈플러스 금천점 조리매장에서 일하는 12년차 조리 노동자 신순자(55)씨는 당당치킨이 출시된 이후 2∼3시간 연장근무를 할 때가 많아졌다고 했다. 조리 노동자 4∼5명이 50여 가지의 기존 메뉴는 그대로 만들면서 하루 120마리의 당당치킨을 튀기는 일까지 떠맡으면서 업무시간 안에 일을 마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신씨는 노동강도가 급격히 강해지면서 기존에 앓고 있던 팔과 목디스크의 통증이 더 심해졌다고 했다. 팔을 들기 어려워질 정도로 상태가 악화된 그는 지난 22일부턴 병가를 내고 하루 20만원이 드는 치료를 세 차례 정도 받았다. 그가 <한겨레>에 보여준 월급통장엔 7월달 월급으로 ‘166만5850원’이 찍혀있었다.

그는 지난 13일을 떠올리며 "허리가 끊어지는 줄 알았다"고 했다. 이날 금천점 조리매장에 할당된 치킨은 264마리. 아침 7시에 출근한 신씨는 홀로 닭 12마리들이 22상자, 18㎏짜리 기름통 10개를 물류창고에서 조리매장 냉장고까지 50m가량을 이동해 옮겨야 했다. 업무가 시작되고 동료 3명과 시간마다 배정된 당당치킨 수량을 맞추기 위해 화장실은 ‘뛰어서’, 점심은 ‘30분’ 내에 빠르게 해결했다. 쉬는 시간은 사치였다. “누군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누가 여기서 일하래? 그만두면 되잖아’ 그런데 저 같은 저임금 노동자들은 하루 벌어 하루 쓰는 사람들이에요. 갑자기 일을 그만두면 한 번에 20만원 나오는 치료비는 어떻게 감당하며, 우리 가족 생계비는 누가 감당하나요? 아파도 하는 겁니다.”

‘6990원’ 당당치킨 열풍이 거세지면서 신씨처럼 업무량 증가에 고통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당당치킨 대박은 살인적인 노동강도의 결과물”이라며 조리인력을 당장 충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31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조리노동자 인력충원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당당치킨 출시 이후) 매출은 10배 가까이 늘었으나 조리노동자 수는 그대로”라며 “매출 규모에 맞는 인력충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당당치킨 매출 대박은 절대 오래갈 수 없다”고 했다. 노조의 설명을 들어보면 당당치킨 출시 전 조리매장의 치킨 판매량은 한 달 평균 3∼4만 마리가량이었는데, 지난 6월30일 출시 이후 8월21일까지 46만 마리가 팔려 단순 계산으로 하루 1만 마리씩 팔리고 있다. 그러나 이를 담당하는 조리매장의 노동자 숫자는 매장당 5∼8명으로 거의 변동이 없다고 한다.

31일 오전 10시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들머리에서 당당치킨을 사려는 시민들이 줄 서 번호표를 받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31일 오전 10시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들머리에서 당당치킨을 사려는 시민들이 줄 서 번호표를 받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조리노동자들의 노동환경 문제가 언론을 통해 논란이 되자 회사는 적정생산량을 조정하고 노동자들의 휴식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노조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고 했다. 한정영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간석지회장은 “노조 항의로 수량도 제한하고, 쉬는시간도 보장하겠다는 공문을 받아서 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보여주기식에 머물고 있다. 인력충원을 얘기해도 회사에서는 생각도 안 하는 것 같다”며 “인원충원을 통해 정당한 휴식권을 보장하고 적당한 업무 강도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규채용만이 답이다”라고 했다.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위원장은 “당당치킨으로 인한 오랜만의 매출 대박 소식에 노동자들도 반갑고 좋았다.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일궈놓은 홈플러스가 계속 발전하길 바란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 인력충원이 시행되지 않고 노동자들의 희생과 착취가 계속된다면 노조는 자체로 특단의 대응에 돌입할 것”이라고 했다.

신순자(55)씨는 지난 13일을 떠올리며 "허리가 끊어지는 줄 알았다"고 했다. 이날 금천점 조리매장에 할당된 치킨은 264마리. 아침 7시에 출근한 신씨는 홀로 닭 12마리들이 22상자, 18㎏짜리 기름통 10개를 물류창고에서 조리매장 냉장고까지 50m가량을 이동해 옮겨야 했다. 신순자씨 제공
신순자(55)씨는 지난 13일을 떠올리며 "허리가 끊어지는 줄 알았다"고 했다. 이날 금천점 조리매장에 할당된 치킨은 264마리. 아침 7시에 출근한 신씨는 홀로 닭 12마리들이 22상자, 18㎏짜리 기름통 10개를 물류창고에서 조리매장 냉장고까지 50m가량을 이동해 옮겨야 했다. 신순자씨 제공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들머리에서 마트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당당치킨 인기에 가려진 조리노동자들의 근무실상을 설명하며본사에 인력충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들머리에서 마트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당당치킨 인기에 가려진 조리노동자들의 근무실상을 설명하며본사에 인력충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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