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물가안정 365’ 행사에서 큰 호응을 얻은 자체 브랜드 생수. 홈플러스 제공
‘우리가 더 싸게 판다!’
고물가 속 가격 재인상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대형마트 업계가 앞다퉈 최저가 마케팅에 나서며 가격 경쟁에 불을 댕기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가격 끝 프로젝트’와 ‘물가안정 티에프 가동’ 등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 ‘당당치킨’으로 소비자의 호응을 얻은 홈플러스도 ‘에이아이(AI) 최저가격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홈플러스 에이아이 최저가격제는 매주 ‘50개 핵심 상품’을 선정해 대형마트 3사 온라인몰 판매가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업계 최저가를 유지하는 것이다. 50개 핵심 상품은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활용해 매출 상위 품목 가운데 고객 수요가 많은 먹거리와 생필품 위주로 선정한다. 바나나, 방울토마토, 쌀, 양념소불고기, 두부, 생연어 등이 대표적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고물가 장기화 우려 속에서 고객에게 필요한 다양한 상품을 연중 할인 판매함으로써 고객 부담을 낮추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이미 지난 2월부터 두부, 콩나물, 우유, 화장지 등 자체 브랜드(피비·PB) 상품을 연중 상시 저가에 판매하는 ‘물가안정 365’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홈플러스 집계를 보면, 물가안정 365 대상 품목 25개는 올해 2월3일~7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늘어나는 등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생수(2ℓ 6개들이) 매출은 183%, 국산콩 두부(300g 2개들이)는 83% 증가했다.
‘반값 치킨’ 전쟁을 불러온 홈플러스의 당당치킨. 홈플러스 제공
앞서 이마트는 지난달 4일부터 우유 등 ‘40대 필수품목’을 다른 대형마트는 물론 쿠팡과 비교해 상시 최저가로 판매하는 ‘가격의 끝’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롯데마트 역시 물가안정 티에프 가동을 통해 카테고리별 매출 상위 30%를 차지하는 생필품 500여 품목에 대한 집중 관리에 나선 바 있다. 매주 목요일 실시간으로 가격 수준을 평가해 매가를 조정하고 대안을 찾는 방식이다.
대형마트 최저가 경쟁의 끝판왕은 앞서 벌어진 ‘반값치킨’이다. 홈플러스는 6990원짜리 ‘당당치킨’을 선보이며 대형마트 ‘반값치킨’ 경쟁을 촉발시켰다. 당당치킨은 지난 6월30일 출시 이후 이달 21일까지 약 50일간 46만마리가 팔려나갔다고 홈플러스는 설명했다. 이에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각각 5980원짜리 ‘후라이드 치킨’과 8800원짜리 ‘한통 치킨’을 내놓으며 맞불을 놓은 바 있다.
대형마트 반값 경쟁 전선이 초밥과 피자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마트 초밥 판매대. 이마트 제공
반값 경쟁의 전선은 피자와 초밥 등으로 확대 중이다. 이마트는 이달 말까지 매장에서 직접 만든 소시지 피자를 1인 1판 한정으로 5980원에 출시했다. 18개짜리 이(e)-베스트 모둠초밥을 1만2980원이라는 파격가에 내놓기도 했다. 홈플러스는 자체 브랜드 상품 ‘시그니처 피자’(2~3인분) 가격을 4990원에서 2490원으로 내려 대응에 나섰다.
대형마트의 최저가 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치킨에 이어 피자와 초밥으로 이어진 ‘반값 전쟁’은 물가안정이라는 키워드와 맞물리며 고객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며 “마트에 와서 반값 제품만 사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미끼상품으로서의 매력도가 높아 앞으로 반값이나 최저가 경쟁 품목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10여년 전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 논란처럼 골목상권 침해라는 이슈조차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소비자들도 그만큼 고금리와 고물가에 부담을 느끼며 시장경쟁 논리에 수긍하는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