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병원으로 전환을 앞둔 경기도의 한 어린이집에 공사가 한창이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아이들의 웃음과 이야기 소리로 가득했을 경기도의 어린이집이 망치와 드릴 소리로 요란하다. 원아들이 뛰놀던 놀이터는 공사 자재들로 덮였고, 통학버스가 서 있던 주차장은 폐기물을 실은 트럭이 차지했다. 이 어린이집은 지난 2월 문을 닫았다. 해마다 줄어드는 원아에 확산하는 코로나19 등으로 경영난이 가중돼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정원을 못 채운 지는 이미 오래됐다. 심사숙고 끝에 어린이집 원장은 노인요양병원으로 바꾸기로 했다. 20분 거리에 있는 다른 어린이집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해가 질 무렵, 10명이 채 안 되는 아이들이 차례대로 통학버스에 올라 집으로 향한다. 메아리처럼 번지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지자 어린이집엔 고요가 내려앉았다.
별모양 장남감이 잔해 속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백소아 기자
원생들이 사용했던 의자에 먼지가 쌓여있다. 백소아 기자
8월까지 운영 예정인 또 다른 어린이집은 7개 교실 중 4개만 사용하고 있다.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교실이 비기 시작했다. 108명 정원의 어린이집엔 지금 36명이 다니고 있다. 만 3살부터 5살까지의 유아혼합반에는 스무명 남짓의 아이들이 있지만, 그보다 어린 영아반엔 원아가 없다. 만 2살 반인 나래반 마지막 원생 2명이 만든 나비 2마리가 날지 못한 채 창문에 붙어 텅 빈 교실을 지키고 있다.
어린이집 마지막 원생 2명이 만든 나비 모양 장난감이 창에 붙어 있다. 백소아 기자
원생들이 사용했던 장남감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백소아 기자
경기도에서는 최근 2년간 2천곳이 넘는 어린이집이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확산과 오르는 임대료도 문제지만, 가장 큰 이유는 원아 수 감소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지역 내 평균 연령(41.3살)이 낮고, 유일하게 인구가 꾸준히 증가했으나, 저출산에 따른 영유아 감소 문제를 피하지 못했다. 장연화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정책연구소장은 “민간 어린이집 경우의 원아 1인당 추가 보육료가 지급됐지만, 갈수록 줄어드는 원아 수에 선생님들 인건비조차 주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문을 닫게 된다”고 밝혔다. 폐원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일시적 지원에 나선 지방자치단체들도 있지만 반별 지원금 같은 긴급보육 관련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 장 소장은 “한명의 아이라도 보육을 받을 수 있게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원장선생님이 어린이집을 나서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백소아 기자
2021년 전국 영유아 수는 203만명으로 10년 전보다 30% 가까이 줄었고, 어린이집은 10곳 중 2곳 이상이 문을 닫았다. 지역 어린이집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현실이다. 폐업으로 인한 보육 공백은 가정 돌봄화로 이어져 학부모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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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2일자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