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5월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입장하며 손들어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검찰은 왜 9개월 넘도록 도이치모터스 사건 ‘마지막 피의자’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혐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을까. 검찰 안팎에서는 ‘불기소 처분 시점을 놓쳤다’ ‘그냥 덮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등 의견이 분분하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에서 수사 중이다. 검찰은 지난해 11~12월 초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전 회장 등 주가조작 주요 가담자를 모두 재판에 넘겼다. 김 여사로부터 10억원이 든 계좌를 전달받아 관리했다는 주가조작 선수 이아무개씨도 구속기소했다. 당시 수사팀은 김 여사에 대한 수사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했지만, 이후로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검찰이 이미 무혐의 결론을 내놓고 발표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김 여사 계좌가 주가조작에 쓰였을 뿐 직접 주가조작에 나섰다는 뚜렷한 증거는 없다는 논리다. 주가조작 종잣돈을 대는 ‘전주’는 보통 무혐의 처분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만 검찰이 김 여사 무혐의 처분 시점을 놓쳤다는 것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5일 “무혐의 처분을 하려면 대통령 취임 전에 털었어야 했다. 타이밍을 놓친 뒤 사건만 쥐고 정권 눈치보기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잦은 ‘여사 리스크’가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상황에서, 무혐의 후폭풍을 우려해 검찰이 정무적으로 발표 시점을 늦추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드러난 사실과 정황으로 볼 때 수사팀 내부에서 무혐의 처분을 두고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공소장을 보면, 권 전 회장 등이 가장·통정매매, 고가·허위매수 등 주가조작을 한 기간에 김 여사 명의 거래가 주식 수로는 9.1%(매수액 기준 7.7%)에 달한다. 김 여사 명의 계좌 5개에서 284차례 시세조종이 있었으며, 김 여사 모친인 최아무개씨 증권계좌도 주가조작에 이용된 정황이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 취임식 브이아이피(VIP)석에 주가조작 핵심 피고인인 권 전 회장의 아들이 초청돼 참석한 사실도 드러났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출신 변호사는 “단순한 ‘전주’라면 진작에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됐어야 했던 사안이다. 무언가 나왔기 때문에 마냥 덮어줄 수 없는, 그래서 검찰이 사건만 쥐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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