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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손흥민 꿈’ 머리로만 꾼다…초등 1~2학년, 체육교과 없어

등록 2022-09-08 07:13수정 2022-11-11 07:33

[학교체육, 숨구멍이 필요해]
시리즈 ②아이들을 자유롭게 하라
체육·음악·미술 통합교과 시행
통합 교육 구체 시행안은 없어
아이들 운동장서 체육 대신 놀이

전문가 “그 시기 달리고 굴러야
평생 건강·근육 기초 다지게 돼”

2021 교육부가 발표한 초등학생의 직업 선호도 1위는 ‘운동선수’다. 최근 3년간 추세에서도 부동의 1위다. 손흥민이나 김연아 등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스포츠 스타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조사엔 또 다른 진실이 있다. 몸을 움직일 때 느끼는 생의 활력을 아이들도 감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체육시간을 가장 좋아해요”라는 학부모와 교사의 말은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평생운동의 기본을 닦는 만 5~7살, 한국의 초등학생은 기본움직임기술(Fundamental Movement Skills)을 배울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손흥민은 아버지 밑에서 배웠지만, 초등학교 1~2학년은 제도적으로 “손흥민의 꿈”을 머리로만 새기고 있다.

현행 초등학교 1~2학년은 1982년 개정된 4차 교육과정에 따라 체육, 음악, 미술을 합친 통합교과 수업을 받는다. 교과명도 ‘즐거운 생활’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이들은 통합적 사고가 부족하고 직관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교과를 통합해 창의성을 키우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왜 체육을 음악, 미술과 묶었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못했다.

교육부에 통합교과 이론을 제공하는 한국통합교육과정학회 쪽에 이메일 질의서를 보냈지만, 학회 쪽은 아예 답변조차 거부했다. 대신 통합교육과정학회 쪽은 “각기 다른 주장은 있게 마련이다. 현장에서 교과를 결정하는 것은 담임선생이다.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통합교과를 운영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합교육의 이상과 달리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통합교과 체제에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는 교사 설문 결과도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 이뤄지는 통합교과 내 체육의 모습은 빈약하다. 8월 대한체육회가 주최한 학교체육진흥포럼에서 한 초등학교 체육전담 교사는 “1~2학년 통합교과 시간에 아이들이 운동장에 나오지 않는다. 답답하다”고 말했다. 통합교과의 취지에 따라 교사는 움직이고, 노래하고, 그리는 것을 수업에서 결합해야 하는데, 세부적인 프로그램이나 전문성을 위한 체계가 없어 형식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교육부는 초등학교 체육 교육의 목표로 ‘다양하고 지속적인 신체활동, 신체활동 가치의 내면화, 신체 역량의 육성’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1~2학년 통합교과로는 지속적 신체활동이 애초부터 어렵다. 따라서 가치를 내면화하고, 이를 통해 건강, 도전, 경쟁, 표현, 안전의 5대 교육영역을 강화하는 게 쉽지 않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통합교과여서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계절에 맞춰 수업하라고 하는데, 바람을 주제로 ‘태풍놀이’라고 억지로 수업을 구성할 수는 있지만, 결국 술래잡기 정도의 체육활동을 넘어서기 힘들다. 끼워 맞추기 식이다”라고 비판했다.

초등학교 1학년 통합교과서의 ‘태풍놀이’ 예시. 블로그 갈무리
초등학교 1학년 통합교과서의 ‘태풍놀이’ 예시. 블로그 갈무리

초등학교 1~2학년 체육은 아이들의 운동신경 발달의 최적기다. 미국 데이비드 갤러휴 교수의 운동신경발달 모형에서는 2살부터 14살까지 기본움직임기술(FMS)이 개발되고 정교해지는 시기로 구분한다. 이 가운데 초등학교 1~2학년인 만 6~7살은 기본움직임 성숙단계에 속한다.

정현우 한국스포츠과정책과학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을 차는 것도 어려서부터 하면 쉽고 빠르게 배우고, 나중에라도 그 기능이 기억돼 더 빨리 종목과 친해진다. 더욱이 달리고, 구르고, 차고, 잡고, 던지는 대근(큰 근육) 운동은 평생 건강의 기초를 다지는 길이다. 늦어지면 손해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여학생 체육활동 활성화를 위해서도 남녀 2차 성징이 드러나기 전인 유치원과 초등학교 1~2학년 때 아이들에게 운동의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여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체육활동에 참여한다”고 강조했다.

초등 1~2학년 체육 통합교과가 영원한 진리는 아니다. 1982년 통합교과 정책에 따라 초등학교 1~2학년 국어는 사회, 도덕과 함께 바른 생활, 수학은 자연과 함께 슬기로운 생활로 통합됐다. 하지만 현장에서 교육 효과의 실효성이 없다는 반발에 부닥치면서 원상 복구됐다. 1~2학년 체육 교과도 그동안 학계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로 2009년, 2015년 교육과정 개편 때 분리로 가닥이 잡혔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막판에 사장됐다.

조미혜 인하대 교수는 “통합의 이상이 좋더라도 현실에서 제대로 실행될 수 없는 것이라면 바꿔야 한다. 요즘엔 국어의 경우 말하기·듣기, 읽기, 쓰기처럼 세분화하고 있다. 여러 선진국이 한국과 달리 초등학교 1~2학년부터 체육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아이들의 건강한 삶이 교육 정책의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등 1~2학년들은 가만히 앉아있지를 못한다. 생명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기본움직임기술 또한 엘리트나 스타 선수의 독점물이 아니다. 모든 아이들이 몸의 요청에 따라 마음껏 체육 활동을 할 수 있는 세상이 건강한 사회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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