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이 글로벌 순위 8위에 오르는 등 인기를 끌면서 실제 과거 사건도 재조명 받고 있다.
지난 9일 공개된 윤종빈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작인 <수리남>은 남미의 작은 국가 수리남에서 암약한 한국인 마약상(황정민)과 그를 잡는 국정원 요원(박해수)의 작전에 투입된 민간인 사업가(하정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배우 황정민이 연기한 전요환은 수리남에서 마약밀매조직을 만들어 대한민국 마약왕으로 불렸던 조아무개(70)씨를 모델로 삼았다. 조씨는 1994년 10억원대 건축 사기 사건으로 수사망이 좁혀오자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수리남으로 도주했다. 드라마에서는 민간인 협력자(하정우)가 생선 가공공장을 차린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조씨가 수리남에서 생선 공장을 운영했던 ‘피시맨’(fishman)이었다. 유가 상승 등으로 사업이 어려워지자 그는 그동안 사업을 통해 다져놓은 인맥으로 남미 최대 마약 카르텔 조직인 ‘칼리 카르텔’과 손을 잡고 마약 밀매조직을 구축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수리남 대통령이었던 데시 바우테르서와도 친분이 있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극중에서도 당시 수리남 대통령이 조씨를 돕는 내용이 등장한다. 데시 바우테르서는 2002년 마약밀매 혐의로 징역 11년형을 선고받은, 마약사범 출신 대통령이었다.
극중에선 한인교회 목사로 나오는 전요환이 열성 신도들을 마약 운반책으로 삼지만, 실제 조씨는 수리남 동포들과 국내에 있는 한국인들을 일종의 ‘고액 알바’로 범행에 끌어들였다. “보석 원석을 운반해주면 400만~500만원을 주겠다”며 주부, 용접공, 미용실 직원 등 한국인들을 꼬드겼다. 자신이 마약 밀수에 이용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프랑스·네덜란드를 넘나들며 심부름을 하던 한국인들은 현지에서 체포돼 1년 6개월~5년 동안 외국에서 옥살이해야 했다. 2004년 아는 사람이 부탁한 짐을 옮기다가 프랑스 세관에서 마약 운반책으로 붙잡혀 1년4개월간 옥살이를 한 주부 장미정씨 이야기는 2013년 영화 <집으로 가는 길>로 각색되기도 했다.
이 사건을 통해 조씨의 정체를 알게 된 검찰은 2005년 6월 조씨를 인터폴에 수배했고, 국정원이 본격적인 검거에 나선 건 조씨가 마약을 국내에 공급하기 위해 판로를 모색 중이라는 첩보가 입수된 2007년 10월이다. 수리남에서 사업을 하다 조씨에게 피해를 본 민간인 사업가가 주베네수엘라 한국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해오면서 국정원의 설득 끝에 작업에 투입됐다. 국정원과 미 마약단속국이 꾸며낸 가상의 재미교포 마약상과 조씨 사이의 마약 거래를 중개하는 척한 것이다. 결국 조씨는 국정원과 미국 마약단속국, 브라질 경찰과의 공조로 2009년 7월 체포됐다. 극중 수리남에서 붙잡히는 전요환과 달리, 조씨는 직접 거래를 위해 브라질 상파울루에 갔다가 과률류스 국제공항에서 체포됐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의 범죄인 인도 결정으로
2011년 국내 압송된 조씨는 사기, 마약밀수 등 혐의로 징역 10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출소한 뒤 행적은 알려지지 않았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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