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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38년 지나도 ‘김순석들’ “거리의 턱을 없애주십시오” 외친다

등록 2022-09-19 18:06수정 2022-09-19 20:41

1984년 9월19일 ‘서울거리 턱을 없애달라’
서울시장에게 유서 남기고 목숨 끊은 장애인 김순석
장애인단체 “38년 지났지만, 여전히 이동권 보장은 요원”
19일 오후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김순석열사 38주기 ‘서울거리의 턱을 없애주세요’ 추모식이 진행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19일 오후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김순석열사 38주기 ‘서울거리의 턱을 없애주세요’ 추모식이 진행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시장님, 왜 저희는 골목골목마다 박힌 식당 문턱에서 허기를 참고 돌아서야 합니까. 왜 저희는 목을 축여줄 한 모금의 물을 마시려고 그놈의 문턱과 싸워야 합니까. 도대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지 않는 서울의 거리는 저의 마지막 발버둥조차 꺾어놓았습니다. 시내 어느 곳을 다녀도 그놈의 턱과 부딪혀 씨름을 해야 합니다. 택시를 잡으려고 온종일을 발버둥 치다 눈물을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휠체어만 눈에 들어오면 그냥 지나치고 마는 빈 택시들과 마주칠 때마다 가슴이 저렸습니다.” (1984년 9월19일 지체장애인 김순석이 남긴 유서 일부분)

1984년 9월19일 당시 34살이었던 지체장애인 김순석은 ‘서울거리의 턱을 없애달라’는 유서를 남긴 채 자신의 지하셋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제기한 최초의 목소리였다. 그의 항거 이후 38년 동안 수많은 장애인들의 죽음이 이어졌지만, 오늘도 여전히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거리에서, 지하철에서 그리고 국회와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김순석의 외침을 또다시 부르짖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19일 오후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서울시 거리의 턱을 낮춰주세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1984년 장애인들의 이동권과 접근권을 촉구하다 숨진 김순석씨 38주기를 맞아 연 회견에서 휠체어 등을 탄 장애인들의 이동을 여전히 막고 있는 도시 거리의 턱을 없애줄 것을 서울시에 촉구했다. 윤운식 선임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19일 오후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서울시 거리의 턱을 낮춰주세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1984년 장애인들의 이동권과 접근권을 촉구하다 숨진 김순석씨 38주기를 맞아 연 회견에서 휠체어 등을 탄 장애인들의 이동을 여전히 막고 있는 도시 거리의 턱을 없애줄 것을 서울시에 촉구했다. 윤운식 선임기자

19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 장애인단체들은 이날 아침 7시30분부터 ‘김순석 열사 38주기 공동행동’으로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부터 9호선 국회의사당역까지 ‘제37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진행했다. 이후 장애인단체들은 오후 2시부터 서울경찰청에서 서울시청까지 거리를 행진한 뒤 3시 30분부터는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김순석 열사 38주기 추모식을 가졌다.

이날 전장연 등 장애인단체는 “2022년 9월 19일은 김순석 열사의 38주기가 되는 날이다. 1984년, 김순석 열사는 서울시장에게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생애를 마감했다. 남대문시장에 액세서리를 납품하여 생계를 유지하고자 했으나 이동을 가로막는 곳곳의 턱과 사람들의 냉대로 좌절됐다”고 밝혔다. 이어 “김순석 열사가 돌아가신 지 38년이 지났지만 장애인의 이동권, 접근권은 아직 갈 길이 멀고 기본적 시민권 보장은 여전히 요원하다”고 했다.

전장연 등 장애인단체들은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서울거리의 턱을 없애달라’는 편지를 전달했다. 편지에는 38년 전 김순석이 마지막으로 적은 내용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2022년 장애인 이동권 현실’이 담겨 있었다.

“택시를 잡으려고 온종일을 발버둥치다 눈물을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언제 잡힐지 모르는 장애인 콜택시와 오지 않는 저상버스를 기다리고, 엘리베이터가 미설치된 지하철역사를 멀리 돌아갈 때마다 가슴이 저렸습니다.”

이날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38년 전 김순석 열사가 ‘서울거리 턱을 없애주십시오!’라는 죽음을 통해 외쳤던 그 턱은 지금 2022년 여전히 죽음의 무게로 장애인의 삶에 다가온다”고 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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