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일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과 관련해 서울교통공사의 대처를 두고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공사 쪽은 ‘이 사건 피해자가 소속 직원인 줄 몰라 보호 조처를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고, 의원들은 이 사건 범인 전주환(31)에 대한 공사의 ‘직위해제’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조처였다고 비판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을 상대로 “공사가 지난해 10월8일 서울서부경찰서로부터 수사 개시 사실 통보를 공문으로 받았고 그 공문에 성폭력처벌법 위반이라는 죄명이 적혀 있었는데, 가해자 범죄가 직장과 관련됐을 수도 있다는 판단은 안 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같은 당 이소영 의원도 “경찰이 지난해 10월 피의자가 근무하던 불광역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을 때 보고를 받지 않았느냐”며 “그때 공사가 직원들 의견을 듣고 상황을 파악했다면 피해자 상황을 빠르게 인지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사가 제대로 대처했다면, 사건을 충분히 막았을 수 있다는 취지다. 전씨는 피해자와 2018년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한 동기다. 그는 피해자의 고소로 지난해 10월8일 경찰 수사가 개시된 이후 직위가 해제된 상태였다.
이에 김상범 사장은 직위해제된 직원의 내부 전산망 접속을 차단하고, 야간 단독근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여성 역무원의 당직을 줄이고 역사 안 모든 업무에 현장 순찰이 아닌 시시티브이(CCTV)를 통해 이상징후가 있거나 문제가 있으면 현장에 나가 보는 방향으로 순찰 시스템을 바꾸겠다”고 했다. 직원 징계를 놓고도 “대법원 확정판결이 아니라, 1심 판결 이후에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의 ‘면피성 대책 마련’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앞서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15일 영업사업소 소장들에게 “신당역 여직원 사망 사고 건 관련, 국무총리 지시사항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수립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며 ‘긴급 공지사항’을 보낸 바 있다. 이에 김 사장은 “더 좋은 의견을 추가로 들으려는 취지였다. 오늘 (제시한) 대책에도 관련 의견이 담겼다”고 해명했다.
검찰의 안일한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앞서 성폭력처벌법·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주환에게 지난 8월 검찰이 징역 9년을 구형할 때 직권으로 잠정조치(피해자에 대한 접근 금지, 유치장 유치 등)를 청구하지 않은 부분을 비판했다. 이에 이노공 법무부 차관은 “(잠정조치 청구 여부를)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부분은 있을 것 같다.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답했다.
검경은 이날 스토킹 피해자 보호를 위한 대책을 뒤늦게 내놓았다. 이노공 차관은 스토킹처벌법의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하고, 가해자에 대한 위치추적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스토킹 범죄 가해자에 대한 유치장 유치 강화, 피해자 보호를 위한 신형 스마트워치 도입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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