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당원들이 20일 오전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전 당원의 추모행동 돌입을 선포하고 여성 혐오 젠더폭력 근절을 위한 사회시스템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남성이 자신의 옛 변호인을 스토킹하고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한 사건에 대해 한국여성변호사회(여변)가 피해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보호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변은 20일 ‘스토킹 범죄 피해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보호방안의 도입과 피의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최근 여성 변호사를 상대로 발생한 스토킹 범죄 때문이다.
지난 18일 40대 남성 ㄱ씨는 경남 진주에 있는 ㄴ변호사 사무실을 찾아 “사무실에 불을 지르겠다”는 문자 메시지와 함께 책상 위에 올려둔 기름통을 찍은 사진을 ㄴ변호사에게 보냈다. 당시 주말이라 사무실은 비어있는 상태였다. ㄱ씨는 ㄴ변호사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ㄱ씨는 지난 2014년 살인미수 혐의로 실형을 살고 지난해 3월 출소했는데, ㄴ변호사는 당시 살인미수 혐의 재판의 국선변호인이었다. ㄱ씨는 출소 뒤 최근까지 재심 등 상담을 빌미로 ㄴ변호사에게 연락을 하고, ‘만나자’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는 한편, 사무실에도 여러 번 찾아갔다고 한다. ㄱ씨는 스토킹범죄처벌법 등 위반 혐의로 이날 구속됐다.
여변은 지금 제도만으로는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여변은 “경찰이 ㄱ씨 위험성을 인지했지만 범죄를 범하거나 가족이 동의하지 않는 한 강제입원시키는 등 사전조처를 할 방법이 없다”며 “사법경찰관 긴급응급조치는 행위자에 대한 제재가 접근금지 등에 거쳐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여변은 이어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에 대한 또 다른 범죄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수시로 피의자 소재를 확인하고 피해자 직장 및 주거지에 신변 경호를 강화하는 등 안전조치 도입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며 “여러 차례 범죄 징후가 발현됐음에도 국가로부터 실효적 보호를 받지 못해 발생한 사례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피해자를 적절히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피해 여성 변호사가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할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스토킹 피해자 실질적 신변보호를 위한 적극적 입법 추진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신당동 스토킹 살인 사건 범인 전주환(31)씨에 대해 경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해 21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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