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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스토킹처벌법, 왜 제대로 못 만들었나 [The 5]

등록 2022-09-24 14:00수정 2022-09-24 15:30

[더 파이브: The 5] 신당역 사건이 드러낸 문제점들
지난 19일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성 화장실 앞에 마련된 추모의 장소에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이날 한 여성은 “여성이 행복한 서울, ‘여행’ 화장실”이라고 붙은 표지판에 ‘거짓말’이라는 문구를 붙이고 떠났다. 고병찬 기자
지난 19일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성 화장실 앞에 마련된 추모의 장소에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이날 한 여성은 “여성이 행복한 서울, ‘여행’ 화장실”이라고 붙은 표지판에 ‘거짓말’이라는 문구를 붙이고 떠났다. 고병찬 기자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담당 기자가 답합니다.▶▶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검색창에 ‘휘클리’를 쳐보세요.

지난 14일 서울지하철 신당역에서 벌어진 스토킹범의 살인 사건을 두고 시민들의 분노가 여전합니다. 특히 피의자 전주환(31)이 협박과 스토킹 등으로 피해자로부터 두 차례 고소됐음에도 자유로운 상태로 범행을 준비하고 실행에 옮긴 데 대해 분통을 터뜨리는 분들이 많은데요. 검찰과 경찰이 22일 “스토킹범에 대해선 구속 수사·기소를 원칙으로 삼겠다”고 발표했지만, 관련 법 개정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입니다. 피의자는 어떻게 아무런 제재 없이 살인을 계획할 수 있었던 걸까요. 보다 적극적인 대책으론 어떤 게 있을까요. 젠더팀 오세진 기자에게 물어봤습니다.

[The 1] 이번 사건에서 구속영장이 신청됐음에도 법원에서 발부해주지 않았잖아요. 왜 그랬던 거죠?

오세진 기자: 현행 구속영장 발부 조건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70조 1항
△일정한 주거가 없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으며
△도망갈 염려가 있을 때
를 구속 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 2007년 신설된 2항에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가 심사 때 고려할 사항으로 추가됐는데요. 아직까지는 법원에서 2항을 1항에 대한 보조적 고려 사항으로 여기는 경향이 큽니다. 독자적 구속 사유가 되지 못 하는 거죠.

전주환 역시 거주지가 일정하고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영장이 기각됐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2항을 1항에 통합하는 등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The 2] 스토킹 피의자의 구속률은 어떤가요?

오세진 기자: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21일부터 올해 6월까지 검찰이 처분한 스토킹 사건 3182건 중 피의자가 구속된 건 4.8%(154건)에 불과합니다. 이는 전체 범죄의 평균 구속률(올해 3월 기준 1.5%가량)에 비해선 높지만, 스토킹 범죄의 특수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행 법에서 일부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처벌해달라는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처벌이 불가능한 ‘반의사불벌죄’에 속하죠. 이로 인해 가해자들이 처벌을 피하려 피해자에게 접근해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수사 기관에 밝히라’고 강요하는 실정이에요. 이를 이유로 지속적으로 괴롭혀 피해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고요. 실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서 기소가 안 된 사건 비율이 30%에 이릅니다.

지난 18일 서울 중구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 마련된 스토킹 살해 사건 피해자 추모 공간에 시민들이 적은 추모 메시지가 붙어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18일 서울 중구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 마련된 스토킹 살해 사건 피해자 추모 공간에 시민들이 적은 추모 메시지가 붙어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The 3] 구속영장이 기각되더라도 ‘100m 이내 접근 금지’나 스마트워치 지급 등 다른 대안이 있긴 한데요.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지속돼왔죠?

오세진 기자: 네. 긴급응급조치로 ‘100m 이내 접근 금지’ 처분을 받아도, 어기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내면 되거든요. 실제 가해자들은 이를 어긴 뒤 ‘돈 내면 그만 아니냐’ ‘신고할 테면 해봐라’ 등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제재 효과가 떨어지는 거죠. 그래서 경찰은 이에 대해서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내릴 수 있게 법을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The 4] 가해자에게 지피에스(GPS) 추적장치를 부착하자는 의견이 나온다면서요?

오세진 기자: 맞습니다.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에게 잠정조치를 하면서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동시에 하거나,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제재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법무부도 이번 사건 발생 직후 스토킹 범죄 발생 초기에 가해자에게 부과할 수 있는 잠정조치에 가해자에 대한 위치추적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한다고 밝혔어요. 예컨대 가해자가 피해자가 있는 장소로부터 반경 1㎞ 안으로 접근할 경우 경찰과 피해자에게 실시간 경보가 울리게 하는 거죠.

[The 5] 반의사불벌 조항 폐지를 비롯해 스토킹처벌법의 여러 개정안이 논의될 텐데요. 작년에 이 법안을 만들 때 왜 제대로 하지 못했나 아쉬움이 남습니다.

오세진 기자: 저도 그 점이 궁금해 지난해 3월 스토킹처벌법을 심사할 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회의록을 찾아봤는데요. 보면 참석자들 사이에서 ‘연애 감정’ ‘호의 감정’ 등의 단어를 언급하며 스토킹 범죄를 가해자의 적극적인 애정 표현 정도로 가볍게 보는 시각을 드러내는 발언이 나옵니다.

결국 정부가 제출한대로, 반의사불벌죄로 결정됐고요. 스토킹 범죄가 살인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이 부족했던 거죠. 당시 안일한 인식이 결국 피해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게 된 겁니다. 이번 개정 논의는 어떻게 잘 진행될지 꼼꼼하게 살펴봐야겠습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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