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살인’ 전주환, 불법촬영·스토킹 징역 9년 선고

스토킹·성범죄 치료프로그램 각각 40시간 이수 명령
전주환, 재판부에 “언론 집중 누그러지길 바란다”며 선고 연기 요청도

지난 21일 신당역 살해 피의자 전주환이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이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스토킹하던 20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한 전주환을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연합뉴스

‘신당역 스토킹 살해 사건’의 피의자 전주환(31)에게 불법촬영과 스토킹 혐의로 징역 9년형이 선고됐다. 전씨가 피해자를 살인한 사건에 대해선 추후 별도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안동범)는 29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 이용촬영, 촬영물 등 이용협박),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전씨에게 스토킹 치료프로그램과 성범죄 치료프로그램을 각각 40시간씩 받을 것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스토킹 범행은 범행 방법, 피고인의 추가 범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한 경위와 스토킹 범죄에 있어서 추가적인 범행 방지할 필요성이 있어 피고인에 대해서 일반적인 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씨는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인 피해자에게 불법 촬영물을 전송하며 협박하고, 350여차례에 걸쳐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보낸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10월 피해자가 경찰에 불법촬영 관련 혐의로 고소하자,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합의를 요구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피해자는 지난 1월 스토킹 혐의로 전씨를 추가 고소했다. 경찰은 1차 고소 이후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고, 2차 고소 때는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두 사건은 공판 과정에서 병합됐다. 당초 선고는 지난 15일이었으나, 전씨가 선고 하루 전날 피해자의 근무지인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피해자를 살해하면서 연기됐다. 전씨는 경찰 조사에서 징역 9년형을 구형받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했다.

이날 선고에 앞서 전씨는 손을 들고 “선고 기일을 최대한 뒤로 미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전씨는 “중앙지검에 있는 사건과 병합을 하기 위함도 있지만, 지금 국민들의 시선과 언론 보도가 집중돼있는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누그러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선고를 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기에 선고하겠다”고 선고를 결정했다. 전씨가 피해자를 보복살인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된 사건은 별도 재판을 받게 된다.

이날 선고 뒤 취재진과 만난 피해자 법률대리인 민고은 변호사(법무법인 새서울)는 “고인의 생전 모습 생각하면 어떤 처벌에 대해서도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그래도 우리 법 안에서 큰 처벌이 이뤄져 고인의 넋을 위로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피고인의 추가 범행에 대해서도 검찰과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족 쪽은 이날 재판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선고 전 민 변호사를 통해 “피해자가 이 사건의 중심에 있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것은 생전에도 피해자가 원하던 것으로 고인의 뜻을 기억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혜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