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만원’ 검사·‘고발사주’ 김웅 의원 무죄·불기소 김학의 사건 뒤에도 되풀이되는 ‘무죄의 기술’ 역대급 ‘제 식구’ 김여사 관련 사건 ‘시험대’ 될 것
[논썰] 검찰의 잇단 ‘제 식구 감싸기’,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은? 한겨레TV
안녕하십니까. <논썰>의 박용현입니다.
얼마전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재판 결과가 있었습니다. 1조6천억원대의 펀드 환매 중단으로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룸살롱에서 술접대를 받은 전·현직 검사들이 지난달 30일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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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범죄 업자한테서 호화 향응, 왜 뇌물죄 적용 안했나
애초 검찰은 이 술자리에 현직 검사 3명과 검사 출신 변호사 1명 등 5명이 있었다고 봤는데, 이 중 현직 검사 2명은 접대받은 금액이 김영란법상 처벌 기준인 1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96만2천원이라고 계산해 아예 불기소 처분했었죠. 바로 ‘99만9천원 불기소 세트’라는 조롱을 받은 계산법입니다. 접대 금액이 114만원으로 계산된 현직 검사와 검사 출신 변호사만 기소됐습니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는 한가지 산식이 더해졌습니다. 검찰 수사에서는 5명이었던 술자리 인원이 7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재판부는 기소된 전·현직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같은 룸살롱 다른 방에 있던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김아무개 전 청와대 행정관이 검사들의 술자리에 동석했다고 인정하고 접대비를 다시 나눴했습니다. 이 가운데 이종필 전 부사장은 30분 가량만 머물렀기 때문에 제외하더라도, 김 전 행정관만 포함해 다시 계산해도 1인당 접대비가 93만9167원, 약 94만원이라는 것입니다. 참석자들이 술자리에 머문 시간을 일일이 계산하고 밴드와 유흥접객원이 들어온 시간까지 따져서 1원 단위까지 ‘n분의 1’ 계산을 하는 방식 자체가 구차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건 그렇다 쳐도 또 의문이 듭니다. 이렇게 정밀한(?) 계산법을 동원한 검찰이 나눗셈의 분모에 해당하는 술자리 참석 인원을 왜 이토록 허술하게 조사했을까 하는 점입니다. 기소된 전·현직 검사들이 술자리에 두 명이 더 있었다고 주장하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는데, 검찰은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까요. 이런 단순한 사실관계조차 왜 효과적으로 반박하지 못했을까요. 처음부터 검찰의 수사·기소가 부실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검사가 라임 사태와 같은 대형 범죄와 연루된 업자한테서 초호화 향응을 받았는데도 100만원이 넘느냐 안 넘느냐를 따지는 김영란법만 적용했다는 점입니다. 접대가 이뤄진 시점은 이미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돌려막기 의혹이 제기되던 때였습니다. 기소된 현직 검사는 이후 라임 수사팀에 합류했습니다. 김봉현 전 회장은 이밖에도 경기남부경찰청에서 횡령 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참여연대는 검찰이 애초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습니다.
“기소된 현직 검사가 이후 라임 수사팀에 합류했다는 점이 드러났음에도 술접대 시점이 수사팀 구성 이전이라는 이유로 직무와 관련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뇌물죄의 구성 요건인 직무 관련성은 과거에 담당하였거나 장래에 담당할 직무를 모두 포함하고, 심지어 현실적으로 담당하고 있지 않아도 법령상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직무 등 공무원이 직위에 따라 담당할 일체의 직무를 포함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해석이다. 접대 받은 검사가 이후 라임사건 수사팀에 포함되었을 때, 스스로 회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뇌물죄를 적용함이 마땅하다.” (9월30일 논평, ‘라임 검사’ 핵심은 뇌물죄, 공소사실 재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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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된 검사’의 ‘무죄의 기술’?
라임 사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그토록 엄단을 강조하는 금융·증권범죄입니다. 그 핵심 인물한테서 호화 술접대를 받은 검사들이 처음 폭로가 나온 뒤 2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해 한 장관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이들 검사에 대한 징계도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미뤄질 전망입니다. ‘유검무죄’라는 말까지 나오는 지경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여러분이 만약 기소를 당해 법정에서 상당히 법률적으로 숙련된 검사를 만나서 몇년 동안 재판을 받고 결국 대법원에 가서 무죄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여러분의 인생이 절단난다. (중략) 여러분은 법을 모르고 살아왔는데 형사법에 엄청나게 숙련된 검사와 법정에서 마주쳐야 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재앙이다.” (2021년 11월25일 ‘국민의힘 서울캠퍼스 개강 총회’ 대학생들과의 대화)
‘형사법에 숙련된’ 검사가 마음만 먹으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발언입니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숙련된 검사가 유죄를 무죄로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96만원 불기소’를 해낸 것도 숙련된 검사였고, ‘94만원 무죄’를 이끌어낸 것도 숙련된 검사였습니다. 가히 ‘무죄의 기술’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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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지 않는다’는 김웅 의원과 윤 대통령 대응법
김웅 국민의힘 의원 불기소 처분은 또 어떻습니까. 고발사주 사건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 5월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김웅 의원을 공모관계로 판단하고 검찰에 넘겼습니다. 김 의원은 당시 검찰에서 사직하고 총선에 출마한 민간인 신분이어서 관할권이 검찰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의 ‘친정’인 검찰은 넉달 만에 김 의원을 불기소 처분해줬습니다.
여러분도 기억하실 겁니다. 지난해 고발사주 사건 수사가 한창일 때 김웅 의원과 제보자인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 사이의 통화 내용이 공개됐습니다. 통화 녹취록에 나오는 김 의원의 발언들입니다.
“고발장 초안을 저희가 일단 만들어서 보내드릴게요.”
“고발장을 남부지검에 내랍니다.”
“만약 (고발장을 제출하러) 가신다고 그러면 그쪽에다가 이야기를 해 놓을게요.”
“제가 (고발장을 제출하러)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가 나오게 되는 거예요.”
누가 봐도 김 의원이 검찰과 공모하거나 검찰의 지시를 받았음을 가리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도 김 의원은 ‘기억나지 않는다’며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저희’라는 말에 대해서 자꾸 이야기하는데 제가 기억하는 바에 의하면 검찰은 아닌 것 같다”며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선택적 기억’을 해내기도 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광경 아닌가요.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방문 중 욕설·비속어 논란이 떠오릅니다. 현재 대통령실의 입장은 ‘××들이’라는 욕설 부분은 기억하기 어렵고, 뒷부분은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라고 한 게 확실하다는 것입니다. 육성 녹음이 온 국민에게 공개된 마당에도 이렇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버티거나 ‘선택적 기억’을 하는 게 김웅 의원의 지난해 모습과 매우 흡사합니다. 이것이 바로 검찰에서 전수되는 ‘위기 모면 테크닉’이 아닌가 궁금해질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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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제 식구 감싸기라는 말 제일 싫다”더니
어쨌든 김 의원의 전략은 성공한 듯합니다. 검찰로 사건이 넘어간 순간 이미 이런 결과는 예정돼 있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겨레> 취재 결과,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하기까지 지난 넉달 동안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 강제수사를 한차례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모관계인 손준성 검사에 대한 추가 조사도 없었고 그의 휴대전화 포렌식도 하지 않았습니다. 손 검사를 도운 것으로 공수처가 지목한 부하 검사에 대한 추가 조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손 검사가 전달한 고발장과 판박이인 고발장을 이후 국민의힘이 실제로 검찰에 제출했는데도 이 과정 역시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수사 의지 없이 면죄부를 줄 궁리만 하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은 이에 대해 ‘공수처가 이미 필요한 강제수사를 진행한 뒤 이첩한 사건이라 추가 강제수사는 필요없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공수처는 김웅 의원 불기소 처분 뒤 “여러 가능성을 종합했을 때 손 검사가 김 의원에게 직접 고발장 등을 보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고 다시금 못박았습니다. 공수처가 강제수사를 했기 때문에 추가 수사는 필요없다면서 결론은 다르게 낸 셈입니다. 게다가 이는 야당을 겨냥한 수사에서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직접 재수사하며 거듭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것과 대비되는 태도입니다.
결국 돌아돌아 또 ‘제 식구 감싸기’ 논란입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말이 제일 싫다”며 “검찰총장 직분을 할 동안 ‘감찰총장’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습니다. 나름 진정성 있게 들렸던 대목인데, 이젠 믿기가 어려워집니다. 김웅 의원 같은 전직 검사도 검찰의 ‘제 식구’입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취임사에서 이런 말도 했습니다.
“한비자의 ‘법불아귀(法不阿貴, 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 승불요곡(繩不撓曲, 먹줄은 굽은 것을 따라 휘지 않는다)’처럼, 법집행에는 예외도, 혜택도, 성역도 있을 수 없으며, 검찰권은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행사되어야만 합니다.”
좋은 글귀입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검찰의 먹줄이 이미 휘어져 있다고 여깁니다. 또 검찰은 ‘신분이 귀한 자’를 자처한다고 여깁니다. 법집행의 예외이자 성역이라고 여깁니다. 술접대 검사 사건이나 김웅 의원 사건 처리는 이런 불신을 강화시켜주는 또 하나의 사례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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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표절’ 국감 회피한 대학 총장들, ‘주가조작’ 조사 미루는 검찰
결정적 사례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과 장모 관련 사건들입니다. 전직 검사도 검찰의 제 식구이듯 전직 검사의 가족도 검찰의 제 식구입니다. 더구나 검찰총장을 지냈고 현재 대통령인 전직 검사의 가족이면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제 식구’를 넘어 ‘상전’이라고 하는 게 적당할지도 모릅니다. 한비자가 말한 ‘신분이 귀한 자’의 범주에 딱 들어맞는 경우입니다. 그러니 이들 사건은 한마디로 검찰 역사상 최대의 ‘제 식구 사건’이라고 하겠습니다. 검찰은 이 사건들을 어떻게 처리할까요.
대표적인 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입니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비롯한 공범 5명이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됐고 이밖에도 주가조작에 가담한 4명이 불구속 기소, 5명이 약식기소됐습니다. 이후 법원은 약식기소된 5명을 정식 재판에 넘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수사 대상에 오른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만 검찰은 아직도 조사도 처분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사이, 권오수 전 회장의 아들은 대통령 취임식에 브이아이피(VIP)로 초청받아 참석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미 기소된 이들의 재판 과정에서 김 여사와 관련된 새로운 사실들도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 작전’ 시기에 직접 주식을 매수했고 이 시기 이후에도 주가조작 선수에게 자신의 계좌 거래를 맡겼다는 사실 등이 담긴 통화 녹취록을 보도했습니다. 모두 대선 기간 ‘윤석열 캠프’가 했던 해명과 배치되는 사실들입니다. 또 ‘2차 작전’ 세력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파일 이름이 ‘김건희’로 돼 있는 엑셀 파일이 나왔고 이 파일의 작성 경위 등을 잘 아는 인물이 미국으로 달아났다는 등의 보도도 이어졌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밝힌 내용들입니다. 그런데도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직접 조사 움직임은 전혀 포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의 이런 모습은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이 도마에 올랐던 지난 4일 교육부 국정감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 등을 표절이 아니라고 판단한 국민대의 임홍재 총장, 석사학위 논문의 검증 절차를 중단하고 있는 숙명여대의 장윤금 총장이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모두 국외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했습니다. 국감 출석 회피를 위해 급조된 흔적이 짙은 출장이었습니다. 국민적 의혹에는 나몰라라 하고 비겁하게 시간을 끌며 당장의 곤경을 모면해 보겠다는 태도입니다. 검찰도 다를 바 없습니다. 검찰의 수사 범위를 축소한 법안에 대해선 검사의 수사권을 침해했다고 반발하면서 김 여사 사건에서는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권한의 행사를 스스로 방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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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지휘권 행사 거부하는 한동훈 장관의 궤변
이와 관련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논란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추미애 전 법부부 장관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는데, 그 내용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가족 관련 사건의 수사를 직접 지휘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명령이 여전히 유효한 상태여서 이원석 신임 검찰총장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지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시 추 전 장관의 수사지휘 이유는 윤석열 총장의 부인이 수사 대상이란 점 때문이었던 만큼 이제는 한 장관이 새로운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신임 검찰총장에게 이 사건에 대한 지휘권을 돌려주는 게 합당할 것입니다. 그러나 한 장관은 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정파적으로 활용되면서 검찰의 독립성을 해쳤다는 이유입니다. 지난달 19일 대정부 질문의 한 대목입니다.
한동훈(법무부 장관): 제가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 일체의 수사지휘를 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갑자기 김건희 여사 사건에 대해서만 수사지휘를 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너무 정파적인 접근 같습니다 .
김회재(더불어민주당 의원): 해야 될 수사지휘를 안하고 지금 , 일부러 안하는 거 아닙니까 .
한동훈: 그렇게 따지면 제가 이재명 사건에 대해서 이렇게 이렇게 하라고 지휘해도 되겠습니까 .
한 장관은 김건희 여사 사건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동일선상에 놓고 자신의 입장을 합리화했습니다. 수사에 장관이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한 장관의 말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 사건 수사에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은 장관이 검찰 수사에 개입하는 것으로 검찰의 독립성에 제약을 가하는 행위입니다. 이런 이유로 과거 정부에서 이뤄진 수사지휘권 행사도 잘못된 것이라고 한 장관은 주장합니다. 그런데 김건희 여사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행사는 이와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앞서 살펴봤듯, 검찰에 가해진 제약, 즉 검찰총장이 이 사건을 지휘하지 못하도록 한 제약을 풀어주는 내용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는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한 장관의 기본 취지와 오히려 부합합니다.
한 장관은 이렇게 전혀 다른 내용의 두 수사지휘권 행사를 단지 이름이 ‘수사지휘권’으로 같다는 이유로 싸잡아서 동일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두 사안의 표면적 유사성에 기대어 엉뚱하게 같은 결론을 내는 것을 논리학에서는 논리적 오류의 하나로 ‘잘못된 유비’(False Analogy)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사과는 과일이고 둥급니다. 바나나도 과일입니다. 그러므로 바나나도 둥급니다. 말이 안되는 논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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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사건 뒤 10년, 마지막 시험대 오른 검찰
새 검찰총장이 김 여사 사건 수사를 지휘하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은 분명 비정상적입니다. 그렇다고 이원석 총장이 수사 지휘를 할 수 있게 된다고 해서 공정하고 중립적인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검찰의 오랜 ‘제 식구 감싸기’ 역사가 검찰에 드리운 그늘입니다.
‘제 식구 감싸기’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은 지난 8월 깨끗하게 무죄로 종결됐습니다. 검찰이 제 식구를 위해 발휘하는 ‘무죄의 기술’의 교과서 같은 사건입니다. 2013년 수사에 나선 경찰이 성범죄 현장 동영상을 확보했는데도 검찰은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으로 특정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경찰이 통신사실조회 4차례, 압수수색 영장 2차례, 출국금지 요청 2차례를 신청했지만 검찰이 기각했습니다. 국민의 인권을 지키라고 헌법이 부여한 독점적인 영장청구권을 이렇게 악용한 것입니다.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추가적인 강제수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수사권을 방기한 것입니다. 그리고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역시 검찰의 독점적 권한인 기소권을 남용한 것입니다. 이듬해 2차 수사에서도 김 전 차관 소환조사 없이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2018년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권고로 3차 수사가 이뤄져 김 전 차관은 비로소 구속기소됐습니다. 그러나 재판에서 성접대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최아무개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만 인정됐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검찰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최씨를 ‘사전 면담’하면서 회유·압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고, 결국 뇌물 혐의도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증인 사전 면담이라는 검찰의 잘못된 관행이 김 전 차관의 무죄에 일조한 것입니다. 검찰의 의식적·무의식적 행위가 하나하나 모여 거대한 무죄의 퍼즐을 완성했습니다.
김학의 사건이 불거진 게 9년 전입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제 식구 감싸기’의 전설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검찰의 권한은 주권자인 국민이 위임한 것입니다. 국민들은 이 권한이 ‘제 식구 감싸기’에 남용되는 것을 언제까지 용납해야 할까요. 더구나 지금은 검찰 출신이 대통령이 되어 정치권력까지 장악한 ‘검찰공화국’입니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는 이제 살아있는 권력의 편에 서서 정치적 중립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과 직결됩니다. ‘제 식구 감싸기 검찰’과 ‘정치 검찰’이 동의어가 되는 셈입니다. 더더욱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런 일이 지속된다면, 검찰의 수사권 축소 수준이 아닌 검찰 제도의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검찰은 그 마지막 시험대에 올라 있습니다. 역대 최대의 ‘제 식구 사건’이자 ‘살아있는 권력 사건’인 김건희 여사 사건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입니다.
기획·출연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