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행동 주최로 22일 저녁 서울 시청역 일대에서 열린 제11차 전국집중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손팻말과 촛불조명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특검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서울시청 광장 인근에서 열렸다. 같은 시각 불과 약 100여m 떨어진 곳에서 ‘이재명 구속’을 외치는 보수단체의 맞불집회도 진행됐다.
22일 진보단체로 구성된 촛불승리전환행동은 오후 4시부터 서울지하철 2호선 태평로 시청역 인근부터 숭례문교차로 방향까지 ‘김건희 특검·윤석열 퇴진을 위한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을 진행했다. 이날 촛불행진에는 강릉·경북·광주 등 전국 23개 지역에서 모인 시민들이 참석했다. 경찰은 오후 5시 기준 약 1만5천여명이 촛불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경찰이 애초에 예상한 참석자 7000여명보다 2배가량 많은 수치다. 주최 쪽은 오후 6시 기준 30만~40만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개회사에서 “민주주의 파괴하는 자들이 감히 헌정질서를 입에 올리고 있다. 우리 촛불시민들이 바로 헌정질서”라고 했다. 이어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은 뻔뻔하기 그지없고, (카툰 ‘윤석열차’로) 자신을 풍자한 고등학생까지 짓밟았다”며 “윤석열 정부는 퇴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21일) 대통령실은 촛불행진을 두고 “헌정질서를 흔드는 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김아무개(55)씨는 “하도 답답해서 나왔다. 요즘 경제 사정도 그렇고, 민생이 너무 힘든데 청와대 이전하는 데 혈세나 쓰고 민생 챙기는 데 아무런 관심 없는 게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집회 내내 “주가조작 허위경력 김건희를 특검하라!” “무능 무지 윤석열 정권은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22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자유통일당 등이 개최한 ‘자유통일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도 광화문 동화면세점에서 시청역까지 메운 채 이날 오후 3시부터 열렸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도 경찰 추산 3만5천여명(오후 3시30분 기준) ‘자유통일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으로 구속된 것을 언급하며 집회 내내 “이재명을 당장 구속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양쪽 단체 간 큰 충돌은 없었으나, 경찰 예상을 웃도는 참가자들이 집결하면서 도심 일대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경찰은 이날 광화문 광장 등 서울 도심 집회·시위에 100개 부대 약 6500여명의 경찰 병력을 투입했다. 특히 촛불행동 쪽 참가자들이 몰리면서 태평로에서 숭례문 방향 8차로는 한때 차량 통행이 완전히 막히기도 했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시청광장 인근에서 집회를 마친 뒤 오후 6시43분부터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향해 행진했으나,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 인근에서 집회를 마무리했다. 안진걸 촛불행동 상임공동대표는 “보수단체 집회가 삼각지역 인근에 있어서 충돌을 피하기 위해 숙대입구역에서 집회를 마무리했다”고 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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