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엘이앤씨(DL E&C·옛 대림산업 건설부문)가 공사 현장에서 벌어진 추락 사고 뒤 119 신고를 취소하게 하고 구급 장비가 없는 회사 차로 부상자를 옮기는 등 부실한 사고 대응을 해 논란이다. 가족과 동료 노동자들은 회사가 산업재해 발생을 숨기기 위해 적절한 구호 조치를 미룬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일 오전 7시30분께 디엘이앤씨가 시공 중인 경기 광주 목동 고속국도 건설 현장에서 50대 노동자 정아무개(53)씨가 크레인 해체 작업 도중 3m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씨는 시공사와 계약한 크레인 임대업체 소속이었다. 사고 발생 뒤 동료 노동자들은 곧바로 119에 신고했으나, 회사에서 나온 안전관리자들은 119 신고를 취소하라고 한 뒤 회사 차로 20분(7.1㎞) 거리에 있는 지정병원인 종합병원으로 정씨를 옮겼다. 정씨는 현재 장기 파열로 여러 차례 수술을 거쳤음에도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경기 광주의 건설공사 현장에서 추락해 다친 정아무개(53)씨의 동료 ㄱ씨가 사고 당시 119에 통화한 기록. ㄱ씨 제공
정씨 가족들과 동료들은 회사의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며 성토 중이다. 사고 현장에 있었던 동료 ㄱ씨는 “다친 정도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회사 차를 태우려고 하길래 ‘왜 앰뷸런스가 안 오냐’며 화를 냈다”며 “구급차에서 조처하며 이동했어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했다.
회사 쪽은 더 빠른 응급조치를 위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디엘이앤씨 관계자는 “회사 매뉴얼에 따르면 119 신고가 원칙이지만 현장에서는 정씨가 의식이 있고 외부 출혈이 없기 때문에 (회사 차로) 빠르게 이송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상황에 대해서는 현장 안전관리자들이 가장 전문가 아니겠냐”며 “산재를 은폐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일요일(23일) 산재 신청도 됐다”라고 했다.
그러나 노동전문가들은 회사 쪽의 이런 초기 대처가 과거 산업재해 은폐 수법으로 활용됐다고 지적한다. 전재희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회사 지정병원에 가면 초진 기록에 산재와 관련된 사항이 누락되거나 제대로 기록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산재를 은폐하기 위한 건설 현장의 관행이기 때문에, 사건 발생 시 회사 쪽 지정병원에 보내지 말고 무조건 119를 부르라고 교육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2014년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건설 현장에서 비계 위에서 노동자가 추락했으나 회사 쪽이 119 신고 대신 거리가 먼 지정병원의 사설 구급차를 불러 이송 도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2015년 충북 청주의 한 화장품 제조공장에서도 지게차에 치인 30대 직원이 회사 쪽이 119 구급대를 돌려보내고 회사 차로 지정병원에 이송된 뒤 숨지는 일이 있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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