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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중1을 교도소 보내야 할까…‘소년범죄’ 그 전후의 삶을 물었다

등록 2022-10-28 15:09수정 2022-11-02 10:46

[한겨레21] 보호처분 청소년 7명 인터뷰
소년범죄를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소년범죄를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렀을 때 형사처벌 대신 사회봉사와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는 ‘만 10살 이상 만 14살 미만 청소년’을 말합니다. 어린 소년에게는 처벌보다 교화가 바람직하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2022년 10월26일 법무부는 이 형사미성년자의 나이 상한 기준을 한 살 낮추겠다고 밝혔습니다. 법무부 안대로 촉법소년 상한을 ‘만 13살 미만’으로 제한하면, 중학교 1학년 학생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우려가 나옵니다. 중1 학생을 ‘소년원’이 아닌 ‘교도소’에 보낼 수 있게 되면 범죄가 정말 줄어들지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사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됐던 아이들이 엄벌 속에 더 ‘분노한 괴물’로 자라나는 게 아닌지 우려가 나옵니다.

<한겨레21>은 2022년 7월4일 제1419호에서 <벌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보호처분 받았거나 받고 있는 청소년 7명,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모두를 지켜봐온 전문가 박용성 부산진구 부전청소년센터장 인터뷰했습니다. 한동훈 법무장관이 촉법연령 하향을 추진하면서 사회적 논의가 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당시 기사를 소개합니다.
연령기준 하한, 가장 손쉬운 해법

아직 어리다고 할지라도, 사회에 피해를 준 사람이 그 피해보다 약한 처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분명히 배워야 한다. 하지만 촉법소년 연령기준을 한 살 낮추는 것이 만병통치약일까.

“촉법소년 연령은 조정해도 돼요. 그런데 그걸 문제의 해결책으로 얘기하는 건 곤란해요. 제가 전화로 설명하는 것보다 일단 아이들을 만나보면 대강 알게 되실 거예요.” 박용성 부산진구 부전청소년센터장이 말했다. 부산가정법원 소년위탁보호위원을 맡고 있는 박 센터장은 1호 처분(보호자 등 위탁)부터 10호 처분(장기 소년원 송치)까지 다양한 보호처분을 받은 범법소년들을 관리하고 있다. 그가 일하는 센터에는 300여 명의 방황하는 청소년이 드나든다. 학업복귀 전담기관, 통합방과후학교 등도 겸하고 있어서다. 그가 돕는 청소년 가운데는 범죄 가해자도 있지만 피해자도 있다. 누구보다 소년범죄의 잔혹함과 피해자의 아픔을 가까이에서 동시에 지켜봤다는 뜻이다. 그는 왜 ‘연령기준 하향’이라는 손쉬워 보이는 해법에 의문을 제기할까.

2022년 6월14일, 부전청소년센터를 직접 찾아갔다. 과거 소년 시절에 범죄를 저질렀거나 최근 보호처분을 받고 있는 7명을 만났다. 만 14살이 아니라 만 13살을 처벌하면, 소년범죄를 막을 수 있을지 아이들에게 묻고 들었다.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다.

① 13살 정훈이와 엄마: 혼자 남겨진 소년 “전 이름 없어요. 바빠요.”

초등학교 4학년쯤 돼 보이는 작은 체구의 남자아이에게 인사를 건네자, 부산 사투리로 퉁명스러운 답변이 돌아왔다. 센터에서 낮잠을 자다 일어난 소년은 졸린 눈이었다.

“정훈이는 만 13살이에요. 초등학교 6학년 때 다른 아이가 먹는 핫도그를 갈취해서 법원 소년부 소년보호재판에 섰어요. 아기처럼 보이는데, 센터 쌤(선생님)이 한 소리 하자 소화기를 집어 들어서 던지려 한 적도 있습니다.”

박용성 센터장의 말을 듣다가, 사무실 한쪽에 놓인 소화기에 눈길이 갔다. 누군가 소화기에 머리를 다쳤다면, 소년은 지금의 ‘1호 처분’(보호자 등 위탁)이 아니라, 가장 무거운 보호처분인 ‘소년원 송치’ 처분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정훈이가 핫도그를 갈취한 이유는 단순했다. 배가 고팠고, 먹고 싶었다. 핫도그를 갈취한 게 재판까지 갈 일이었을까. 박 센터장은 “보호자가 있으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얘기하고 풀릴 수도 있지만 정훈이는 그럴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방임으로 인한 후천성 경계성 지능장애

정훈이는 혼자 산다. 늘 끼니를 챙겨먹는 게 걱정이다. 학교나 센터에서 밥 먹을 때가 많다. 13년 정훈이 인생에서 주양육자는 몇 번이나 바뀌었다. 친부는 행방을 모른다. 아주 어릴 때는 엄마, 양부와 살았다. 두 사람이 이혼하면서 보육시설에 맡겨졌다. 엄마와 이혼한 양부가 정훈이를 다시 데려와 키웠지만 손찌검이 잦았다. 결국 지금은 엄마가 정훈이 집 가까운 곳에 집을 얻어 남자친구와 살면서 가끔 들른다.

“사실상 아동방임인데 아이가 지금 폭력적 성향도 있어서 (아동학대로) 신고한다고 제대로 돌봐줄 보육시설을 구하기도 힘들어요. 학교에서 친구나 선생님이랑 소통하는 것도 힘들어해요. 원래 장애가 없는 아이였는데, 후천적으로 경계성 지능장애가 온 상태예요.”

정훈이를 돌봐줄 이는 어디에도 없다. 부모는 같이 살지 않고, 학교는 안 가는 날도 있다. 지역사회에서 돌봐주는 어른은 없다. 그나마 핫도그 갈취 사건 이후 보호처분을 받아 낮에는 센터를 다니지만, 센터 수업에 잘 응하지 않고 낮잠을 자거나 돌아다닌다. 그래도 “이 정도 보호라도 할 수 있는 게 다행”(박 센터장)이다.

정훈이처럼 학대·방임을 겪은 뒤 범죄를 저지르게 된 아이는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일까. 2021년 3월 법무부 산하 소년보호혁신위원회가 발표한 내용이 있다. 소년보호관찰대상자(상대적으로 가벼운 보호처분을 받은 소년부터 소년원 임시퇴원자까지 대상이 됨) 915명을 조사했더니, 절반 가까운 43.4%(397명)의 아이가 학대와 방임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겪은 부정적 경험 가운데는 신체학대(45%)와 정서학대(32%)가 가장 많았고 방임(19%)과 성학대(4%)도 있었다. 특히 소년원생 173명만 따로 살펴봤더니, 90.8%가 1가지 이상 정신질환을 갖고 있었다는 조사도 있다. 2가지 이상 정신질환이 나타난 경우, 높은 재범률을 보이고 반복범죄가 일어났다. 소년보호혁신위원회는 자료를 통해 “청소년 범죄와 정신건강의 높은 연관성이 여러 연구를 통해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정훈이는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가정도, 학교도, 지역사회도, 국가도 책임지지 못한 일을 정훈이의 ‘노력과 의지’만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소년보호재판을 1년6개월간 담당했던 박주영 판사는 저서 <어떤 양형 이유>에 다음과 같이 썼다. “해결할 수 없는 고통에 신음하고, 인생이라는 난바다에서 좌초해 침몰해가는 국민을 내버려두는 것이 맞는가. 아이를 구하라고 부모가 있고, 침몰하는 배에서 국민을 구하라고 국가가 존재하는 것 아닌가.”

② 13살 세형이와 친구들: 소년은 자라서 무엇이 될까

“엄벌한다고 (옛날에 내가 저질렀던 잘못을) 막을 수 있었단 생각은 안 들어요. 죽고 싶다, 살아갈 의미가 없다, 이런 생각만 하는 상태에선 주변에 한 명이라도 나쁜 사람을 만나기 시작하면 예방이 안 돼요”

21살 세형이가 말했다. 180㎝ 넘는 키에 몸무게 150㎏에 육박하는 체격의 세형이는 사기·절도·특수강도 등의 혐의로 소년원에 송치됐다가 나왔다. 세형이도 정훈이처럼 어린 시절부터 학대를 경험했다. 유치원 때부터 아빠에게 맞았다. 초등학교 시절엔 맨발로 도망쳐 경찰서에 간 것만 세 차례였다.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때마다 결국 아빠가 있는 집으로 돌려보내졌다. 경찰도 지켜주지 못하는데, 누구도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13살로 낮추면 12살이 가장 많아질 것

세형이의 첫 범죄는 만 13살 때였다. 친구의 ‘아는 형’이 세형이 이름으로 개설된 통장을 빌려가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잠깐 통장이 필요한데 통장을 빌려주면 5만원인가 10만원을 준다고 했어요. 중1한테는 그 돈도 정말 커 보이고, 심각성도 잘 몰랐고요.” 비행청소년들끼리 하는 용어로, 세형이가 “총대를 멨다”. 나중에 그 형에게 “통장을 어디에 쓰냐”고 물었더니, 경찰한테 걸리는 건 아니라고만 했다.

세형이는 자신이 희생양이 된 것처럼 만 13살 아이들이 “형들의 타깃”이 될 것을 걱정했다. 이제 만 11살이 된, 12살이 된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세형이가 본격적으로 범죄를 시작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다. 자살 충동을 매일 느끼다 결국 집을 나와 친구에게 ‘죽고 싶다’고 털어놨는데, 친구는 ‘이왕 죽을 거면 돈 좀 만져보고 죽으라’고 했다. 그날 밤 세형이는 문을 닫은 한 편의점에 또래 친구와 들어갔다. 비슷한 절도와 사기를 몇 번 반복했다. ‘이게 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땐 이미 늦었다. 세형이가 빠져나가려 하자, 친구는 처벌 수위를 언급하며 협박했다. “나중에는 일부러 잡히고 싶어서 사람들 많은 시내에서 금을 거래하자고 만나 특수강도를 했어요. 아이들이 ‘이건 무조건 잡힌다’고 말렸는데 일부러 ‘할 수 있다’고 하고 나갔어요. 시내니까 옆에서 보던 사람들이 신고했는데, 도망치기 싫으니까 발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그 결과 세형이는 소년원에 송치됐고, 그제야 범죄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세형이처럼 형사미성년자 때 범죄를 시작한 아이들은 한 해에 몇 명일까. 경찰청의 ‘촉법소년 소년부 송치 현황’ 자료(2022년 3월 기준,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를 보면, 2021년 법원 소년부로 송치된 촉법소년은 8474명이다. 2020년엔 9606명, 2019년엔 8615명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학교폭력 피해자단체 활동가는 “찾아오는 피해자들을 보면 13살에 범죄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앞의 경찰청 자료에서 만 10~13살 촉법소년 범죄 가운데 13살이 저지른 범죄가 가장 많다. 촉법소년 중 만 13살이 가장 높은 연령이니, 범죄가 가장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촉법소년 연령기준을 만 13살로 낮추면, 바로 그 밑의 만 12살 범죄자가 가장 많아질 것이다.

센터에서 만난 아이들은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도 범죄를 막지는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핵심 연결고리는 ‘주변 관계’라고도 말했다. 부모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중학교에 들어가는 만 13살부터 급격히 또래 집단, 형과 누나(오빠와 언니)들과 자주 어울린다. 그러면서 집 밖에서 범죄를 배우기 시작한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③ 13살 현우와 형들: 무서운 기억

센터에서 만난 아이들은 놀랍도록 시답잖은 이유로 범죄를 시작했다. ‘엄마 아빠가 집에 없어서’ ‘보호자가 대놓고 편애해서’ ‘친구랑 놀고 싶어서’ ‘집에서 맞아서’ 등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가출했다. 집 밖을 떠도는데 돈이 없었다. 길에서 누군가를 협박해 돈을 뺏었다. 뺏다가 돈을 안 주면 폭행하기도 했다. 중고거래 사기나 편의점 절도도 했다. 17살 호영이는 오토바이를 훔쳐서 보호처분을 받았다. “왜 훔쳤냐”고 물었더니, 호영이는 “먼 거리를 가야 하는데 차비가 없어서”라고 대답했다.

경찰청의 ‘촉법소년 소년부 송치 현황’(2017~2021년) 자료를 보면, 절도가 2017년 4073건에서 2021년 5460건으로 많이 늘었다. 폭력도 2017년 1766건에서 2021년 2550건으로 증가했다. ‘매년 잔혹범죄가 폭증한다’는 언론 보도와 달리, 촉법소년이 저지른 살인은 2017년 0건, 2018년 3건, 2019년 1건, 2020년 4건, 2021년 1건으로 들쭉날쭉하다. 촉법소년의 범죄 가운데는 악랄한 사이코패스 또는 계획범죄보다는, 쉽게 범죄에 가담한 뒤 무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더 흔하다.

마음만 먹으면 범죄 기회인 곳

무면허운전, 폭행 경험이 있는 채아(16)도 “아는 아이 중에 선배가 강요해서 성매매하는 애가 있는데, 걔는 보복을 제일 무서워한다”고 말했다. “오빠나 언니들도 처음에 돈 가지고 유혹하고 ‘(너는) 촉법소년이라 안 들어간다’고 하면서 잘해주거든요. 근데 한 번이라도 (성매매를) 시작하면 후회해도 이미 늦은 거예요. 가족한테 수치스러운 일을 알릴 거고, 소문이 다 날 거고. 경찰에 신고하면 그 선배 친구들이 와서 보복하고요.”

13살 때 중고거래 사기로 첫 범죄를 시작했고 돈을 뺏으려 감금치상 범죄를 저질렀던 현우(18)는 “애들끼리 ‘촉법소년이라 안 걸린다’고 얘긴 하는데, 범죄 전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 상황을 정확히 알고 저지르진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현우나 아이들은 범죄를 저지른 뒤 보내지는 소년분류심사원과 소년원에서 어떤 곳인지 알게 된다고 했다. 아이들은 소년원을 교화시설이 아니라 “안 가보면 모르는” 두려운 곳으로 묘사했다. 이동의 자유가 없는 곳, 휴대전화를 쓰지 못해 주변과 연락이 차단되는 곳, 교도소처럼 서열이 있어 폭행도 어느 정도 묵인되는 곳, 각종 범죄를 저지른 애들이 방을 같이 써서 마음만 먹으면 널린 게 범죄 기회인 곳. 현우는 이곳에 다시 가지 않으려면 “(주변 사람들과) 연락을 다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④ 13살 소년을 걱정하는 어른들

박용성 센터장의 사무실에는 수갑이 하나 걸려 있다. 인연이 있는 아이가 “선생님한테 많이 필요할 것 같다”면서 건넨 선물이다. 박 센터장은 아이들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일만 하는 게 아니다. 상담 과정에서 범죄를 포착하면, 가해자를 교도소에 보내기도 한다. 소년원에서 나온 재민(23)이 성폭행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른 사실을 알고는, 피해자들을 설득해 경찰이 수사하도록 한 그다. 그러면서도 그는 “또 다른 피해자가 만신창이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해자인 소년들의 삶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년보호재판을 오랫동안 해온 천종호 판사는 ‘촉법소년 연령기준 하향’ 등의 방식으로 제도를 바꿔나가려는 흐름에 의문을 제기했다. 천 판사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연령기준 하향은) 아이들의 사회화 퇴로를 차단할 여지가 있고 이는 국가 전체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연령기준 하향 대신 ‘소년보호처분 기간을 늘리는 것’을 대안으로 언급했다.

소년보호재판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소년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끌고 가는 데 있다. 엄벌받고 세상에 나온 가해자가 오히려 사회에서 설 곳을 잃는 경우도 많다. 서울소년원장을 지낸 한영선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2살이 10년형을 받아 교도소에서 지내다가 20대에 세상에 나왔다고 생각해보면 당연히 사회 복귀가 잘 안 된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자가 돼서 나오거나 분노를 계속 쌓는 괴물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소년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경험을 담은 책 <소년을 읽다>를 펴낸 서현숙 국어교사도 “아이를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시키거나 사형시킬 게 아니라면 처분 이후의 삶을 대비할 뒷받침이 있어야 재범을 막을 수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1년 11월 발간한 보고서 ‘소년사법제도 개선에 관한 기존 논의와 새로운 방향’을 보면 “1990년대 영국의 소년사법 방향은 복지에서 엄벌화 경향으로 바뀌었으나, 2000년 이후에는 엄벌화 경향이 줄어들고 있다”. 2015년 영국 구금시설에서 출원한 아이 중 67%가 ‘1년 이내에 재범한다’는 통계에 주목해, 영국 정부는 “소년범들의 재범 방지를 위한 사회 내 처우 및 시설 내 처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소년사법시스템을 개혁했다”. 엄벌이 아니라 소년범들의 삶에 주목했다. 보고서에는 “인종, 계층, 약물남용, 가정문제, 재범률, 학습능력 등에 대한 조사, 분석, 진단을 실시했고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고 돼 있다.

소년범의 삶에 주목한 영국

지금 한국 사회에서 소년범죄의 밑바탕에는 가정, 학교, 지역사회, 국가의 부재가 자리잡고 있다. 어디서 부재가 시작됐는지, 그 공백의 지점마다 왜 아이를 보살피거나 통제할 효과적인 장치가 없었는지부터 조사하고 진단해야 한다. 이 문제를 놔둔 채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하자’고만 하는 주장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박용성 센터장은 “아이를 조사하고 지원하는 여러 체계가 법무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으로 흩어져 전혀 연계되지 않고 있다. 소년범죄 정책을 지휘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그래야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아이도 한순간에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공백을 메울 체계가 필요하다. 새로운 삶을 시작한 18살 현우에게 “예전에는 범죄를 반복했는데 어떻게 이제는 끊었는지, 계기가 있었는지”를 물었더니, 현우가 답했다. “어느 날 갑자기 어떻게 변해요. (범죄와 연관됐던 주변 사람들이랑) 한 명씩 연락을 끊는 거죠. 센터 쌤이 제가 어딨는지, 뭐 하는지, 무슨 생각 하는지 자꾸 귀찮게 연락하더라고요.(웃음)” 시종일관 무표정,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대화하던 현우는 이 말을 할 때만 “(쌤한테) 말하지 말라”며 살짝 웃었다. 소년은 자신을 바꾼 “특별한 어른도, 특별한 계기도 없다”고 말했지만, 그 조금씩 젖어드는 어른들의 관심이 아이를 바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부산/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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