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에서 구조된 부상자들이 현장 인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여기 심폐소생술 할 줄 아는 사람 나오세요” “의사, 간호사 계신가요?”
핼러윈데이(31일)를 이틀 앞둔 29일 밤, 서울 용산 이태원 골목에 인파가 몰려 200여명이 깔리면서 구조가 늦어지자 시민들이 직접 구조 작업에 나섰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은 이날 밤 10시15분 소방당국에 최초 신고가 접수됐으며, 14분 만인 밤 10시29분 소방구급대원이 사고 현장에 도착해 구조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목격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심정지자들의 구조는 소방당국의 대응 3단계가 발령된 밤 11시50분께까지 이어졌다. 사고 뒤 구조돼 치료를 받고 있던 20대 김아무개씨는 “골목에서 사람들에게 밀리고 밀리다가 내리막길로 밀려났는데, 한 사람이 넘어지면서 도미노처럼 떨어졌다”며 “사람들이 ‘나도 구해달라’고 소리쳤고, 숨을 쉬지 못하는 사람도 보였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많은 시민이 구조와 심폐소생술(CPR)에 참여했다. 사고 당시를 목격한 최승환(21)씨는 “밤 11시30분께 환자 한 명씩 내려오면 사람들이 ‘여기 심폐소생술 할 줄 아는 사람 나오세요’, ‘의사, 간호사 계시냐’ 얘기가 나왔고, 사람들이 붙어서 팔다리를 주무르고 인공호흡을 했다”고 전했다.
인근 술집 직원인 이광형(22)씨는 “밤 11시에서 11시10분 사이에 나와보니, 가게 앞에 10여명이 쓰러져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교대로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 큰길에는 40여명 정도가 쓰러져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심폐소생술을 도왔다는 지성재(30)씨는 “구급대원과 함께 10명 정도 심폐소생술을 했다. 구급차에 태워서 보냈다. 심폐소생술하면서 눈물이 나오더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환자들에게 마실 물을 전해주거나, 뿌려주기도 했다. 인파에 끼어 있다 구조된 또다른 20대 김아무개씨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여서 땀을 흘리고 지쳐가니까 위에서 물을 뿌려줬다”고 말했다. 인파에 휩쓸려 넘어져 있었다는 이창규(19)씨도 “수십명이 죽은 것처럼 누워있다가, 누군가가 구조대를 불러서 그때부터 사람들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나도 그때 빠져나와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에게 마실 물을 가져다 줬다”고 전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