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데이 때 이태원을 순찰 중인 주한미군 군기순찰대. 온라인커뮤니티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인파에 깔린 수십명을 구조하고 사라진 남성 3명이 주한 미군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온라인에서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아비규환 속에서 남을 도운 그들의 행동에 감사드린다”며 미군들의 선행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동두천 미군 주둔 캠프 케이스에서 근무하는 자밀 테일러(40)과 제롬 오거스타(34), 데인 비사드(32)는 휴일을 맞아 핼러윈데이를 즐기기 위해 29일 저녁 이태원을 찾았다가 참사 현장을 목격했다. 수백명의 사람이 깔린 급박한 상황을 본 이들은 사람들을 하나씩 끌어올려 구조를 시작했다. 당시 상황을 본 목격자들은 “힘이 대단했다” “성인을 번쩍 들어올렸다” 등의 후기를 남겼다.
특히 현장에서 깔린 키 182㎝, 몸무게 96㎏인 남성을 구조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 “사람이 저렇게 몰리는 상태에서 성인을 들어올리는게 쉽지 않은 일인데 진짜 대단하네요”라고 남겼다.
이들 미군은 응급조치가 진행되던 현장 인근 클럽으로 구조한 사람들을 이송하기도 했다. 이들의 구조 활동을 보도한 <아에프페>(AFP) 등을 보면 테일러는 “모든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졌다. 사람들이 겹겹이 쌓이고 있는데 현장에서 그들을 도울 만한 충분한 사람들이 없었다"고 전했다. 같이 있었던 오거스타는 “많은 여성이 밑에 깔려 있었다. 그들은 더 작았기 때문에 횡격막이 파열된 것 같았고, 많은 사람들이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더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당시 사람들이 넘어지기 시작한 현장에는 경찰이나 구조대원은 없었다. 골목 위쪽에 있던 사람들은 바로 앞에서 재난이 발생한 상황도 몰랐기 때문에 사람들은 계속해서 골목으로 내려가려고 했다고 이들은 전했다. 비사드는 “밤새도록 사람들을 구조하는 것을 도왔지만, 인파에 갇힌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숨을 쉬지 못했고, 구조했을 때는 대부분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재난이 너무 순식간에 일어났다. 살아남은 것이 행운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을 통제하고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등 시민들을 돕는 다른 주한미군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도 에스엔에스(SNS) 등에 공개되면서 누리꾼들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시민들은 온라인 카페,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감사하다” “저런 분은 진짜 명예 시민증 줘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주한미군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화제가 된 미군 3명 외에도) 토요일 밤 이태원 지역에서 주한미군과 카투사로 구성된 주한미군 군기순찰대가 있었다”며 “평소 한국 경찰 담당자들과 함께 이태원 주변을 순찰해 미군 병사들이 현지 법을 준수하는지 등을 확인하는데, 당일에도 순찰하던 도중 사태가 발생해 현장에서 응급처치와 심폐소생술(CPR) 그리고 군중 통제에 임했다”고 밝혔다. 다만 주한미군 쪽은 화제가 된 3명 미군의 정확한 소속과 계급은 밝히지 않았다.
타국에서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미국의 정책은 참고할 점이 많다. 주한미군은 이번 이태원 참사를 겪은 미군을 위해 평택과 서울에서 상담 서비스를 운영한다. ‘마인드케어 코리아’, ‘서울상담센터’, ‘유앤미 정신건강 상담 서비스’ 등의 의료시설과 병원에서 정신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하고 있다.
윤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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