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생존자의 기록 ①
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학생들의 쪽지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편집자: <한겨레>는 6일 이태원 참사 생존자인 ㄱ(32)씨가 당시 겪었던 상황과 이후 심리 상담 과정 등에 대해 들었다. ㄱ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연재한 상담기록과 일지 등을 당사자 동의를 받아 차례로 옮겨 싣는다. 사고 당일인 29일 밤 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 인파에 휩쓸렸지만, 행인이 난간으로 끌어올려 가까스로 구출된 ㄱ씨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고위험 환자로 판정 받았다.
어디를 가도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와이키키 술집 앞에 껴있었고, 압사 사고 골목으로 휩쓸려갈 뻔했던 것도 맞긴 하지만,,
압박이 갑자기 심해져서 발이 안 닿았던 것도 맞지만, 숨이 쉬기가 어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와이키키 술집 벽으로 붙어야 살 수 있다고 난간에서 끌어주신 것도 맞지만, 그때 술집에서 문을 열어주고 대피해서 잘 살아남았고,
10시 40분쯤부터는 ‘아 살았다 이제 그럼 술 먹고 놀 수 있는 건가?’라는 생각도 했었던지라,,
참사 생존자로 분류는 아닌 것 같아요
생존자로 분류되고 PTSD 고위험 환자로 분류된 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환자라는 사실에
정신과 치료 연계 시스템을 안내받고 나온 이후,
선생님께서는 내게,
트라우마가 심할수록 스스로 고립이 심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참사 이후 혼자 고립되어 꾹꾹 참는 것보다
나의 슬픔을 타인에게 공유했을 때 그 슬픔으로 타인이 위로를 받을 수도 있어요.
글을 쓰시는 분이니, 트위터나 커뮤니티 등에 글로 연재하듯이 공유해보시는 것은 어떠세요 라는 말을 권유받은 후,
나는 나의 그날 이야기와 상담치료 이야기를
여러 편의 글로 공유하기로 마음먹었다.
“선생님 아무래도 가지 말았어야 했어요”
―아니에요 가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를 가도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게 지켜주는 것이 맞아요
놀다가 참사를 당한 게 아니라 일상을 살다가 참사를 당한 겁니다.
<첫번째 심리 상담 치료 하던 날 선생님의 한마디에 큰 위로를 받았던 순간>
*참사 이후 정신과 치료 과정 공유
국가트라우마센터 전화상담(1577-0199)와
심리학회 전화상담 (1670-5724 )20분 전화상담 후
거주하는 구의 정신복지센터 대면 상담치료 및 PTSD 검사완료
고위험도 PTSD 판정 후 정신과 치료 연계☞거주지 연계 정신과 치료 무료 상담가능하다는 안내와 일주일 동안 상담 치료 후,
국가 트라우마센터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지속적 모니터링 예정 안내
술집이 음악을 안 끈 게 아니라고요
오늘 언론에 혼자 목이 쉬어라 터져라 사람 통제하는 경찰관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저는 구출된 후 참사 현장 근처 새마을 회관이라는 술집에서 안으로 들어와 몸을 피하라는 말에 친구와 쉬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 경찰관을 저도 보았고, 처음으로 압사..?로 사람이 죽었다고? 인지했던 순간이었어요
그런데 언론에 나온 것처럼 그분 혼자서만 통제한 건 아니었습니다
새마을 회관이라는 술집 사장과 직원들이 모두 가게를 내팽개치고 따라 나가서 통제를 도왔거든요
뿐만 아니라 저를 처음 대피하게 해 준 참사현장 근처 와이키키 술집 직원들도 문을 열어 저와 다수를 구해주셨고,
그분들도 가게를 뒤로하고 야광봉으로 온 몸으로 참사 현장으로 입장하는 새로운 유입의 사람들을 막고 통제했습니다
참사 현장 근처 술집들 왜 음악을 저리고 안 끄냐고 도대체 정신이 있는거냐며 sns에서 욕을 많이 하더라고요.
음악을 안 끈 게 아니고, 본능적으로 달려나가 통제하느라 음악을 끌 사람이 없었던 거였어요
통제가 된 후 12시가 넘어서는 잠깐 들어와서 음악을 끄셨거든요
무자비하게 주변 상인들을 욕하는 sns를 바라보며 무력감을 느꼈고 화가 나고 원망스러운 감정이 무지막지하게 올라왔어요
현장에 있지 않던 당신들이 도대체 무엇을 아냐고,
보이는 게 전달되는 게 전부는 아닌거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언론에서는 주변 상인들이 얼마나 도왔는지 아무도 주목하지 않잖아요 관심도 없는 것 같고요.
지금 한 이야기를 jtbc 제보 채널과 시사 라디오 채널 제보 채널에 이야기했어요, 주변 상인들에 대한 이야기 꼭 다뤄달라,
하지만 어디도 뉴스에 내보낼 생각은 없어 보였고 대답도 오지 않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언론은 어디에 무엇에 관심이 있는 걸까요,
내가 사는 이 세상이 너무 무섭고 자꾸 두눈을 감게 돼요
―화가 나고 원망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해줄 수 있느냐는 상담 치료사의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
그땐 몰랐습니다
죄책감이라기보다는,, 제 자신이 좀 징그럽습니다
저는 10시 40분 구출, 10시 50분 와이키키 술집 바로 옆 새마을회관 술집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대피하고 있던 친구를 만났어요.
그때까지도 전혀 상황 파악이 안 되었어요
그냥 특이한 압박 상태를 겪었나?
위험하긴 했는데 지났으니 됐지 뭐. 이런 마음
뉴스가 뜬 것도 아니었고, 마이크나 확성기로 누가 안내를 구체적으로 해주는 것도 아니었고 저는 대피하려고 왔지만
그 술집에서 만난 텔레토비 분장 4명의 귀여운 친구들과 놀 생각에 시동을 걸고 있었어요
귀여운 친구들이 춤을 추고 술을 건네주길래,
받아먹었고 같이 신나게 춤을 췄습니다 15-20분 그렇게 놀았던 것 같아요
얼마나 제가 흥겹던지 영상을 찍어뒀더라구요 그때 시각이 11시 7분,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 영상 속 우리가 신나게 놀던 장면들 뒤로 구급요원이 들것으로 사람을 실어나르고 있었다는 걸요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 거지 죄책감이 아니라 이건 좀.. 제 자신이 너무 징그러운 인간인거 같은 거예요.
친구들은 저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야 라고 위로해주었지만,
친구들은 이 사실을 몰라요. 제가 입을 꾹 닫고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며칠을 집에만 박혀 있었으니까요
11시 7분 이후, 목이 터져라 통제하는 경찰관이 가까이 다가와 앞에서 사람이 깔려 죽었어요. 통제에 동참해주세요 소리치는 걸 보고 술이 깨기 시작했어요,,
에이 설마 저 사람 경찰 아닐 수도 있어 거짓말이라고 속으로 생각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때부터 사람들이 통제되기 시작하고 인구밀도가 거리에 현저히 낮아지기 시작하더니, 길 중간에서 서있던 여자들이 갑자기 픽픽 쓰러지더라고요
한두명이 아니길래 속으로 단체로 약물을 했나보다 그래서 구급대가 오는 건가봐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선 채로 질식사했던 사람들이 사람이 풀리자 쓰러진 것이라는 걸 뒤늦게 뉴스로 알았습니다
들것에 실려나가는 사람들을 보고도 술 많이 먹고 싸움이 났나보다 생각했지만
이내 곧 1초에도 몇명씩 쏟아져 옮겨지는 사람 80명 이상 보며 무언가 이상하다 직감했어요
그때가 11시 30분, 이상하다 분명 사람이 죽었으면 기사가 뜰 텐데 아직 기사는 안 뜨네 그럼 다 살았겠지
갑자기 구출되고 새마을회관으로 건너올 때 밑에 바닥에 깔려 누워있던 여자분이 생각났어요.
그분의 친구분이 도와달라고 사람들에게 소리쳤지만, 술 먹고 쓰러진 사람인가보다 .. 하지만 일단 얼른 빠져나가야지 하고 그냥 왔어요
선생님, 이 모든 사실을 친구들이 안다면
그래도 저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줄 수 있을까요?
말하지 못한 게 또 하나 더 있어요
CPR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었어요
그런데 너무 무서워서 하지 않았어요 집으로 도망치는 게 우선이었던거 같거든요
사람 실려나갈 때는 세상 모르고 놀더니 정말 너무 징그러운 인간인 거 같아요 저는
그때 그냥 CPR 도울걸 그랬어요
<죄책감이 커 보인다는 심리상담치료사의 질문에 대한 답> 4. 1)큰 사고 현장에서 살아돌아왔네. 다행이다!
우리 ‘다행'이라는 관점에 초점을 맞춰볼까요?
살아돌아와서 정말 ‘다행'입니다 00씨
2)시간을 되돌려 그날 그 시간으로 간다면, 쓰러져있던 여성분을 도울 거 같으세요?
―모르겠어요
아마 없었을 거예요, 사람이 꽉 들어찬 거리에서 떨어진 핸드폰이나 소지품을 줍겠다거나 사람을 돕겠다고 몸을 숙이면
그대로 내가 위험해질 수 있어요.
다시 한번 질문할게요? 시간을 되돌린다면 그 사람를 구하러 몸을 숙이셨을 거 같으세요?
―아니요,,
3)CPR도 마찬가지예요! 전문인력이 아니고 술을 드신 상태라 참여했어도 큰 도움되지 못하고 오히려 돕지못했다는 무기력함을 느꼈을 수 있어요.
그럼 우리 관점을 ‘다음번’으로 바꿔 볼까요?
다음번에 이런 일이 생기면 내가 사람 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게 CPR 배워봐야지, 우리 같이 CPR 배우는 거 알아볼까요?
4)사람이 실려나가는 게 그것도 모르고 술 먹고 춤추고 놀았다는 사실도 마찬가지예요, 원래 술 먹고 노는 곳인데 벌어지지 말아야 할 일이 벌어진 거예요.
우리 또 관점을 바꿔볼까요?
만약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이 있으면 정말 도움되었겠다 싶으세요?
―경찰이 마이크, 스피커, 확성기, ,,,,
그리고 안 들릴 수도 있으니까 LED 전광판 안내 같은 거,,갖고 있었으면 좋겠다,,
세계 문화 거리 술집 상인들도 그거 없으면 영업할 수 없었으면 좋겠기도 해요,,
자기들끼리 핫라인 연결도 있었으면 좋겠고,,
좋은데요? 그럼 우리 이걸 가지고 지금 해볼 수 있는 걸 해볼까요? 작게는 주변 친구들에게 알리기.
크게는 언론사 제보 카톡 채널에 알리기
우리 사회가 참사가 다시 발생했을 때 경찰도 통제에 마이크나 확성기를 그리고 전광판을 이용해야한다구요,
상인들은 마이크 확성기 핫라인 연결 없으면 영업 못하게 한다구요.
이 제보가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적극적으로 내가 행동하는 것이 지금의 무력감에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
근데 누가 알겠어요? 이게 만약 반영돼서 뉴스나 기사에라도 나올지? 그러면 확 갑자기 살아갈 힘이 백배 천배는 될걸요?
<두번째 심리 상담에서 전문가의 필요성을 느끼다, 희망을 느꼈기 때문에> 5. 어제 제가 담당하고 있던 다른 남성분이 있어요
똑같이 그 현장에 계셨고, CPR을 할 줄 알아서
한시간 넘게 거기서 CPR을 도우셨대요.
그런데 마지막에 안면이 일그러져 있고, 팔다리가 모두 성치 않은 분이 자기 앞으로 왔는데,
CPR을 하다가 그냥 집으로 도망쳤다는 거예요
그게 너무 괴롭고 힘들다고 하셨어요
이분에게 00씨라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으세요?
― 나였어도,, 그렇게 했다.
<두번째 심리상담에서 연대감을 느끼다> (계속)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이슈이태원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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