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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나 여기 있어, 언제든 연락해’ 문자…핸드폰을 붙들고 울었다”

등록 2022-11-06 17:33수정 2022-11-07 13:50

이태원 참사 생존자의 기록⑥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한 시민이 추모객들의 메시지를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한 시민이 추모객들의 메시지를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편집자: <한겨레>는 6일 이태원 참사 생존자인 ㄱ(32)씨가 당시 겪었던 상황과 이후 심리 상담 과정 등에 대해 들었다. ㄱ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연재한 상담기록과 일지 등을 당사자 동의를 받아 차례로 옮겨 싣는다. 사고 당일인 29일 밤 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 인파에 휩쓸렸지만, 행인이 난간으로 끌어올려 가까스로 구출된 ㄱ씨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고위험 환자로 판정 받았다.

11.

“네 안녕하세요 여기는 심리학회 상담센터입니다
저는 참사 이후 힘들어하시는 분들을 위해 도움을 드리고자 있게 된 전문사 입니다.
무엇이 지금 가장 힘드세요? 어떤 것도 좋으니 이야기하셔도 됩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정말 많이 나아졌습니다. 그런데 왜 전화를 받자 마자
또 눈물이 홍수처럼 터져나올까요. 저는 이미 수천명의 사람들이 남겨준 댓글로 빠르게 회복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많이 나아졌어요.
그런데 왜 전화를 받자마자 인사를 하시는 선생님의 안내멘트에 갑지기 또 눈물이 터지는 걸 까요

나: 선생님, 저는 정말 이제 괜찮아졌어요.
이미 수차례 상담과 진료로 인해서 죄책감과 자책감 같은 것들은 많이 해결이 되었고, 충분한 애도를 통해 자력을 되찾았습니다.
많은 것들을 털어내었는데 딱 한가지 걸리는게 있었어요.
바로,, 창피함이었습니다.
참사 다음날 일요일 아침, 제가 가장 먼저 했던 일이 뭔지 아세요?
바로 핼러윈 분장을 하고, 이태원에서 놀고 있던 인스타 스토리를 황급히 삭제한 거 였어요.
제가 창피함을 느끼고 있었던거 같은거에요.
거기 간걸 창피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선생님: 어떤 부분이 창피하다고 느꼈던거 같으세요?

나 : 핼러윈 분장한 것, 창피해.
이태원 간것 창피해.
주변 지인들이 이태원 갔다는 것 몰랐으면 좋겠다.
갔다고 욕먹으면 어떡하지.
파티했다는 것 창피해.
파티를 즐기는 사람이라는 것도 창피해.
이런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선생님: 욕먹을까봐, 라고 하셨어요. 그 이유가 뭘까요?

나 : 그냥,, 작년에 코로나때 이태원 일이 있었잖아요.
그게 생각났던 것 같아요. 무서워서 어딜 갔다고 말하지도 못하던 시절이요.
욕먹으면 어떡하지, 생각없는 애라고 뒤에서 떠들면 어떡해.
그리고 구조 현장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놀기만 한 사람들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글도 본것 같아요.

선생님: 지금도 창피하다고 생각하세요?

나 : 창피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창피해하고 있어요 지금은.
내가 왜 인스타스토리를 삭제했지, 너무 후회돼요.

선생님: 창피함에 대한 시각이 지금은 바뀐 거네요,
그때 창피해했던 이유와,
지금 창피함에 대한 이유가 달라요 그쵸?

나: 네 맞아요.
저는 분명히 이태원 현장에 가서 충분히 애도하고, 가길 잘했다고.
오히려 이태원은 잘못이 없다고, 상인들도 잘못이 없다고 당당히 이태원에서 밥도 먹으러가야지, 시간내어서 또 헌화하러 이태원에 가야지.
내년에 꼭 할로윈 분장 더 화려하게 더 세게 하고 이태원에서 놀아야지.
그랬는데, 창피함이라는 감정이 탁 걸리는 순간 …

선생님 : 본인에게 시간을 좀 더 주세요. 시간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에요.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 시간이 아주 많이 많이 필요해요.
빠르게 일어나고 싶었나봐요 정말로.
그리고, 오히려 새로운 관점이 생겨서 새로운 감정으로 창피함을 바라보고 있어요.
이건 좋은 현상이에요. 창피함을 창피해하고 있다는 것이요.

나 : 전화드리기 전까지는
이제는 친구들이 보고싶었더라구요.
그래서 야 우리 놀러가자, 클럽에 가자
맛있는 거 먹으러가자, 좋은데로 커피도 마시러 가자
그런데 창피함을 깨달은 순간, 이제는 헷갈려요.
그래도 될까? 아닌 것 같아요 갑자기 …

선생님 :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래도 될것 같으세요?

나 :선생님과 상담하고 하는 도중에는 그래도 될것 같다는 생각으로 많이 바뀌긴했지만,,
정말 그래도 될까요?
모르겠어요 선생님, 제가 지금그래도 된다는 이야기를 제가 지금 듣고 싶나봐요

선생님 : 저는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정답을 감히 내려드릴수는 없는 사람이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선택들 중에 하나라고 분명히 생각해요. 그게 맞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하면 되어요,
우리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하고, 나아가려고 하는 거니까요.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친구들과 놀러가셔도 되어요. 정말로요.
우리는 이번 참사를 통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 거 잖아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려는 노력들은 각자마다 다 달라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는 거에요.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요
일상으로 복귀가 가장 대표적인 노력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 : 오늘은 예능을 보고 싶었어요.
오늘 집에 돌아와서는 저녁에 무한도전을 봐야지
지난 며칠간은 뉴스에 집착할 정도로 그것만 봐왔거든요.
그런데 그걸 봐도 될까요?

선생님 : 네 물론이죠 정말 보셔도 되어요

나 :선생님, 제가 정말 그걸 보고 깔깔 거리고 웃고,
떠들어도 될까요?

선생님 : 아,, 정말 물론입니다 진짜로요.
질문 하나 할게요. 어떤거 제일 좋아하셨어요?

나 : 제가 박명수 씨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분 개그 스타일을 참 좋아해요
아무 생각없이 툭툭 내뱉어서 사람 황당하게 웃기는 거나,
가만히 있다가 툭 웃음 터지게 하는거요.

선생님 : 또 누구 좋아하셨어요?

나 : 유재석씨 좋아하는데, 그냥 그분이 다른 사람 놀리는거 좋아했거든요
유재석씨가 다른 사람 놀리는거 보고 싶더라구요.
제가 놀림 받았으면 좋겠기도 해요,
친한 친구들이 웃긴애들 정말 많거든요
걔네가 아무렇지 않게 저를 놀려줬으면 좋겠어요.

선생님 : 제가 감히 오늘 숙제 하나드릴게요.
오늘 박명수씨 짤 하나, 유재석씨 짤 하나, 옛날 무한도전 짤하나 이렇게 3개는 저녁에 꼭 보기.
보면서 깔깔깔 엄청 웃기. 꼭 약속해요 !

나 :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로요. 제가 꼭 오늘 볼게요.
그리고 또 전화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정말로

*대면 심리치료 상담사와의 대화 내용

(창피함에 대한 내용 겹쳐서 생략)

선생님2 : 00씨, 분명 저한테 핼러윈은 잘못없다, 이태원은 잘못없다. 라고 하지 않았어요?그때 인스타 스토리 삭제했을때의 창피함을 잘 뜯어보자구요.
인스타 스토리를 삭제했다->핼러윈이나, 파티는 잘못 된 것이다. 이태원에 간것은 잘못이다 라는 감정이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핼러윈은 잘못이 없다, 파티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이태원에 간 것은 잘못된게 아니다 라고 인식하고 있었고요,
그러면 인스타스토리를 삭제했다는 건 그때는 깨닫지 못한 상태라 그랬던 것이다
이거네요!

나: 아맞네,,,

선생님 2 : 자꾸 과거로 돌아가려고 하다보니 인식의 오류가 생겨서 그래요!
원래 잘 회복하고 있었어요. 되돌아가서 무덤을 파지만 않으면 됩니다.

그리고 상담사가 되돌아가서 무덤파는걸 도와주고 있으니!
자연스러운 현상이고요, 언제든지 그런 현상이 올때 문 두드리면 되요
인식의 오류를 바로 잡기만 하면 별 문제 없는거에요

자 이제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요?
제일 크게 도움된 말들 이야기 해봐요 우리

나: 원래 살면서 나 스스로에게 위로하던 말은,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면 별일이 아닌게 되는거야,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면 남들도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
이거였어요.

저한테는 마법같은 문장이었는데,
그 마법이 통하지 않는 순간도 있더라고요.
상식적으로 누구나 다 별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터지면
안통해요.

그런데 그때 그 이상의 문장을 만났어요
이런 말을 해주더라고요 친구들이
‘나 여기 있어, 언제든 연락해도 돼’
한 두 명 해준게 아니에요.

자기 여기 있다고, 네가 어떤 상태인지 몰라서
함부로 말을 걸지는 못하지만 나 여기 있으니까 네가 필요히면 언제든 연락해도 된다고 너무 큰 힘이 됐어요.

그 친구들에게 너희가 옳았다. 라고 말해주고도 싶어요.
비록 제가 답장을 하지는 못했지만, 답장없을 걸 알면서도
그렇게 메세지를 보내주는 친구들의 용기가 너무 감사해서

핸드폰을 잡고 울었어요.
나는 과연 답장이 없을 걸 알고도
용기있게 내가 도움이 될거란 확신을 갖고

메세지를 보낸적이 있었던가. 없는것 같거든요

나 : 최근에 웃었던 일 있어요?
제가 되게 우울이 극심해지던 때였는데,
밥을 못먹고 있었어요.

배가 안고픈게 아니라 밥을 사오고, 차리고
이런 에너지가 없어서에요

우리는 살면서 기본적인 생활을 하는거에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쓰는거구나 라는 것도 느끼면서요
근데 그때, 제 친한 동생이 너무 당당하게

“언니!! 내가 전복죽 시켰어!!! 언니네 집 406호 맞지? “
원래도 실수가 많은 친구거든요

너무 당당하게 틀린 홋수로 배달을 시켰다는 친구 메세지를 보고 웃음이 터져 나오더라고요
아니야 00아,,, 우리 건물에 406호라는 곳은 존재하지 않아,,401호야.. 보내면서 정말 뻘하게 웃음이 터지더라고요

이상한 감정이었습니다. 나의 모든게 휘발되어 날아가는 느낌.
선생님 , 웃음이 정말 중요한 거더라고요.

<갑자기 쏟아진 감정에 2명의 상담사와 상담을 진행한 날 대화에서>

<소드님들께 드리는 특별 번외편: 선생님, 제가 참사 생존자 인가요?>

소드님들 안녕하세요,

이 글을 올릴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고민 끝에 올립니다.

비공개 카페인 소드에 글을 올리고 난후,
제가 이미 소드님들의 댓글에 목 놓아 울며 위로 받은 것을

여러분이 아실까요,
사실은 제게, 상담 선생님도 많은 영향이 있었지만
여러분과의 연결성이 저를 살렸습니다.
마음같아서는 답글을 다 달고 싶었지만

그저 읽고 제 마음 치유하느라 일일이 답을 하지
못한 점,
그저 불순한 의도가 아니었음을 알려드리고자 따로 글을 씁니다.

제 글이 여러 사람을 살린다는 댓글,
위로하고자 들어왔다가 제가 위로받고 돌아간다는 댓글,
이 글이 진심으로 많은 곳에 퍼지길 바란다는 댓글이
어찌나 저를 위로 하던지.

언론에서 보는 것과 다르게 현장의 오해가 풀린다는 말들.
님 께서 여러 사람을 살린다는 댓글,
얼마나 많은 분들께 선한 영향력을 끼치시는지
아셨으면 하는 댓글.

많은 사람이 저와 같은 입장일테지요,
제가 대표해서 심리 치료를 받았고 저로인해
많은 분들이 치유 받는 것 같다는 감정이 고대로 전해져서

정말.. 몇년만에 어린 아이처럼 울며 감정을 털어버릴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그렇게 말 걸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의 글 제목인 ' 제가 참사 생존자 긴가요?' 제목은
사상자 300명에 카운트 되지는 않지만,

우리 모두가 직 간접적으로 생존자라는 사실을 깊이 공감 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저의 개인적인 감정이었습니다.

제가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제 곁에, 저와 연결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살면서 평생 이 감사함을 어떻게 갚을까요,

제가 어떻게 이것을 잊을 수 있을까요,
여러분께서 스크랩해주신 글들이 퍼져나가
저에게 수천개의 댓글이 달렸지만, 단 한개의 악플도 달리지 않았다는 점이 저에게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는 것을

여러분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시한번 ,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몇분이 알고 계시겠지만, 여러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이 있었고 그중의 하나의 기사가 이미 업로드 되었고,
내일부터 순차적으로 기사가 업로드 될 예정이예요.
제가 쓴 글 중에, 상담사 선생님께서 이야기하신 부분 기억 하실까요?
"혹시 아나요? 이것이 기사화 되고 뉴스가 될지!"
세상에 기적이 있다면, 이것이 기적일거에요.

진심으로 그렇게 만들어주신 분들이 소드님들,
기적이 있을 수 있냐고 물으신다면
여러분께서 같이 만들어주셨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모두 소드님들 덕분입니다. 진심으로 여러분 덕에 저는 빠르게 한시간 한시간 마다 치유 에너지가 차오릅니다.
기사라는 특성상 불특정 다수가 보는 글이기에,
예상치 못한 악플이라는 것이 달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진심으로 전혀 타격감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의 근본은 저를 진심으로 생각해주신 소울드레서 분들의 정보공유였고, 그로부터 수천개의 응원을 받은 사람이니까요.
결국 답은 사랑입니다. 사랑을 근본적으로 받으니,
어떤 모함을 받아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꼭 알려드리고 싶어 글로서 마음을 표현합니다.
제가 더욱 치료에 전념해서,
꼭 다시 더욱 건강해지기까지의 마지막 경험도 공유하면서
반드시 더 좋은 에너지로 보답하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더 좋은 사람으로 살아내어서
백배 천배로 갚겠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제 곁에 있어주셔서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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