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규모 환불 사태’를 일으킨 머지포인트 운영사인 머지플러스 대표 남매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성보기)는 10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머지플러스 권남희 대표(38)와 최고전략책임자(CSO)인 동생 권보군(35)씨에게 각각 징역 4년과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사기 피해액이 크고 피해자가 10만명”이라고 밝혔다.
권씨 남매는 2020년 5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고액의 회사 적자가 누적돼 사업 중단 위기에 처했는데도 ‘돌려막기’ 식으로 소비자 57만명에게 2521억원어치의 머지머니를 판매한 혐의(사기)를 받는다.
액면가보다 싸게 파는 머지포인트 상품권을 결제하면 대형마트, 카페, 편의점 등 각종 제휴사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머지머니를 충전해주는 방식으로 영업해왔다. 이들은 재판에서 머지머니와 20% 할인 결제를 제공하는 브아이아피(VIP) 구독 서비스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다음 할인율을 낮춰 서비스를 지속하려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20% 할인 방법은 다른 기술을 사용해 원가를 절감하는 방법이 아니라 적자를 감내하는 방법일 뿐”이라며 “이런 방법은 누구라도 사용할 수 있어 경쟁회사의 등장을 막을 수도 없고 시장을 석권할 수 없다. 적자를 부담할 수 없는 회사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이들이 슈퍼카를 산 것을 거론하며 “피고인 회사는 투자자를 구하지도 못한 신생기업인데, 이런 기업에서 돈을 횡령해 사적 용도로 사용한 점을 비춰보면 피고인들이 장차 회사를 흑자기업으로 전환하려는 진지한 의사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권 대표가 사기 행위에 가담한 시기를 2020년 11월1일부터로 봤다.
또한 재판부는 권씨 남매가 2020년 1월부터 금융위원회 등록 없이 선불전자지급수단인 머지머니를 발행·관리하고, 같은 해 6월부터는 브이아이피 구독 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전자지급결제대행업을 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도 인정했다. 동생 권씨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도 유죄로 인정하고, 약 60억원의 추징 명령을 선고했다. 머지플러스 법인에는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고,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한편 특가법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권 대표의 또 다른 동생 권아무개(37)씨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권씨는 동생 권보군씨와 함께 법인자금 67억원을 생활비와 주식 투자, 교회 헌금 등에 사용했다.
앞서 머지플러스는 상품권 발행업으로 등록한 뒤 주요 프랜차이즈에서 무제한 20% 할인 혜택을 내세운 머지포인트를 판매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머지포인트 사용이 가능한 가맹점이 대폭 축소되면서 본사에 환불을 요구하는 가입자 수백명이 몰리는 등 ‘대규모 환불 사태’가 일었다. 금융감독원의 수사 의뢰를 통보받은 경찰은 수사에 나섰고, 같은 해 12월 권 대표와 권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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