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인 머지플러스 본사. 연합뉴스
대규모 환불 사태로 손해를 입은 머지포인트 피해자들이 첫 민사재판에서 “머지포인트 쪽과 이를 판매한 대형 쇼핑 플랫폼들이 공동으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판매업체 쪽은 “책임을 질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권남희 머지플러스 대표 등 머지 쪽은 변호인도 선임하지 않았고, 재판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재판장 정재희)는 1일 머지포인트 피해자 144명이 권남희 대표와 머지포인트 발행·운영사인 머지플러스와 머지서포터, 머지 쪽과 계약을 맺고 상품권을 판매한 롯데쇼핑·11번가·지마켓·위메프·티몬·스타일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 피해자들은 머지 쪽은 물론, 머지와 계약을 하고 상품을 판매한 대형 쇼핑 플랫폼 모두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2억2680만원으로, 미사용 머지포인트 잔액과 머지플러스 서비스 구입금,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 등을 합한 금액이다. 추가 접수된 집단소송까지 더하면 원고로 참여한 피해자는 438여명, 청구금액 합계는 6억4380만원이다.
피해자들을 대리한 노영실 변호사는 이날 “통신판매중개업자(대형 쇼핑 플랫폼)들은 머지의 상환능력이나 준법성을 확인하지 않고 상품권 판매를 독려해 원고들의 손해를 확대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머지포인트 상품권은 11번가 등 대형 쇼핑몰에서 대부분 판매됐는데, 소비자들이 머지와 함께 활발히 마케팅을 한 대형 쇼핑 플랫폼을 믿고 포인트를 구매해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노 변호사는 “권 대표와 회사 쪽에는 사기 등 불법행위가 원인이 되는 손해배상 책임과 소비자에 대한 채무불이행이 계속 발생하는데도 판매를 멈추지 않아 주의의무를 위반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형 쇼핑 플랫폼들은 “법률상 의무와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공동 불법행위가 인정되려면 법률이 정한 의무를 위반해야 하지만, 상품권 발행자의 신용도와 상환 능력을 확인할 의무가 현행 통신판매중개업 관련 법에 규정돼 있지 않고, 그 내용을 파악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머지플러스 상품권을 발행하고 운영한 권 대표와 머지플러스·머지서포터 등 머지 쪽은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변호인도 선임하지 않은 상태다.
재판부는 피해자 쪽에 “머지포인트 사업의 구조를 명확히 밝혀서 이를 토대로 대형 쇼핑 플랫폼의 공동 불법행위가 성립한다는 주장을 보강하고, 대형 쇼핑 플랫폼 쪽이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 반박한 내용에 대한 재반박을 준비하라”고 요구했다. 오는 9월16일 예정된 두번째 재판에서는 이에 대한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머지포인트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음식점 등 주요 프랜차이즈에서 20% 할인된 금액으로 결제할 수 있는 상품권으로, 11번가 등 쇼핑 플랫폼에서 인기리에 판매됐다. 그런데 지난해 8월 금융당국이 머지포인트 판매를 하려면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운영사인 머지플러스 쪽은 포인트 사용이 가능한 가맹점을 대폭 축소했다. 이에 이용자들의 환불 요구가 빗발쳤지만 상당수 소비자는 구매대금을 환불받지 못했다. 이 사업 구조가 별다른 수익모델 없이 새로 가입한 회원들에게서 받은 돈으로 기존 회원들이 물건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돌려막기’ 방식인 탓에 머지 쪽 상환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 결과 머지포인트 사태로 피해자 57만명이 약 751억원의 피해를 봤고, 제휴사 피해액도 253억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권 대표는 사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현재 서울남부지법에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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