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최측근인 정진상 당대표 비서실 정무조정실장의 체포영장이 기각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마냥 매끄럽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검찰이 ‘이재명 대선 자금 저수지’로 의심하는 대장동 사업 수익 428억원의 주인을 두고도 서로 말이 갈려 정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 실장 구속영장 청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검찰로서는 추가 증거 확보가 절실하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당초 정진상 실장의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동시에 청구했으나, 법원은 체포영장은 기각하고 압수수색 영장만 발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 9일 정 실장 집과 여의도 국회의사당 및 민주당사 사무실 등만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지난달 19일 또 다른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해 ‘출석 불응 우려’를 이유로 전격 체포한 뒤 구속영장까지 발부받아 지난 8일 기소했다. 정 실장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체포→구속→기소’ 수순을 밟으며 수사 흐름을 이어가려 했지만 시작부터 제동이 걸렸던 셈이다.
두 최측근에 대한 수사는 결국 이 대표를 과녁으로 삼고 있다. 검찰은 대장동 민간사업자 쪽 진술을 바탕으로 김만배씨의 대장동 사업 수익 중 수백억원이 이 대표 최측근인 김용·정진상 몫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부터 이 대표를 도와온 이들 관계에 ‘정치공동체’라는 이름표 붙여, 결국 대장동 이익 일부가 대선 자금 등의 형태로 이 대표에게 귀속됐을 것으로 의심한다.
수백억에 달하는 수익 주인을 두고 진실게임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 실장 압수수색 영장에는 ‘김만배씨가 가진 대장동 사업 지분 49% 가운데 24.5%에 해당하는 수익금 700억원 중 공동 부담 필요 경비를 제외한 428억원을 유동규, 정진상, 김용이 공유하기로 약정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문제는 이같은 ‘3자 공유 약정’이 당사자 진술에 따라 요동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당초 검찰은 지난해 10월 유 전 본부장을 부정처사 후 수뢰(약속) 혐의 등으로 기소하면서 700억원(세금 등 공제 후 428억원)의 주인이라고 했다. 하지만 1년여 만에 돈 주인이 3명(유동규·김용·정진상)으로 늘었다.
검찰이 판단을 바꾼데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등의 진술이 주효했다고 한다. 이미 700억원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유 전 본부장의 경우 검찰 공소장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유 전 본부장은 “428억원 중 내 몫은 없다”며 검찰이 영장에 적은 ‘3자 공유 약정’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만배씨 역시 “428억원은 모두 내 돈”이라며 3자 공유 약정을 부정하고 있다. 정진상 실장은 10일 “428억원 약정설은 허구주장일뿐 사실무근이다. 검찰은 삼인성호(세 사람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든다)로 죄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했다. 김 부원장 쪽도 “검찰은 물증 없이 유동규 입에만 공소유지 운명을 맡기고 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전날 압수한 정 실장 관련 자료들에서 증거인멸 흔적 등을 찾는 등 구속영장 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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