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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언니’라던 그는 남자였다…청소년 성소수자 노리는 성착취

등록 2022-11-13 15:17수정 2022-11-13 20:39

가장 ‘안전하다’ 여기는 온라인 공간을 성착취 통로로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에 청소년 성소수자의 성폭력·성매매 피해 상담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에 청소년 성소수자의 성폭력·성매매 피해 상담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나도 성소수자인데 친하게 지내요!”

청소년 성소수자인 ㄱ씨는 올해 초 성소수자들끼리 교류하는 플랫폼에서 한 ‘언니’를 만났다. 학교에서 성소수자인 걸 밝힐 수 없었던 ㄱ씨는 평소 온라인에서 같은 성 정체성을 가진 친구를 사귀었다. ‘언니’도 그중 한 명이었다. 유난히 공통점이 많았던 ‘언니’와 금방 친해졌고 이름이나 사는 곳, 학교 등 개인정보도 공유했다. 어느 날 ‘언니’는 서로 여성인 것을 인증하자며 몸 노출 사진을 달라고 했다. ㄱ씨는 의심 없이 사진을 건넸다. ‘언니’의 태도는 곧 돌변했다. “집이랑 학교에 성소수자라고 알려지기 싫으면 내 말에 복종하는 게 좋을 거야.” 17살이라던 ‘언니’는 성인 남성, 성착취자였다.

성착취자들이 ‘성소수자’이면서 ‘청소년’이어서 “이중의 취약성”에 노출된 피해자를 노리고 있다.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에 ㄱ씨와 비슷한 경험을 한 청소년 성소수자의 피해상담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띵동의 상담통계를 보면, 최근 1년(2021년 11월~2022년 10월) 동안 성소수자 청소년이 성폭력·성매매 범죄 피해로 상담을 요청한 건수는 34건이었다.

성착취자들은 청소년 성소수자가 ‘안전하다’고 여기는 공간을 성착취의 통로로 이용한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에스엔에스(SNS), 성소수자 전용 플랫폼 등 익명성이 보장된 온라인에서 성 정체성을 밝히고 활동하곤 한다. 권주리 십대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성착취자들이 점점 더 취약한 이들을 찾다 보니 최근에는 청소년 성소수자들까지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짚었다.

‘아웃팅’(성소수자인 걸 본인 뜻과 상관없이 강제로 알리는 것)은 가해자가 성착취를 위해 손쉽게 휘두르는 무기다. 성소수자인 걸 주변에 드러내지 않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아웃팅 자체만으로 폭력적인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는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다. 띵동에 접수된 또 다른 성착취 피해사례를 보면, 청소년 ㄴ씨는 화상통화를 하자며 성착취범이 준 링크를 눌렀더니 연락처가 모두 그에게 넘어가는 일을 당했다. 가해자는 “성관계를 해주지 않으면 아웃팅하겠다”고 협박했다. 송지은 띵동 인권옹호팀장은 “가해자들은 성인 성소수자에게 아웃팅 협박으로 돈을 뜯어낸다면, 청소년에게 성착취물 제작이나 성관계 등을 강요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신고도 쉽지 않다. 역시 아웃팅 때문이다. 송지은 팀장은 “미성년자라면 부모에게 알려야 한다는 법률상 의무가 없는데도 수사기관에서 대부분 보호자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한다. 아웃팅이 두려운 피해자들은 신고를 단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송 팀장은 “청소년 성소수자 피해자의 보호자가 피해 사실을 알고 자녀의 성 정체성을 탓하기도 하는데, 절대 피해야 할 대응 방식”이라고 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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