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들 면면은 다양하다. 청소년 사이에서는 ‘자퇴 브이로그’가 유행하는 등 자퇴가 주체적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인식 변화 조짐도 나타난다. 다만 경제적 조건 등에 따른 양극화 문제는 학교 밖 청소년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국내 학교 밖 청소년은 14만5818명으로 추정된다. 법률상 학교 밖 청소년은 초·중등교육과정에서 벗어난 9∼24살을 가리킨다. 추정 규모는 7~18살 인구에서 초·중·고 재학생 등을 더하거나 빼 간접 추정한 수치다.
자퇴 청소년들에게 ‘부적응자’라는 낙인이 여전하지만 이들이 실제 학교를 그만둔 이유는 다양하다. 2489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학교를 그만둔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학교에 다니는 것이 의미가 없었기 때문’(37.2%)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다른 곳에서 원하는 것을 배우기 위해’(29.6%)였다. ‘공부하기 싫어서’는 18.6%에 그쳤다. 연구책임자인 김희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겨레>에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일탈이나 비행과 연결짓는 인식이 많이 남아있다. 이들 중에는 일탈·비행 사례가 있지만, 조기유학·미인가 대안학교 진학 등을 위해 그만 두는 경우, 단순히 학교에 흥미가 없거나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해 그만두는 사례 등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고 했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자퇴 브이로그’. 일부 영상은 수백만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과거와 달리 요즘 청소년에게 ‘자퇴’는 정형화된 학교 교육에서 벗어나는 ‘주체적 선택’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유튜브엔 ‘내가 자퇴한 이유’ ‘자퇴 큐엔에이(Q&A)’ ‘자퇴 설득’ 등의 제목이 달린 ‘자퇴 브이로그’가 인기다. ‘학교 안 시청자’들은 “학교에 자퇴한다고 알린 후에 처리까지 얼마나 걸렸냐” “선생님과 상담은 어땠냐” “자퇴를 고민하고 있는데, 혼자 잘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등의 상담·고민 댓글이 달린다.
개인의 선택이 강조될수록 학교 밖 청소년 내부에서 나타나는 양극화와 불평등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모 유무, 경제력 차이 등에 따라 같은 학교 밖 청소년이라 할지라도 삶의 질과 진로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태조사에서 ‘학업중단 시 계획’을 묻는 질문에 가정 경제 수준이 높다고 인식하는 청소년(전체 응답자 중 10.3%)의 32.8%는 대안학교 진학을, 15%는 해외유학이라고 답했다. 반면 경제 수준이 낮다고 인식하는 청소년(전체의 11.6%)의 34.8%는 시간제근로·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했다. 20%는 구체적 계획이 없다고 했다. 김희진 연구위원은 “가정배경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향후 어떤 삶을 사느냐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다. 정부에서도 이런 부분에 주목해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