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세월호 참사를 보고한 시간과 횟수 등을 조작해 국회에 답변한 혐의를 받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파기환송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엄상필)는 16일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비서실장의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심리 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출되는 등 증거관계의 변동이 발생하지 않아 대법원 판단을 따를 수 없는 다른 이유나 사정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며 “대법원 판결과 같은 이유로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김 전 비서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 박 전 대통령에게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한 것처럼 답변서를 작성해 국회에 제출한 혐의를 받았다. 김 전 실장은 그해 8월 국회에 낸 답변서에서 “비서실에서는 20~30분 단위로 유·무선으로 보고를 했기 때문에, 대통령은 직접 대면보고 받는 것 이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비서실장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서실 보고서가 실시간으로 전달됐는지 확인되지도 않고, 전달이 됐다고 해도 대통령이 상황 인식을 제대로 할 만한 내용이 아니었다고 보인다. 비서실장으로서 보고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를 확인하지 않은 채 ‘20~30분 간격으로 보고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은 허위로 보인다”며 김 전 비서실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전 비서실장이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항소를 기각해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 8월 대법원은 원심의 유죄 판단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답변서 중 ‘대통령은 직접 대면보고 받는 것 이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한 부분은 피고인의 의견으로, 그 자체로 내용의 진실 여부를 판단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 ‘20~30분 단위로 유·무선 보고를 했다’는 부분도 실제로 대통령비서실에서 1부속실 비서관 앞으로 발송한 11차례의 이메일 보고와 국가안보실에서 청와대 관저로 전달한 3회의 서면 보고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 허위라고 볼 수 없고, 작성 내용과 경위를 종합해 볼 때 허위공문서를 제출한다는 의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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