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일반 국민에게 개방된 서울 용산공원에서 미국 고스트로보틱스사의 로봇개가 대통령 집무실 경호용으로 시험 운용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에게 1천만원의 고액 후원을 한 인물이 실소유한 회사가 대통령경호처의
경호용 로봇개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따낸 것으로 드러나 대통령실의 ‘인맥 계약’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인맥 계약 의혹은 서울 한남동 관저 리모델링 공사 때도 불거졌다. 대통령실은 지난 5월25일 12억2400만원 규모의
관저 리모델링 공사를 김건희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 주최 전시회의 후원업체로 이름을 올리고 인테리어 공사 등을 맡은 업체와 수의계약했다. 이 때문에 관저 리모델링 계약에 김 여사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다.
로봇개 도입과 관저 리모델링 의혹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서울 용산으로 집무실과 관저를 옮기면서
새로 등장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또 로봇개 계약 업체의 실소유주인 서아무개(60)씨와 관저 리모델링 업체 대표인 김아무개(50)씨가 김 여사 명의로 대통령 취임식 초청을 받았다는 점도 비슷하다.
지난 5월 윤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된 사람 중에는 김 여사와 사업적으로 얽힌 인물이 여럿 등장한다. 윤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씨와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김아무개(45)씨도 김 여사 명의로 취임식에 초대됐다. 김씨는 코바나컨텐츠의 감사를 맡기도 했다. 이밖에도 김 여사가 연루된 주가조작 의혹 업체인 도이치모터스의 권오수 전 회장의 부인과 부사장도 김 여사 명의로 취임식에 초청됐다.
<한겨레>가 서씨 업체의 대통령실 경호 로봇개 사업 수주 의혹을 보도하자 대통령실은 23일 오전 입장을 내 “로봇개 사업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때부터 경호처에서 검토해 오던 사업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계약 과정을 거쳐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경호처는 그 과정에서 국내 총판업체 이사가 어느 정당에 얼마의 후원금을 냈고, 취임식에 초청됐는지 여부를 전혀 몰랐으며, 계약 과정에 어떠한 영향도 없었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해명했다.
앞서 <한겨레>는 서씨가 실소유한 ㄷ업체가 지난 9월27일 대통령경호처와 3개월간 대통령집무실 경호용 로봇개 임차 계약을 맺은 사실을 보도했다. 이 업체는 윤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던 지난 5월 미국의 로봇회사 고스트로보틱스의 한국지사와 총판 계약을 맺은 뒤 4개월 만인 지난 9월 대통령경호처와 한달에 600만원씩 석 달 동안 총 1800만원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대통령경호처는 내년 로봇개 구입 예산을 8억원으로 책정해 둔 상황이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 “3개월간 (ㄷ업체와) 임차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해서 구매 계약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며 내년에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구매 계약 시에는 경쟁 입찰에 따를 것이므로 어떠한 특혜도 없다”고 밝혔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