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의 허영인(가운데) 회장과 계열사 대표들이 계열사의 경기도 평택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노동자의 사망사고와 관련해 10월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SPC 본사 2층 강당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에스피씨(SPC)그룹 총수일가의 계열사 부당 지원 및 배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진수 사장에게 소환을 통보하는 등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다음 달 사건 공소시효 만료 전에 허 회장도 직접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2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이정섭)는 에스피씨그룹의 내부 부당지원 행위에 최종 의사결정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허 회장 총수 일가에 대해 공정거래법 말고도 배임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수사팀은 지난 23일 허 회장의 차남 허희수 부사장을 불러 조사한 데 이어, 장남인 허진수 사장에게도 소환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허 사장이 에스피씨 해외 사업 등으로 오랜 기간 미국에 체류 중인 상태라 아직 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허 사장의 출석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서면 조사 등을 통해 배임 의혹과 관련한 허 사장의 진술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검찰은 그룹 내부에서 벌어진 각종 의혹이 경영권 승계 및 지배권 강화를 위한 목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연내 허 회장에 대한 직접 조사도 실시할 계획이다.
에스피시그룹 총수 일가의 배임 혐의는 공소시효가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허 회장 등 에스피씨 관계자들이 공모해 그룹 계열사인 샤니와 파리크라상이 생산계열사 밀다원의 주식을 또 다른 계열사 삼립에 저가로 양도하고, 2013~2018년 계열사를 동원해 삼립에 ‘통행세’ 마진을 몰아주는 등 414억원을 부당 지원했다며, 2020년 7월 허 회장 등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가운데 샤니가 보유한 주식을 삼립에게 저가로 넘긴 혐의에 대해 샤니 소액주주들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의 배임으로 허 회장 등 총수 일가를 추가 고발했다. 당시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2년 12월 샤니와 파리크라상이 밀다원 주식을 정상 거래 가격(1주당 404원)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1주당 225원)에 넘겨 삼립이 취한 부당이익이 20억원에 달했다. 특경법상 배임 혐의의 공소시효는 10년이라, 주식 양도 시점을 기준으로 2022년 12월28일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 전까지 사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검찰은 시효를 앞두고 에스피시그룹 고위 관계자들을 잇따라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사팀은 지난달 27일 공정위로부터 고발된 황재복 대표를 불러 조사한 데 이어, 이달 17일엔 조상호 전 그룹 총괄사장을 불러 조사했다. 23일엔 허희수 부사장을 소환하며 총수일가에 대한 본격 조사를 시작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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