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의 허영인(가운데) 회장과 계열사 대표들이 계열사의 경기도 평택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노동자의 사망사고와 관련해 10월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SPC 본사 2층 강당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에스피씨(SPC)그룹 총수 일가의 계열사 부당 지원과 배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30일 허영인 회장을 불러 조사했다. 허 회장의 차남 허희수 부사장을 불러 조사한 지 7일 만이다. 검찰은 허 회장을 조사 뒤 법리 검토 등을 거쳐 총수 일가에 대한 기소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이정섭)는 이날 오전 허 회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허 회장을 상대로 계열사 부당지원을 지시하고 승인하는 등 직접 범행에 가담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허 회장이 에스피씨 계열사를 동원해 계열사 삼립에 수백억대 부당 지원 행위가 이뤄지는 과정을 보고 받고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허 회장과 황재복 대표이사 등이 공모해 2012~2018년 삼립에게 414억원의 부당한 이익을 몰아줬다고 보고, 과징금 647억원을 부과하는 한편 허 회장 등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공정위는 이들이 2012년 12월 샤니와 파리크라상이 가진 생산계열사 밀다원 주식을 삼립에게 정상 거래 가격(1주당 404원)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1주당 225원)에 넘겨 삼립이 20억 상당의 부당 이익을 취하도록 했다고 판단했다. 또 계열사들이 2013~2018년 아무런 역할 없는 삼립에게 원재료 구매 과정 등에 ‘통행세’를 몰아줘 381억원을 부당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당초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허 회장 등을 고발했지만, 샤니 소액주주들은 주식 저가 거래로 샤니에 손해를 끼쳤다며 허 회장 일가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의 배임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이날 허 회장을 직접 조사한 검찰은 조만간 이들에 대한 기소 여부를 판단한 뒤 수사를 매듭지을 것으로 보인다. 밀다원 주식의 저가 양도가 이뤄진 시점부터 계산하면, 배임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는 다음달 28일까지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수사에 속도를 내왔다. 검찰은 이달 초 에스피씨 본사를 압수수색했고, 지난달 말부터 황재복 대표와 조상호 전 그룹총괄사장, 허 회장의 차남 허희수 부사장을 불러 조사했다. 수사팀은 허 회장의 장남 허진수 사장에게도 소환 통보를 했으나, 허 사장이 해외 사업으로 미국에 체류 중인 상태라 아직 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허 사장의 소환 조사가 여의치 않을 경우, 서면조사를 통해 범행에 가담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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