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6일 오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류삼영 총경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희근 경찰청장이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에 반대하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에게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경찰청 중앙징계위원회에 요구했다. 경찰 최고 수장인 윤 청장이 이태원 참사 늑장 대응 의혹으로 책임론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경찰청 시민감찰위원회가 권고한 경징계보다 더 높은 단계의 징계를 요구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지난달 29일 류 총경에게 이러한 내용이 담긴 징계위 출석 통지서를 보냈다. 경찰청장은 시민감찰위 권고 등을 참고해 징계위에 중징계와 경징계 중 하나를 지정해 요구하도록 하고 있다. 앞서 경찰청 시민감찰위원회는 지난 9월29일 회의를 열어 류 총경에 대해 경징계를 내릴 것을 권고했다. 윤 청장이 시민감찰위 권고보다 더 중한 징계를 요구한 것이다. 경찰 공무원 징계는 파면·해임·강등·정직 등 중징계와 감봉·견책 등 경징계로 나뉜다.
시민감찰위 권고는 참고 사항이지만, 그동안 류 총경 감찰에 대해서는 경찰 안팎에서도 논란이 있던 만큼 경찰청이 별도의 징계를 양정하기는 부담스러울 거란 전망이 나왔었다. 경찰청 훈령인 ‘시민감찰위원회 규칙’에도 ‘청장은 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최대한 존중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청은 시민감찰위 권고보다 더 중한 징계를 요구한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시민감찰위는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판단하는 것이지만 경찰청장은 조직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이라며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라고 말했다.
류 총경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당사자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중징계 이유에 대해서는 통지서에 쓰여 있지 않고 들은 바도 없다”고 했다. 류 총경은 오는 8일 경찰청 징계위원회에 출석해 소명한다는 입장이다.
시민사회계에서는 이태원 참사 책임론이 불거지며 수사 대상에 거론되며 입지가 좁아진 윤 청장이 직원을 상대로 예상보다 더 중한 징계를 요구한 것을 두고 ‘정권 코드 맞추기’란 비판이 나온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처장은 “류 총경이 입건할 만한 일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모이지 말라는 지시도 사후적 지시였기 때문에 징계 받을 행위가 아니다”라며 “정권 코드 맞추기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윤 청장은 이태원 참사 당일 캠핑장에서 잠을 자다 전화와 문자 보고 등을 놓치고 첫 신고 2시간여만에 참사 사실을 인지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늑장 대응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며 경찰 최고 수장인 윤 청장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월23일 당시 울산중부경찰서장이었던 류 총경의 주도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는 행안부 경찰국에 반대하는 총경 54명이 참석했다. 류 총경은 당시 경찰청장 직무대행이던 윤희근 경찰청 차장의 해산 지시에도 회의를 계속했다. 경찰청은 류 총경을 즉각 대기발령 조처하고 감찰에 착수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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