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 2회 조정기일 출석하는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 연합뉴스
역대 최대 재산분할이 이뤄지며 에스케이(SK) 그룹 지배력 약화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인정된 재산분할액은 665억원에 그쳤다. 시가 1조원이 넘는 지주사 주식 절반을 청구한 것에 견주면 극히 일부만 인정된 것이다. 선대 회장(최종현)으로부터 물려받은 ‘특유재산’이라는 최 회장 주장과, 대통령이었던 부친(노태우)의 도움과 자신의 내조가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노 관장 주장 중에 법원이 최 회장 손을 들어준 결과다.
노 관장 쪽 청구액 중 대부분은 최 회장이 보유한 에스케이 주식의 절반인 648만여주(6일 종가 기준 약 1조3600억원)를 달라는 것이었다. 지주사인 에스케이 주식 지분율이 17.37%인 최 회장으로서는 이혼 소송 결과에 따라 그룹 지배력이 약화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노 관장이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재산분할 대상에서 에스케이 주식을 제외했다. 최 회장 쪽은 6일 소송 결과에 대해 “회사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준의 금액이 아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노 관장 쪽이 항소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다만 재판부는 최 회장이 ‘유책 배우자’라는 점은 인정했다. 2015년 최 회장은 언론에 혼외 자식 존재를 공개하고 이혼을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위자료는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상대방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 물어야 하는 배상금이다. 가사 전문 변호사는 “온갖 잘못이 있는 경우에도 이혼 소송에서 위자료 1억원이 선고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온 국민이 가정사를 알게된 상황에서 노 관장이 받았을 정신적 고통과 특수성 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노 관장은 위자료 3억원을 청구했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윤정(34), 민정(31), 인근(27) 등 세 자녀가 있다. 모두 에스케이 계열사에 근무 중이다.
이날 인정된 재산분할액 665억원은 금액이 알려진 국내 이혼 소송 가운데 최고액이다. 법조계에서는 2009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의 이혼 사례가 역대 최고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협의 이혼으로 마무리돼 구체적 분할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