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형 산타버스 기사가 지난 9일 오후 충남 천안 신부동 공영시내버스 차고지에서 운행을 시작하기 전 크리스마스 장식을 정비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오늘 하루 몇번 웃으셨나요? 피곤을 잊게 해주며, 만나는 모든 이를 웃게 해주는 신기한 버스가 있습니다. 매해 12월, 충남 천안시에는 큰 눈, 빨간 코와 형형색색 빛을 내는 전구 등으로 안팎을 꾸민 버스 한대가 시내를 누빕니다. 루돌프의 빨간 코, 손잡이에 걸린 크리스마스 장식들, 흘러나오는 캐럴, 사탕이 가득 담긴 선물 바구니까지 바로 ‘산타버스’로 천안종합터미널을 출발해 광덕사를 오가는 600번 버스입니다.
최영형 산타버스 기사가 지난 9일 오후 충남 천안시 신부동 공영시내버스 차고지에서 운행을 시작하기 전 크리스마스 장식을 정비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버스에 오른 손님은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느라 바쁩니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는 중학생은 메모지에 글을 써 버스에 붙이고 양말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 먹습니다. 일부러 찾아오는 꼬마 손님들도 많습니다. “아침에 학교 가는 길에 봤는데, 타보니까 좋아요.” 마지막 정류장인 천안 버스터미널 앞에서는 3분간의 산타 버스 포토타임이 벌어지며 산타 복장의 기사님과 아이가 함께 사진도 찍습니다.
최영형 산타버스 기사가 공영시내버스 차고지에서 산타버스를 찾은 어린이와 사진을 찍고 있다. 백소아 기자
산타버스는 27년 무사고 최영형 기사님이 승객에게 즐거움을 주고자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산타 모자 하나 쓰고 시작했어요. 20여년 전인가. 승객한테 친절하게 인사하고 선물도 주고 좋잖아요.” 4년 전부터는 버스 회사의 도움을 받아 전구까지 장식하면서 지금의 산타버스가 됐습니다. 운행 중간 짬이 날 땐 크리스마스 장식을 다시 손보느라 바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2005년 어린이를 돕고 싶다는 생각에 버스에 사랑의 모금함을 설치했습니다. 승객들의 작은 마음이 십시일반 모였고 17년 동안 2500만원 이상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했습니다. 또한 기사님은 직접 정미한 쌀을 함께 기부합니다.
“손님들이 `와' 하고 즐거워하는 모습 때문에 계속하는 거 같아요. 얼마나 좋아요. 손님과 같이 사진도 찍고, 돈하고 바꿀 수 없어요. 그런 행복한 표정이 다 마음의 정이에요.”
최영형 산타버스 기사가 쉬는 시간에 버스 연료 충전을 마치고 저녁 운행을 시작하기 전 크리스마스 장식을 정비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승객들이 직접 적어 붙여놓고 간 메시지들. 백소아 기자
학교 가는 길에 본 산타버스를 직접 찾아온 한 어린이가 고사리손으로 사랑의 모금함에 돈을 넣고 있다. 백소아 기자
금요일 저녁 퇴근길, 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승객들이 산타버스에 오르고 있다. 백소아 기자
오후 5시40분, 601번으로 번호를 바꾼 버스는 천안 버스터미널로 들어섰습니다. 두명의 꼬마 손님들이 방방 뛰며 오릅니다. “저희 또 왔어요.” 버스에 오른 손님도, 밖에서 다른 버스를 기다리는 손님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집니다. 크고 작은 일로 힘겨웠던 올 한해, 산타버스가 저 멀리서 불빛을 반짝이며 당신에게 행복을 전하러 달려옵니다.
2022년 12월 12일자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
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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