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하이트진로지부 노조원들이 지난 8월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사옥 옥상 광고판과 1층 로비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하이트진로 본사를 점거해 농성했던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회사 쪽의 고소 취하에도 불구하고 13일 검찰에 넘겨졌다. 노사합의로 끝난 사안에 고소가 취하됐는데도 경찰이 형사처분을 위해 끝까지 수사를 진행한 것이다. 자율로 정리될 수 있는 노사 분쟁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날 오전 특수건조물침입 및 업무방해 등 혐의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 조합원 48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다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는 집회 과정에서 발견되지 않아 불송치했다. 조합원들은 지난 8월16일부터 9월9일까지 회사의 손해배상청구소송·가압류 철회와 고소·고발 취하, 조합원 복직 등을 요구하며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에 들어가 점거농성을 벌인 바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9월9일 노사합의가 이뤄진 직후 조합원들에게 냈던 고소를 취했으나, 경찰은 이와 별개로 수사를 이어갔다. 경찰은 “(피의자들의 점거농성은) 명명백백하게 불법한 행위였다. 반의사불벌죄도 아니기에 불송치할 이유는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노사 간 자율적으로 합의한 분쟁에 형사처벌을 전제로 한 공권력의 개입은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성희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형사 처벌은) 과거 공안 정부 시절 노동탄압 정책을 펼 때 이뤄졌던 방식”이라며 “노사 분쟁에는 보통 공권력이 개입하지 않고 자율적인 결정을 존중했던 게 최근의 흐름”이라고 말했다.
김남석 변호사는 “쟁의행위는 업무를 방해하는 게 주요 목적이다. 헌법에 보장된 행위를 두고 업무방해로 송치하는 건 해외에서 거의 찾기 힘들다”며 “만약 쟁의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다면 집시법 위반 혐의로 볼 수 있겠는데, 그 혐의는 또 뺐다.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경찰의 결정이 윤석열 정부의 강경한 노동 정책 기조에 발 맞춘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정부는 형사 사건은 엄벌해야 하는 것으로만 보고 노동법 준수에 대해선 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법과 원칙을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김성희 교수도 “이번 정부는 반노동을 통해 지지율 반등을 노리고 있다”며 “경찰도 정치적 풍향이 바뀜에 따라 태도를 달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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