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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유최안·정은경·노옥희·송해…2022년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등록 2022-12-28 14:26수정 2022-12-28 17:13

[송년 기획] 기억: 잊지 않겠습니다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파업 현장 내 독 화물창 바닥에 가로, 세로, 높이 각 1m 철 구조물 안에서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농성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파업 현장 내 독 화물창 바닥에 가로, 세로, 높이 각 1m 철 구조물 안에서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농성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해를 보내며 가슴속에 남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발자취를, 그들의 소망을 떠올리면 미소가 띠어지기도, 마음이 아릿하기도 하다. 더 가까이, 더 자주 곁에 머물지 못한 미안함을 전한다.

귀막은 정부, 벼랑끝 노동…곡기마저 끊은 사람들

2022년이 닷새밖에 남지 않은 12월27일, 국회 앞에는 곡기를 끊은 노동자들이 모여 있다. 올해 안으로 법안이 통과되길, 일몰이 폐지되길, 불법청산이 해결되길 간절히 소원하는 이들이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 통과를 촉구하며 28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오던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이날 오후 급격한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유 부지회장은 이날 오전 <한겨레>에 “올 한해는 우리 이야기가 전달되지 않은 해로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은 6월2일부터 임금 인상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유 부지회장은 6월22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제1도크(배 만드는 곳)에 1㎥의 철제감옥을 용접해 만든 뒤 31일 동안 스스로를 가뒀다. 51일간의 파업이 끝나자 대우조선해양은 유 부지회장을 포함한 하청지회 간부 5명에게 47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를 계기로 원청 사용자에게 하청 노동자와 단체교섭할 의무를 부과하는 노동조합법 2조와 노조 파업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한하는 노동조합법 3조에 대한 개정 요구가 터져나왔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을 하반기 국회 최우선 과제로 꼽고 연내 통과를 약속했지만, 지지부진한 논의로 연내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유 부지회장과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은 11월30일부터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해오다가, 12월26일부터는 민주당 당사를 점거해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오는 31일로 효력이 사라지는 안전운임제를 지속해달라고 요구하며 16일째 곡기를 끊고 있다. 화물연대는 지난 11월24일부터 16일간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며 파업을 했다. 하지만 업무개시명령 등 정부 강경 대응으로 파업을 철회했다. 안전운임제는 일몰을 사흘 앞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한국와이퍼 노동자 고용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단식을 이어온 최윤미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장은 단식 44일째이던 12월20일 건강 악화로 병원에 이송됐다. 26일부터는 조합원들이 릴레이로 국회 앞 텐트를 지키며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기획 청산’으로 200명이 넘는 노동자가 대량 해고되는 상황만은 막아달라고 고용노동부 장관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유 부지회장은 지난여름 철장 안에서 외쳤다. 겨울이 오고 한해가 끝나가지만 유 부지회장의 외침은 오늘도 달라지지 않았다. 유난히 뜨겁고 또 추운 한해를 보낸 노동자들은 올해와는 다른 새해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품고 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스토킹 살해사건이 벌어진 서울 신당역에서 시민들이 화장실 들머리에 마련된 추모의 공간에서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스토킹 살해사건이 벌어진 서울 신당역에서 시민들이 화장실 들머리에 마련된 추모의 공간에서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여성이라는 이유로…되풀이되는 비극

‘페미사이드(여성 살해)를 멈춰라.’

각종 집회 등에서 여성들이 수없이 외쳐온 구호다. 하지만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참히 살해되는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서울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9월),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7월), 경북 김천 스토킹 살인 사건(5월)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와 국회는 법·제도를 바꾸겠다며 뒷북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제대로 된 해결책은 끝내 내놓지 못했다. 되풀이되는 비극을 막을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피해자를 잊지 않는 것, 그리고 국가에 성차별과 젠더 폭력 근절을 위한 책무를 다할 것을 요구하는 것. 이는 살아남은 우리들의 몫이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빌라 반지하에서 40대 자매와 10대 여아 한 명이 폭우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해당 빌라의 모습.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빌라 반지하에서 40대 자매와 10대 여아 한 명이 폭우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해당 빌라의 모습.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반지하 세 생명 삼켜버린 폭우

지난 8월8일 수도권에 시간당 100㎜ 넘게 내린 비는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였다. 이날 밤 서울 관악구 반지하 빌라에서 홍아무개(46)씨와 발달장애인 언니(47), 13살 난 딸까지 세 식구는 빠져나오지 못한 채 끝내 숨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폭우가 내린 다음날 홍씨 가족이 숨진 현장을 찾아 “어떻게 여기 계신 분들은 미리 대피가 안 됐는가 모르겠네”라고 했고, 대통령실은 이 모습을 홍보용 카드뉴스로 제작했다. 유가족은 “우리에게 일어난 슬픔이 더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마련돼 더 안전한 사회가 되길 힘을 보태달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반지하 참사의 대책으로 제시된 ‘다가구 매입임대’ 관련 내년도 예산안을 3조797억원 삭감했고, 여야는 이에 합의했다.

파리바게뜨로 유명한 국내 제빵업계 1위 에스피씨(SPC) 계열사 에스피엘(SPL)의 경기도 평택 공장에서 12시간 주야 맞교대 밤샘 근무를 하던 노동자가 샌드위치 소스 혼합기에 끼여 숨졌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파리바게뜨로 유명한 국내 제빵업계 1위 에스피씨(SPC) 계열사 에스피엘(SPL)의 경기도 평택 공장에서 12시간 주야 맞교대 밤샘 근무를 하던 노동자가 샌드위치 소스 혼합기에 끼여 숨졌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샌드위치 혼합기에 낀 SPC 노동자

파리바게뜨로 유명한 국내 제빵업계 1위 에스피씨(SPC) 계열사 에스피엘(SPL)의 경기도 평택 공장에서 10월15일 새벽 12시간 주야 맞교대 밤샘 근무를 하던 노동자가 샌드위치 소스 혼합기에 끼여 숨졌다. 기계에 자동멈춤장치가 설치되지 않았고, ‘2인1조’ 근무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빵 만들기를 좋아해 고등학교에서 베이커리과를 전공했고, 돈을 모아 빵집을 차리고 싶어했던 스물셋 노동자의 꿈과 삶이 회사의 안전불감증으로 스러졌다.

특히 회사가 사고 당일 곧장 공장을 가동하고, 사고 현장을 목격한 동료를 출근시켜 공분이 일었다. 허영인 에스피씨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노조 파괴 시도 등 에스피씨의 오랜 반노동적인 행태에 대한 항의가 더해지며 ‘피 묻은 빵을 사먹지 말자’는 불매운동이 퍼졌다. 산재 발생 기업의 안전하지 않은 노동 환경과 처우에 대한 사회적 분노를 확인한 계기가 됐다.

질병관리청을 떠나는 정은경 청장이 비공개 이임식을 마치고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질병관리청을 떠나는 정은경 청장이 비공개 이임식을 마치고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염병 연구자로 돌아간 정은경 전 청장

정은경 초대 질병관리청장은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케이(K)-방역’의 상징이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미국·프랑스 등이 외출 통제와 같은 ‘봉쇄 조처’로 대응할 때, 한국은 강제성이 덜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감염병 확산을 억제하는 성과를 냈다. 의사 출신 보건 전문가인 정 전 청장은 확인된 사실을 정확히 밝히고, 모르는 것을 숨기지 않는 투명한 소통 방식으로 방역정책의 핵심인 국민적 신뢰를 얻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9일 사임한 백경란 전 청장과 ‘과학 방역’이 그 자리를 대체했지만, 코로나19 재유행 선포 시기 등을 놓치며 확진자 증가를 막지 못했다. 특히 백 전 청장이 바이오기업 주식을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 ‘질병관리청은 주식관리청’이라는 오명까지 썼다. 정 전 청장은 지난 10월부터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병정책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질병청 안팎에서 정 전 청장을 그리워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자녀들의 첫 등굣길을 함께한 노옥희 울산교육감의 모습. 노옥희 교육감 페이스북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자녀들의 첫 등굣길을 함께한 노옥희 울산교육감의 모습. 노옥희 교육감 페이스북

한 명의 아이도 포기 않던 노옥희의 꿈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은 1979년 고등학교에서 수학교사로 일하다 노동운동에 나섰다. 취업 중 산재 사고를 겪고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제자를 보며 결심했다. 1997년 전교조 초대 울산지부장을 맡아 고교 평준화 등 교육개혁에 힘썼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인 득표율로 울산시교육감으로 당선됐다. 지역 첫 진보·여성 교육감이었다. 이후 중대비리 ‘원스트라이크 아웃’ 등 교육청 청렴도와 무상급식 전면 확대 등 교육복지 정책을 활발히 펼쳤다. 그 결과 울산시 교육환경은 전국 최상위권에 올라섰다. 올해 지방선거에서도 재선에 성공했지만 지난 8일 기관장 협의회에 참석했다가 심근경색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그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펼침막이 울산 곳곳에서 내걸렸다.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교육 실현’이라는 노옥희 정신을 물려받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대구 달성군 옥연지 송해공원 내 송해기념관 모습. 북한 황해도 출신인 송씨는 아내의 고향인 달성군을 제2의 고향으로 여겼다. 달성군은 2016년 송해공원을 조성한데 이어 2021년 송해기념관을 개관했다. 연합뉴스
대구 달성군 옥연지 송해공원 내 송해기념관 모습. 북한 황해도 출신인 송씨는 아내의 고향인 달성군을 제2의 고향으로 여겼다. 달성군은 2016년 송해공원을 조성한데 이어 2021년 송해기념관을 개관했다. 연합뉴스

34년간 전국 돌며 희로애락 함께 한 송해

지난 6월8일 송해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큰 슬픔을 안겼다. 코로나19 사태로 2년여간 멈춰 섰던 <전국노래자랑>(한국방송1) 야외 녹화에 참여 의지를 보였지만, 그는 끝내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송해는 61살에 이 프로그램 진행을 맡아 34년 동안 전국을 돌며 서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지난 4월 말 기네스 세계기록 ‘최고령 티브이(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 부문에 등재되기도 했다. 송해는 ‘인생 최고의 기억’으로 2003년 8월 평양 모란봉공원에서 연 <평양노래자랑>을 꼽은 바 있다. 코미디언 김신영이 송해가 떠난 <전국노래자랑>을 이끌고 있다. “노련미가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지만, 20~50대 사이에서는 신선하다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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